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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가 강릉 찾은 윤석열 “비상 상황, 추경 빠를수록 좋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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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호 05면

선대위 출범 후 첫 지방 순회에 나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강원도 강릉시 중앙시장에서 어린이를 안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선대위 출범 후 첫 지방 순회에 나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0일 강원도 강릉시 중앙시장에서 어린이를 안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강릉의 외손이 강릉에 왔습니다. 강릉의 외손이 무도하고 무능한 정권을 반드시 교체하겠습니다.”

10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중앙시장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직접 보려고 몰려든 인파로 가득했다. 윤 후보는 “이 거리가 저의 외가가 있던 곳이고 여기 중앙시장은 어릴 때 제 할머니가 가게를 하시던 곳”이라며 “(시장에 오면) 할머니 가게에 가서 먼저 인사를 드렸다. 어릴 적 늘 놀던 곳도 여기였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지난 6일 국민의힘 선대위 출범 후 첫 지방 방문지로 강원도를 선택하자 강릉시민들도 반색했다. 시장 앞에서 만난 상인 김모(69)씨는 “아무래도 강릉이 외가니까 좀 더 잘 챙겨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장사하다가 일부러 윤 후보를 보러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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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떠나 이날 오후 늦게 강릉에 도착한 윤 후보는 곧바로 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만나는 것으로 1박 2일 일정을 시작했다. 윤 후보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모여든 시민과 지지자들이 “윤석열! 윤석열!”을 연호했고, 이에 윤 후보도 연신 두 팔을 번쩍 들어 인사하고 손을 내미는 상인과 악수를 했다. 시장을 돌면서는 물건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요즘 장사가 잘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한 시간여 동안 중앙시장을 방문한 윤 후보는 곧바로 강릉 지역 청년 소상공인 간담회에 참석했다. 최근 틈날 때마다 2030세대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곳에서도 청년 표심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윤 후보는 이날 신속한 ‘코로나 추경’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청년 소상공인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추경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코로나 상황이 더 나빠지면 50조원 가지고는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추경하는 것은 반대하느냐’는 질문에도 “아니다”며 “예산안은 정부가 제출해야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을 설득해 예산안을 제출하게 하고 여야가 합의하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가 대통령이 된 뒤에 시작하지 않더라도 현 정부가 입장을 바꿔 실시하면 좋겠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당내 추경 반대 여론에 대해서는 “그건 원론적인 얘기”라며 “지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입장에선 총소리만 안 들릴 뿐 전쟁이고 비상인 상황이다. 이럴 때는 국회와 정부가 비상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도 “바깥에서 쇼만 하지 말고 대통령을 설득해 행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하게 하라”고 촉구했다. 추경 방식에 대해서는 “선거를 앞두고 보편적으로 돈을 뿌리는 게 아니라 피해 규모를 지수화해 합리적으로 배분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당의 실질적 원톱인 윤 후보가 공개적으로 추경 의지를 밝힌 만큼 당내 반대 여론도 조만간 정리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어 이준석 대표와 함께 강릉시 견소동 안목해변 일대에 조성된 커피거리로 나가 시민들을 만났다.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곳에서 보다많은 시민들을 만나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윤 후보는 2년 전 강릉시 성남동 거리에서 흉기를 든 범인을 맨손으로 제압한 전중현(28)·변정우(24)씨도 만났다.

윤 후보가 직접 밝혔듯 외가가 있는 강릉은 윤 후보에겐 의미가 남다른 지역이다. 윤 후보 외할머니의 동생(고 이봉모 전 의원)은 강릉에서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어린 시절 윤 후보에게 강릉은 ‘따뜻한 곳’이었다고 한다. 윤 후보도 언론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여름이든 겨울이든 방학 때면 강릉 외가에서 지냈다. 그게 나의 기다림이었고 설레임이었다”고 회고했다.

앞서 윤 후보는 이날 오전에는 서울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지도자대회와 사회복지비전선포대회에 잇따라 참석하며 ‘약자와의 동행 주간’ 활동을 마무리했다. 윤 후보는 두 행사 모두 지체장애인인 이종성 의원의 휠체어를 직접 밀어주며 등장했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장애인 고용 확대 ▶장애별 맞춤형 지원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 설치 비율 확대 등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가 지방 순회에 나선 가운데 당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집중 공격하고 나섰다.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과 원희룡 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은 이날 범죄 피해자 보호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피해자 통합 전담기관 신설 및 원스톱 보호 지원 ▶스토킹 처벌법의 반의사 불벌죄 폐지 ▶교제 폭력 보호 제도 마련 등을 공약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조카의 살인사건을 변호했던 이 후보에 대한 공세용 정책 발표라는 분석이 나왔다. 윤 후보가 지난 7일 선대위 출범 후 첫 공개 일정을 잡은 곳도 범죄 피해자 지원 기관인 서울서부스마일센터였다.

‘이재명 저격수’로 불렸던 윤희숙 전 의원도 이날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 위원회(내기대)’ 위원장을 맡으며 선대위에 공식 합류했다. 윤 전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수단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긴 했지만 오래전에 정치적으로 사망했어야 할 만큼 법을 우습게 알고, 인간적으로 덜됐기 때문에 도저히 가망이 없으며,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내지를 뿐 일관된 가치나 원칙은 도무지 없는 인물”이라며 이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무력했던 보수 정치도 그 괴물을 만들어낸 책임을 같이 져야 할 구시대의 일부로서 근본적 쇄신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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