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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 전화도 못받았다"는데…애플은 배짱, 정부는 팔짱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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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13 시리즈 판매가 시작된 지난 10월 8일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있는 애플 매장에서 고객들이 아이폰13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13 시리즈 판매가 시작된 지난 10월 8일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있는 애플 매장에서 고객들이 아이폰13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파타고니아와 할리데이비드슨, 테슬라, 그리고 애플-. 전 세계에서 유독 로열티가 높은 브랜드들이다. 이들은 신제품이 나오거나 이슈가 생길 때마다 팬덤을 몰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 때 ‘이 옷을 사지 말라(Don’t buy this jacket)’는 광고 카피로 주목받았다. 재킷 한 벌을 만들 때 들어가는 물과 탄소 배출량을 공개하며, 아무리 친환경 제품이라도 가급적 소비하지 않는 게 낫다는 내용이다.

지구를 지키는 데 그만큼 진심이라는 뜻도 담겨 있다. 실제로 파타고니아는 연 매출의 1% 안팎을 환경보호를 위해 기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비자들도 파타고니아의 이런 의지에 호응한다.

세계적인 ‘인그룹’ 브랜드의 오만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테슬라는 ‘테슬람’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테슬라와 이슬람을 더한 합성어로, 테슬라를 탄다는 자부심과 브랜드 신뢰도가 종교에 비견된다는 의미다.

사회심리학 용어 중에 ‘인그룹(in-group)’과 ‘아웃그룹(out-group)’ 개념이 있다. 인그룹, 즉 우리 편에 속해 있다면 감정적으로 더 동화하게 마련이다. 뇌 과학자인 김대식 KAIST 교수는 “파타고니아와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인그룹을 형성한 브랜드”라고 말한다.

그래서 애플은 ‘부러운’ 회사다. 브랜드 파워는 단단하고, 생태계는 탄탄하다. 스마트폰(아이폰)과 태블릿(아이패드)·노트북(맥북) 등을 iOS 운영체계로 연결하는 ‘애플 생태계’를 구축, 다른 제품이 쉽게 뚫지 못하는 ‘락인(잠금) 효과’를 누리고 있어서다.

다소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아이폰13이 9000만 대 판매 목표를 세운 근거도 이런 자신감에 기대서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적어도 국내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아이폰13의 ‘통화 먹통’에 이번에도 배짱 대응하면서다.

지난 10월 출시된 일부 아이폰13에서 수신 불량 문제가 두 달가량 이어지고 있다. 전화를 걸었을 때 일부 아이폰13에서 수신이 되지 않거나 진동·벨소리도 없는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영화도 찍고, 금융 대출도 되는 세상인데 기본 중의 기본인 통화가 안 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대개 LG유플러스 가입자한테서 발생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LG유플러스는 임대폰을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애플은 현재까지 “현재 LG유플러스의 일부 고객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슈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8일)는 입장을 내놓은 게 전부다.

소비자들은 단체 움직임에 나섰다. 12일 기준으로 피해자 600여 명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아이폰13 수신 불량 피해자 모임’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코로나19 확진 때문에 보건소에서 안내 온 전화도 못 받았다” “통신사와 애플이 책임 없다고 나오면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 없는 게 될까 걱정이다” “전화 불통 때문에 조울증이 올 거 같다”는 등의 불만 글이 올라오고 있다.

아이폰13 ‘전화 수신 오류’ 현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아이폰13 ‘전화 수신 오류’ 현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다음 신제품 나올 때 슬그머니 결함 인정  

애플의 고압적인 애프터서비스(AS) 정책은 악명이 높고 역사(?)도 길다. 지난 2010년 아이폰4 출시가 나왔을 때 일부 소비자들이 왼쪽 아랫부분을 잡으면 수신 감도가 떨어진다며 이른바 ‘안테나 게이트’를 제기했다. 하지만 당시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는 “스마트폰을 다른 방식으로 쥐거나, 케이스를 사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애플은 한 달 뒤에야 리콜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아이폰12를 선보였을 때도 상대방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애플이 이런 결함을 공식 인정한 것은 지난 8월 말이다. 문제를 제기하면 묵묵부답하다가 다음 신제품이 나올 즈음에야 슬그머니 인정한다는 것이다. 품질 논란이 반복되면서 ‘아이폰 살 때는 (정상 제품이 걸리는) 운이 있어야 한다’는 우스개까지 생겼다.

주무 부처는 어떨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소비자 편’에서 품질 이슈를 점검하고, 피해 구제방안을 제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번에도 팔짱만 끼고 있다가 뒤늦게 대책을 세우겠다고 나섰다. 지난 8일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일부 아이폰13) 피해 현황 및 원인 분석 상황을 보며 이용자들의 피해가 없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이폰12·아이폰12 프로 무상 교체를 공지한 애플. 제품을 출시한지 11개월 만에 결함을 공식 인정했다. [사진 애플 홈페이지 캡처]

아이폰12·아이폰12 프로 무상 교체를 공지한 애플. 제품을 출시한지 11개월 만에 결함을 공식 인정했다. [사진 애플 홈페이지 캡처]

변함없는 고자세…내년에 어떤 표정 지을까

지난 7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국내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로 예상됐다. 최근 첫 성적표가 나왔다.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은 85%였다. 2분기(71%)보다 14%포인트 늘었다. 애플은 12%로 같은 기간 5%포인트 줄었다.

물론 아직은 해석하기 이르다. 삼성은 갤럭시 폴드·플립3을 8월에 내놨고, 애플은 주력인 아이폰13을 4분기에 출시했다. 애플은 내년 초에 어떤 표정을 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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