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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전국민 재난지원금, 국토보유세 철회한 적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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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7일 서울대에서 열린 ‘청년살롱 이재명의 경제 이야기’ 강연 후 학생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7일 서울대에서 열린 ‘청년살롱 이재명의 경제 이야기’ 강연 후 학생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진보 정권은 투기 수요를 통제하면 비정상적인 집값 상승이 없을 거라고 봤지만 시장은 달리 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7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주택청약 사각지대 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을 이렇게 짚었다. 그런 뒤 “주택 정책의 기본 방향은 공급을 충분히 늘리는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약제도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20~40대 10여 명을 만난 자리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청년들은 “청약은 중산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경매 티켓 같은 느낌이다” “‘어리면 죄인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수첩에 메모하며 듣던 이 후보는 “공급을 안정적으로 늘리는 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심 층수나 용적률을 일부 완화해 민간 공급도 늘리고, 공공택지 공급도 지금보다 더 과감히 늘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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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특히 청년층 주거 불안 문제에 대해선 “지금은 시장에서 빌리거나 분양받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다. 사회주택·공유주택도 많이 늘리는 등 다양화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대출규제를 강화한 것에 대해선 “배려와 현장성이 부족했던 것”이라며 “(행정이) 현실을 모르는 건 잘못이 아니고 죄악이다. 다중의 일을 대신하는 공직자의 무능·무지는 죄악”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대에서 열린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도 참석해 자신의 금융경제 정책 비전을 90여 명의 학생과 공유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후드티에 운동화 차림으로 연단에 선 그는 “경제는 결국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잘 살 수 있을지 연구하는 학문”이라며 “제가 본 경제는 진리나 과학이 아니라 정치이자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주요 금융정책인 ‘기본금융’에 대해 “제가 이 개념을 만든 이유는 사실 경험 때문”이라며 경기지사 시절 설계한 저금리 대출제도를 소개했다. 그는 “부자들은 잘 갚는 집단이니까 이자율이 엄청 싸고 (금융기관이) 원하는 만큼 빌려준다. 반면에 가난하면 안 빌려주거나, 조금만 빌려주고 이자를 엄청 높게 내야 한다. 이게 정의롭나”라며 “금융의 공공성이라는 게 그래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국토보유세를 얘기했다가 반대 여론이 높아지니 철회했다. 국민 반대가 높지만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과제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까”라는 한 학생의 질문에 이 후보는 “저는 철회한 일이 없다. 이건 철회가 아니고 기본적 원리를 말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치인은 자기 주장이 있어야 한다”면서도 “(정치인의 주장이) 국민의 뜻을 넘어서는 건 독재이자 폭압”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또 “국민주권 국가에서 대리인이 동의를 얻는 것은 의무”라며 “다만 저는 설득할 자신이 있다”고도 했다. 이 후보가 연일 청년층과 직접 소통하는 행보를 이어가는 건 부동층이 많은 2030 세대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내에선 민생을 앞세워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데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SNS 글을 통해 “우리 정부에서 다 하지 못한 것을 ‘나는 더 잘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소중한 성과들마저 깎아내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야당뿐 아니라 이 후보를 겨냥한 글이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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