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 한국 두 나라 젊은 작가 30인 '혼성풍 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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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세계 미술시장에서 중국미술에 이어 '블루칩'으로 대접받는 게 인도미술이다. 인도 경매회사 오시안에 따르면 지난 2년새 인도 작가의 작품 가격이 14배나 뛰었다. 이런 인기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인도미술은 생경하다. 전시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의 '혼성풍(Hybrid) 전'이 반갑다. 원래 이 전시는 한국과 인도의 젊은 작가 30인이 가상과 현실의 만남, 전통과 현대의 만남 등 '혼성'을 주제로 다뤘다. 비록 인도 현대미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정찬'은 아니지만 "인도미술이 이런 거구나"라고 느낄 만한 '에피타이저'는 될 것 같다.

인도의 현대미술은 뭐라고 딱 정의하기 힘들다. 다민족.다언어.다종교의 나라로 풍부한 문화적 토대를 갖춘 만큼 작품의 범주도 다양하다. 이번 전시의 인도 측 큐레이터인 자이 크리쉬나 아가르왈은 "인도 작가들은 활기차고 풍부한 창조력을 가졌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가는 거대한 빙산의 한 귀퉁이를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굳이 인도 현대미술의 특징을 찾는다면 독특하면서도 화려한 색감과 현대인의 삶에 뿌리내린 전통이랄까. 행복한 가족, 데이트하는 남녀가 등장하는 그림에 여지없이 동물이 등장한다. 사자.원숭이.오리.토끼 등 종류도 다양하다. 심지어 등장인물의 옷 디자인에도 그려넣을 정도다. 동물을 인간과 동급으로 바라보는 인도인의 정서가 그대로 묻어난다.

친탄 우파드야이는 벌거벗은 아이의 몸에 인도적인 이미지를 투영시킨 그림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다. 그의 단독 전시공간 '핑크룸'에는 박쥐 날개를 단 아이, 몸이 붙은 기형아 등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만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한국 작가의 작품도 신선하다. 정자가 어느 순간 아기 사이보그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비디오 작업(노진아의 '인형세포'), '돼지와 인간의 사진 이미지로 만든 오브제(이은정의 '돼지인간') 등 풍자와 재치가 넘친다. 그러나 일부 작가는 기존에 선보인 개념이나 작품을 그냥 내놓아 전시의 신선함을 반감시켰다. 한창 주가가 오른 낸시랭은 지난 여름 금호미술관에서 선보인 '터부 요기니'시리즈 세편을 다시 내놓아 김을 뺐다. 12월 13일까지. 02-580-1300

박지영 기자

*** 바로잡습니다

11월 10일자 22면 '인도와 한국 작가의 혼성풍 전'기사 중 '돼지와 인간의 사진(홍성균의 '샵감투')'이란 표현은 '돼지와 인간의 사진 이미지로 만든 오브제(이은정의 '돼지인간')'가 맞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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