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더블로?…소상공인 표심 노린 여야 재난지원 ‘썰전’

중앙일보

입력 2021.12.08 17:59

업데이트 2021.12.08 19:00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연합뉴스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둘러싼 여·야 대선 후보간 기싸움이 다시 불붙었다. 전날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윤석열 후보가 50조원 투입을 공약했는데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100조원대 투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게 불쏘시개가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8일 중소·벤처기업 7대 공약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진심이라면 환영”이라고 말했다. 공약 발표장에서 “지금 현 (방역) 상태가 유지되더라도 소상공인 지원은 훨씬 더 늘려야 한다”면서 “방역을 더 강화한다면 (소상공인들이) 그 때문에 손해가 아니라 이익을 봤다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대규모의 추가 지원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한 뒤 나온 반응이었다.

비슷한 시각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말로만 하지 말고 실천을 보이라”고 민주당과 정부를 겨냥했다. 그는 당·정 안팎에서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추경 편성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말만 그렇게 하지 이번 예산에도 (소상공인 지원) 반영이 안 된 것 같다”며 “내가 50조원 지원을 말했을 때는 (민주당이) 포퓰리즘이라 비판하더니 지금이라도 필요성을 인식해 받아들이기로 했다면 참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50조·100조…여야 ‘쩐의 전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서울 서초구 장애인 직업훈련 편의점을 방문,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2021.12.8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8일 서울 서초구 장애인 직업훈련 편의점을 방문,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2021.12.8 국회사진기자단

김종인발 이슈 재점화에 이 후보측은 스텝이 엉겼다. 맞불을 놓고자 하는 이 후보와 선심성 현금 살포 공약 경쟁에 말려들지 말자는 참모들의 의견이 매끄럽게 조율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아직 내부 이견이 남아 있지만, 우리도 큰 틀에서 소상공인 지원 규모 확대 기조를 따라가자고 논의한 것은 맞다”고 말했지만, 당 정책위 관계자는 “공약 차원에선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당장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다음 정부가 다뤄야할 주제”라고 반응했다.

지난달 8일 윤 후보가 처음 “새 정부 출범 100일 동안 50조원을 투입해 소상공인의 영업제한 피해를 전액 보상하겠다”고 공약했을 당시에도 이재명 후보는 전국민재난지원 주장마저 내려놓으며 “당장 논의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때도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먼저 내지르면 나중에 수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면서 “한 정부에서 국정과제를 하는데 5년이면 250조가 소요된다. 한 부분에 50조면 나머지 공약은 거의 할 수 없다는 얘기”라고 윤 후보를 비판해 이 후보와 온도차를 드러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일단 공을 야당에 넘겼다. 그는 이날 일부 언론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100조원 지원) 방안을 찾기 위해 저와 윤호중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종인 위원장과 김기현 원내대표간 4자 회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앞서 윤 후보가 50조원 지원 발언을 했을 때 우리가 원내대표 간 구체적 논의를 제안했지만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거리 플렛폼74에서 열린 청년문화예술인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2.8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거리 플렛폼74에서 열린 청년문화예술인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2.8 국회사진기자단

양당이 ‘묻고 더블로’식의 현금 지원을 경쟁적으로 공언하는 배경엔 소상공인 표에 대한 절박함이 있다. 정부는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매출 감소 지원 대상’ 소상공인 규모를 200만명으로 추산했다. 8일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통계포털에 따르면 전국 소상공인 수는 661만7527명(2019년 기준)이다. 약 4300만명에 달하는 전체 유권자 수의 15%를 웃도는 규모다.

문제는 “50조원”“100조원” 주장이 산정의 근거는 물론 재원 조달 방안 등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튀어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건 양당도 이미 알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 핵심 관계자는 “현재 추경을 하려면 재원이 국채 발행 말고는 없다. 대선 전 추경은 쉽지 않다”면서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5월까지 시간이 남으니 그때까지 문 대통령과 상의해서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윤 후보와 동행한 국민의힘 선대위 전주혜 대변인도 “예산 통과한 지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추경 이야기가 원내에서 나오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물러섰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 후보가 아무리 적극적이어도 막대한 예산이 드는 정책을 집권 여당이 적극 뒷받침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이를 잘 아는 김종인 위원장이 한술 더 뜬 포퓰리즘으로 중도표를 흔들려고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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