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계산, 일대일 점심…"최고의 리더" 직원들 울린 소통왕 사장님

중앙일보

입력 2021.12.12 05:00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일 때 편한 옷차림으로 직원들과 행사를 즐기고 있다. [사진 경계현 사장 페이스북]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일 때 편한 옷차림으로 직원들과 행사를 즐기고 있다. [사진 경계현 사장 페이스북]

2019년 6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 분기 간담회. 딱딱한 분위기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실적 발표, 성과 우수상 시상 등을 하는 행사지만 여느 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삼성 ‘후자’→삼성전자 CEO 발탁 경계현 스토리

당시 솔루션개발실장(부사장)의 제안으로 간담회장인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대강당이 ‘클럽 무대’로 변신한 것. 디제잉과 레크리에이션 등 유례없는 파격적 진행에 직원들은 크게 호응했다.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중절모와 스카프로 멋을 낸 부사장 역시 직원들과 함께 행사를 즐겼다.

지난 7일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겸 반도체(DS) 부문장으로 깜짝 선임된 경계현(58) 사장이 이날 세련된 복장으로 나타난 주인공이다.

지난 7일과 9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2022년 사장단과 임원 인사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반도체·가전·모바일 등 주요 사업 부문의 대표를 모두 교체한 데다 가전과 모바일 사업을 합쳤다. 임원 인사에서는 45세 부사장, 37세 상무가 등장했다.

경계현 사장 ‘깜짝 인사’ 주인공

직전 삼성전기 사장에서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긴 경 사장은 ‘파격 중의 파격’, ‘깜짝 인사’의 주인공으로 꼽혔다. 삼성전자에서 다른 계열사 사장으로 갔다가 다시 삼성전자 실무 사업부 사장으로 복귀한 경우는 이례적이어서다.

예상치 못한 인사였지만 막상 결과가 알려지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추진하는 ‘뉴삼성’에 적임자라는 반응이 나왔다. 경 사장이 삼성전기에서 ‘실적’과 ‘소통’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평가받는 만큼 MZ세대(1980년대 초~2020년대 초 출생한 세대)를 아우르면서 삼성전자의 기술·인사 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경계현 당시 삼성전기 사장(오른쪽 뒤)이 지난해 7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서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경계현 당시 삼성전기 사장(오른쪽 뒤)이 지난해 7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서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7일 인사 이동을 알리는 삼성전기 사내방송에서 경 사장은 “그동안 고마웠다”고 직원들에게 인사하며 말을 잇지 못할 만큼 눈물을 흘렸다. 이후 경 사장은 사내망에 “코로나로 인해 힘든 상황에서도 임직원들의 열정과 노력 덕분에 올해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삼성전기가 글로벌 기업으로 더욱 성장하도록 항상 응원하고 함께하겠다”는 고별사를 올렸다.

이 글에는 “최고의 리더셨다” “사장님의 마지막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사장님이 계신 동안 많은 긍정의 변화가 있었다” “가지 마세요 ㅠㅠ” 등의 댓글이 달렸다.

떠나는 날 사장도 울고 직원도 ‘ㅠㅠ’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경 사장은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장·솔루션개발실장 등을 거쳐 지난해 1월 삼성전기 사장에 취임했다. 경 사장은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기 본사와 부산사업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취임식을 대신했다. ‘소통왕’이라고 불리는 그는 삼성전기에 다양한 소통 시스템을 남겼다. 매주 목요일 경영진과 직원들이 실시간 방송, 채팅으로 자유롭게 질문하고 응답하는 ‘썰톡’이 대표적이다.

“연말 성과급이 얼마나 나오느냐”는 민감한 질문에도 경 사장은 현 상황을 고려하면 얼마 정도 될 것 같다고 구체적으로 계산식까지 알려주며 답했다고 한다. 삼성전기는 올해 초 ‘성과급 논란’이 일었던 다른 대기업과 다르게 성과급 지급 기준을 공개하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전기 사장이던 지난 10월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임직원들에게 사업 성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기]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전기 사장이던 지난 10월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임직원들에게 사업 성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기]

성과급 계산식까지 공개하는 ‘소통왕’ 

삼성전자가 수평적 문화 정착을 위해 지난달 발표한 인사 혁신안의 주요 내용을 경 사장은 1여 년 전부터 삼성전기에서 시행했다. 인트라넷과 사내 메신저에서 직급과 입사년도를 알 수 있는 사번 앞자리가 노출되지 않게 하거나 승진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 등이다.

동료 평가 도입 역시 그중 하나다. 이 밖에도 경 사장은 업무 성과 우수자뿐 아니라 ‘소중한 리더상’ ‘소중한 동료상’ ‘모두의 존중상’ 등 조직문화 변화를 위해 노력한 임직원에게도 상을 수여했다.

경 사장은 사내 커뮤니티에 익명 게시판도 신설했다. 디제이처럼 사내 방송에서 직원들이 보낸 사연을 직접 읽고 음악을 틀어주기도 했다. 직원이 신청하면 일대일 점심을 하는데 신청자가 많아 제비뽑기로 정했다고 한다. 생산라인 직원들과도 따로 그룹 점심을 하고, 사업부장이나 팀장급 임원과도 수시로 일대일 점심을 하며 소통했다.

회의할 때는 문서를 최대한 간략하게 준비하고, 한자 사용을 자제하도록 했다. 그는 평소 “좋은 회사는 고객뿐 아니라 직원이 회사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 고민하는 회사”라고 강조해왔다.

최대 실적 이끈 ‘기술리더십’도 주목

그의 파격은 이벤트로만 머무르지 않았다. 소통 노력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삼성전기는 경 사장이 취임한 지난해 매출 8조2087억원, 영업이익 829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6.4%, 11.9% 증가한 수치다. 올해는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경 사장의 기술리더십에 따라 정보기술(IT)·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차세대 카메라 모듈, 반도체 패키지용 기판 등의 기존 사업을 육성하면서 세계 초소형 파워 인덕터, 광학 10배줌 카메라 모듈 등 혁신 제품 양산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대학에서 제어계측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 CEO인 경계현 사장은 반도체 설계·개발 전문가로 삼성전자에서 D램·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핵심 메모리 제품 개발을 이끈 이력이 있다. 기술과 소통 능력을 두루 갖춘 경 사장이 삼성전자에서 어떤 변화를 시도할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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