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개선 안하면 정치자금 못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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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련 회장직을 사퇴한 SK 손길승 회장이 30일 밤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를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연합]

손길승(孫吉丞)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30일 공식 사퇴했다. 하지만 전경련은 후임 회장을 뽑지 못한 채 내년 2월 정기총회에서 정식 회장을 선출할 때까지 강신호(姜信浩.76)동아제약 회장에게 회장 대행을 맡기기로 했다.

전경련은 이날 저녁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회장단 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현명관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姜회장이 난색을 표했으나 회장단이 간곡하게 권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姜회장은 회의 후까지 "건강이 좋지 않아 도저히 맡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취임 여부가 주목된다.

전경련 조성하 상무는 "회장을 맡을 사람이 없을 경우 회장단 중 최연장자가 대행을 하는 관례에 따랐다"고 설명했다. 김각중 경방 회장도 이런 관례에 따라 전경련 회장 대행을 맡은 바 있다. 삼성.LG.현대차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모두 회장직을 고사, 이날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손길승 회장은 퇴임사에서 "SK 일로 회원사와 국민들께 심려를 끼친 데 깊이 사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도 경제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기업 부실 처리와 고비용 정치구조에서 생긴 정치자금 문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면서 "이번 일이 과거의 구태를 벗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회장단은 대국민 성명을 통해 "정치자금 요청 규모를 줄이고, 자금의 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게 하며, 모금과 배분 제도를 개선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이런 제도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재계는 앞으로 정치자금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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