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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물가상승 상당기간 이어질 것” 추가 금리인상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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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물가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물가 상승의 속도가 빨라지고 그 범위도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물가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물가 상승의 속도가 빨라지고 그 범위도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내년 1분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갈수록 커지는 국내 물가상승 압력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면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을 향한 속도를 올리면서 추가 인상에 대한 한은의 부담도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이 총재는 16일 올해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올해) 물가상승이 상당 폭 확대됐고, 내년에도 상당 기간 목표 수준(2%)을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앞으로의 물가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물가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2.3%를 기록해 지난해(0.5%)보다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됐다.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2%)를 넘어선 수준이다. 가격 변동 폭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올해 4분기 2.1%를 기록해 지난 3분기(1.3%)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공급망 병목, 고유가에 물가목표 넘어서

국내 물가가 이처럼 상승 곡선을 그린 것은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과 고공행진을 이어간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 등 외부 요인 때문이다.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지난 1월 배럴당 50달러 선에서 지난 10월 말 84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상승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상승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더 큰 문제는 글로벌 공급 대란이 불붙인 물가상승이 임금 인상 등으로 이어지며 전방위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부추길 수 있어서다. 이 총재는 “공급 요인이 장기화하면 그 영향이 최종재 가격으로 전가되고, 이는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추가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들썩이다 못해 급등하는 물가는 ‘인플레 파이터’인 중앙은행의 본능을 자극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등장이 경제 성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돈줄을 죄는 속도를 높이며 한은 입장에서는 지난 8월과 11월에 이어 추가 금리 인상을 위한 퍼즐이 대략 맞춰지는 모양새다.

이 총재는 “최근 강화된 거리두기 조치가 단기적으로 국내 경제와 소비에 어느 정도 영향 미칠 수 있는 건 불가피하다”면서도 “수출과 투자 활동 등을 종합할 때 올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연 4%)를 조정할 상황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더욱이 Fed의 통화정책 기조도 긴축으로 제대로 방향을 틀면서 한은 입장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감도 줄 수 있다. Fed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다음 달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규모를 늘리는 등 긴축을 향한 가속페달을 밟기로 결정했다. 인플레이션에 놀란 Fed는 FOMC가 끝난 뒤 테이퍼링 규모를 현재의 2배(월 30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도 내년에만 세 번 올릴 뜻을 내비쳤다.

Fed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수급 불균형이 계속해서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시각을 반영하듯 올해 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 전망치를 5.3%로 예측했다.

영국 중앙은행, 기준금리 0.15%P 올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높은 물가상승률이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도 “테이퍼링이 끝난 뒤 오래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Fed가 속도를 내면서 테이퍼링은 내년 3월 종료될 예정이다. Fed가 금리 인상 카드를 쓸 가장 이른 시점이 내년 3월인 셈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 등은 “Fed가 테이퍼링이 끝난 직후인 내년 3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중앙은행도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물가 잡기에 나섰다. 영국 중앙은행은 16일 기준금리를 기존의 연 0.1%에서 0.25%로 0.15%포인트 올렸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국연방준비제도(Fed), 한국은행]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국연방준비제도(Fed), 한국은행]

이 총재는 “우리(한은)가 움직일 수 있을 때 한발 먼저 움직인 것이 앞으로 통화정책 운용에 여유를 줬다”며 “국내 상황에 맞게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끌고 갈 여유를 되찾은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 정상화 정책은 대외 요인보다 국내 요인에 맞춰서 운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연준위원 18명 금리 예측

미 연준위원 18명 금리 예측

통화정책 정상화의 시동을 건 한은이 내년 1분기에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시장의 전망에는 점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총재도 애써 부정하지 않았다. 이 총재도 “국내 경기와 물가 등 종합적으로 볼 때 금리 정상화 기조로 끌고 가겠다는 종래 기조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조용구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며 향후 물가상승률이 2%대보다 더욱 커질 가능성도 크다”며 “향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등장으로 인한 공급 측면의 제약으로 물가가 더 오를 여지도 남아 있는 만큼 내년 1분기는 물론 1월 중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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