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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흰꼬리수리·검독수리, 서울대공원에 다 있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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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달 23일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내 맹금사. 흰꼬리수리(White-tailed Eagle·천연기념물 243-4호) 한 마리가 좁은 보호사를 걸어 나왔다. 지난 7월 서울대공원에 새 보금자리를 튼 ‘천둥이(6살)’다. 천둥이는 잠시 주저하는 듯 하더니 이내 날갯짓을 하며 약 20m의 거리를 힘차게 날았다.

방사장 한쪽에선 또 다른 흰꼬리수리가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냈다. 이 구역 ‘터줏대감’ 건강이가 천둥이를 경계하는 신호다. 둘은 철망을 사이에 두고 얼굴만 익혀오다가 이날 처음으로 한 집에 들어왔다.

이미 1대 1 합사를 마친 검진·번개까지, 대공원은 국내 최초로 흰꼬리수리 4마리 합사를 시도 중이다.

14일 서울대공원 내 독수리사에서 사육사가 먹이를 주고있다. 허정원 기자

14일 서울대공원 내 독수리사에서 사육사가 먹이를 주고있다. 허정원 기자

지난 7월 이후 서울대공원은 독수리, 흰꼬리수리, 검독수리 등 3종의 맹금류를 한 번에 보유하게 됐다.

흰꼬리수리 2마리(천둥·번개)와 검독수리(천연기념물 243-2호) 1마리가 대전 오월드에서 옮겨오면서다. 이를 위해 대공원 측은 지난해 11월 맹금사를 확대 개편했다. 국내에서 3종류의 맹금류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건 서울대공원이 유일하다.

흰꼬리수리는 물가, 하천 인근에 서식하면서 물고기와 다른 새, 포유류를 사냥하며 살아간다. 멸종위기종 1급으로 국내에선 보기 힘든 종으로 꼽힌다. 흰꼬리수리 방사장 건너편에선 검독수리(Golden Eagle) 한 마리가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검독수리는 시속 320㎞에 이르는 빠른 비행 속도를 자랑한다. 이런 속도를 무기로 토끼, 다람쥐 같은 작은 포유류와 닭과 같은 조류, 심지어 자기 몸집보다 배나 큰 대형 포유류까지 사냥할 정도다. 이 때문에 국내 최초 초음속 비행기인 ‘T-50 고등훈련기’의 별칭이 골든이글이 됐다.

대머리가 특징인 독수리(Cinereous vulture) 4마리(카페, 라떼, 초코, 우유)도 ‘큰 집’이 생긴 덕을 봤다. 저지대에서 고지대로 이동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특성을 고려해 절벽을 오르는 나무 경사를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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