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피치, 헝다 ‘제한적 디폴트’ 등급 강등…채무불이행 공식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 를 ‘제한적 디폴트’ 등급으로 강등하면서 헝다의 디폴트가 공식화했다.

9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피치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헝다가 8250만 달러(약 976억원)의 채권 이자 지급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자사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경우 지급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헝다는 지난 6일까지 반드시 지급했어야 할 달러 채권 이자를 내지 못하면서 실질적인 디폴트 상태에 빠진 상태였지만 그간 헝다나 채권 보유인,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공식적으로 디폴트 선언을 하지 않았다.

헝다는 계열사 징청(景程·Scenery Journey)이 발행한 달러 채권 이자 8250만 달러를 지급하지 못한 상태였다. 피치가 헝다를 가장 먼저 ‘제한적 디폴트’로 분류함에 따라 이제 국제 시장에서 헝다의 디폴트는 공식화됐다.

피치는 채권 발행자가 채무 불이행을 했지만, 파산 신청 같은 회수 절차가 개시되지 않고 해당 회사가 아직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을 ‘제한적 디폴트’로 정의한다.

피치는 이번 채무불이행이 ‘디폴트 사건’을 촉발할 수 있다면서 헝다의 다른 달러 채권이 즉각 만기가 도래한 것으로 간주되며 해당 채권 보유인의 25%가 상환을 요구하면 헝다가 이에 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헝다가 역외에서 발행된 달러 채권 규모는 총 192억 달러(약 22조7000억원)가량이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헝다의 총부채는 약 2조 위안(364조원)에 달한다.

헝다의 디폴트가 현실이 됐지만, 이는 그간 시장에서 예고된 일이었다.

헝다는 지난 3일 밤 홍콩증권거래소 야간 공시를 통해 2억6000만 달러(약 3075억원)의 채무 보증 이행 의무를 이행하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유동성 위기 때문에 이를 상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디폴트를 예고했다.

헝다의 디폴트가 현실화함에 따라 중국 당국의 실질적 주도하에 채무조정 및 구조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헝다 위기 상황 관리를 일선에서 책임지는 광둥성 정부는 지난 3일 밤 헝다에 업무팀을 들여보내면서 본격적 개입에 나섰다.

블룸버그 통신은 “부동산 제국의 종말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며 “이제 남은 자산을 누가 받아갈 것인지를 두고 긴 싸움이 시작됐다”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당장 헝다 구제에 나서지 않고 시장 원리에 따라 채무조정 및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한다는 메시지를 발신 중이다.

이강(易綱) 인민은행장은 이날 “헝다 위험 문제는 시장 사건으로서 시장화, 법치화 원칙에 따라 적절하게 처리돼야 한다”며 “채권인과 주주의 권익은 법정 변제 순서에 따라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헝다 디폴트 공식화는 부동산 섹터의 부채 위기가 다른 곳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중국 정부의 노력에 도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