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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7000명, 누군가 나서야" 남양주한양병원도 통째 내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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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가적으로 힘든 때이고, 다른 해결 방안도 없는 상황이니 우리 병원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결심을 밝혔을 때 우리 직원 300여명 가운데 전담병원 지정되면 떠나겠단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남양주한양병원 장진혁 원장

남양주한양병원 장진혁 원장

경기도 남양주시에 자리한 종합병원 남양주한양병원 장진혁(52ㆍ사진) 원장은 9일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을 맡기로 결심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수도권의 의료대응역량 대비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6일 기준 111.2%를 기록했다. 이미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확진자가 쏟아진다는 얘기다. 특히 고령층 미접종 감염자가 크게 늘면서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더욱 부담이 커지고 있다. 병상 배정을 기다리는 환자가 1000명을 돌파했다. 장 원장은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니 하는 것 뿐”이라고 몸을 낮췄다. 240병상의 한양병원은 음압기 설치와 구조 변경 공사를 거쳐 이달 중순께 코로나19 환자 300여명을 치료하는 전담병원으로 바뀐다. 현재 입원 중인 환자들은 퇴원ㆍ전원 예정이다. 한양병원의 합류로 국내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은 총 16곳이 됐다. 이 중 병원의 모든 병상을 통째로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쓰는 곳은 한양병원을 포함해 평택 박애병원, 충북 오송 베스티안병원, 서울 혜민병원, 인천 뉴성민병원 등 5곳이다. 다음은 장 원장과의 일문일답.

어떻게 병원을 통째로 내놓을 결심을 했나
며칠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국장 연락을 받았다. ‘코로나19 병상 관련해서 말씀드릴게 있다’고 했는데, 저희 병원은 이미 코로나19 환자 전담병상을 5% 확보하라는 행정명령을 받은 상태여서 10%, 20% 더 늘려달라는 문의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간곡하게 ‘병원을 전체적으로 이용할 수 없겠느냐’고 했다. 국가적 위기인데 서울 근접한 병원 중에 중증환자 치료 가능한 시설이 많지 않은데 한양병원이 그 중 하나라고. 처음에 당황했다. 그런데 7000명씩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중증 환자는 계속 늘고, 대형병원 중환자실은 가득차서 출구가 없는 상황 아니냐. 내부 회의를 했다.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고 인근에 할 수 있는 다른 병원이 없으니 우리가 하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병원장으로서 어려운 결정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병원 본관에서 10분 거리 위치에 외래와 검진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하기 위해 준비를 해왔다.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거의 끝나간다. 전담병원을 맡기로 결정하면서 제일 큰 걱정은 우리 지역주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우리 병원에 정기적으로 다니면서 진료를 받는 환자들이 있는데 이들을 나몰라라 할 수가 없다. 저희가 전담병원을 맡을 수 있었던 건 새로 문 여는 공간이 있어서였다. 외래 전담 공간에서 100%는 아니지만 필수적인 진료는 계속 할 계획이다. 지역주민들도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이해해주실 것 같다.  
남양주한양병원

남양주한양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반발은 없었나
300여명 직원들에 면담을 했는데, 이탈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 시국에 코로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 없고 자기 보호에 집중한다면 위험할 것도 없다’는 얘기를 했는데 직원들이 공감을 해줬다. 감사한 부분이다.  
의료진들이 갑자기 코로나 진료를 볼 수 있을까
우리 병원 전문의가 34명인데, 종합병원이라 모든 과가 다 있다. 또 지난해 12월부터 1년간 우리 병원 의사ㆍ간호사들이 경기 연천군에서 거점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해왔다. 생활치료센터 중에서도 증상이 있는 환자들을 주로 진료하는 곳이다. 의료진들이 코로나 환자를 돌봐온 노하우가 있다. 중증환자를 대규모로 보려면 정부로부터 의사ㆍ간호사 파견을 많이 받아야할거라 생각한다. 운영하면서 어려움이 생길 수 있지만 미리 걱정하지 않으려 한다. 
언제쯤 문을 여나
신규 입원 환자는 더 받지 않고, 기존 입원 환자들을 17일까지 퇴원ㆍ전원하려한다. 환자들이 빠진 병동부터 공사를 한다. 환자 동선과 의료진 동선이 겹치지 않게 가벽을 설치하고 음압기를 설치해야 한다. 2~3일새 그런 준비들을 정신없이 하고 있다. 이달 내에는 가동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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