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0건""아마추어"…추락하는 공수처엔 날개가 없다 [Law談 스페셜 김종민]

중앙일보

입력 2021.12.06 05:00

업데이트 2021.12.0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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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한 영장 ‘3전 3패’를 기록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공수처는 여권의 20년 숙원이다. 2002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저서『문재인의 운명』에서 공수처를 설치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민정수석 두 번 하면서 끝내 아쉬움으로 남는 일의 하나”라고 썼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의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한 뒤 같은 해 12월 국회 본회의 첫 안건으로 상정해 통과시킨 것도 공수처법이다.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갖은 논란에 휩싸이며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21일 (왼쪽부터)남기명 공수처 전 설립준비단장, 윤호중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진욱 공수처장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현판 제막식에서 현판식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갖은 논란에 휩싸이며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21일 (왼쪽부터)남기명 공수처 전 설립준비단장, 윤호중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진욱 공수처장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공수처 현판 제막식에서 현판식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출범 11개월을 맞은 문재인 정권 검찰 개혁 상징 공수처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입건해 수사한 12건 중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사건만 검찰에 기소를 요구했을 뿐, 나머지 사건은 오리무중이다. 자체 인지 수사는 한 건도 없다. 수사의 정치적 편향성도 심각하다. 12건 중 4건이 친여 성향 시민단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고발한 사건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장모 대응 문건’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대검 감찰부가 감찰 대상자도 아닌 대검 대변인의 업무용 휴대폰을 임의 제출 받아 사용자 동의 없이 포렌식하고 공수처가 압수수색을 통해 그 자료를 가져가면서 ‘청부감찰’ 의혹도 제기됐다.

공수처 몰락의 운명은 예견된 것이다.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취약한 대통령 직속 정치적 사찰 수사기구로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반헌법적 수사기관이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1996년 참여연대가 부패수사 전담 수사기구로 설치할 것을 입법 청원한 것이 기원이다. 고위공직자 비리의 효과적 수사, 검찰 기소독점주의의 폐해와 특별검사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최고의 검찰개혁 방안으로 논의돼 왔다. 당초 홍콩의 반부패수사기구 염정공서(ICAC),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CPIB)을 모델로 했다가, 입법 단계에서 2018년 3월 신설된 중국 국가감찰위원회 사례가 참고됐다. 반부패 수사기구라는 당초 의도는 희미해지고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정치자금법 위반 등을 수사하는 정치적 수사기구로 변질된 것이다.

윤석열 후보와 관련된 ‘고발 사주 의혹’ 등의 사건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이유도 정치적 수사기구의 태생적 운명이다. 공수처장은 국회의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2명 중 대통령이 임명한다. 차장 역시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수처 인사를 담당하는 인사위원회는 공수처장과 차장을 비롯해 처장이 위촉한 1명, 여당과 야당 추천 각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수처장이 친정권 인사 5명이 참여하는 인사위원회를 통해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인사를 좌우할 수 있게 했다. 공수처 검사는 검사의 직에 있었던 사람이 50%를 넘지 못한다. 수사 전문가는 배제되고 정치적 중립성이 취약한 가운데 대통령의 인사권으로 통제하는 직속 사찰 수사 기구로 기능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이다.

공수처 출범 일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공수처 출범 일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끊이지 않는 공수처의 무리한 수사, 부실 수사 논란도 문제다. ‘고발 사주 의혹’사건 관련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위법성이 중대하다”는 김 의원 측 준항고가 받아들여져 효력이 취소됐다. 검찰 공무원은 누구나 기소 후 내부적으로 공소장 열람이 가능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 의문이 있는 ‘이성윤 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사건의 경우 대검 서버 압수 수색 과정에서 절차 위반 문제가 제기되자 “그럼 압수수색을 안 한 걸로 하자”고 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도 벌어졌다. 기본권 침해 논란도 심각하다. 지난 3월 이성윤 고검장에 대한 ‘황제 조사’기억이 생생한데 손준성 검사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가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 성명까지 냈다.

손 검사에 대한 영장심사 때 법원에 출석한 여운국 공수처 차장은 “우리 공수처는 아마추어”라고 자백했다고 한다. 공수처는 내년 예산으로 181억원을 요청했다. 이쯤 되면 국민들은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물어야 한다. 1년에 한 건의 인지 수사도 하지 못하는 공수처에 왜 그 많은 국민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가. 대선을 앞두고 야당 대선 후보만 집요하게 수사하는 공수처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허망한 공수처 실험은 이제 끝낼 때가 됐다. ‘노무현의 꿈’이라는 이유로 전문성도, 정치적 중립성도 없는 공수처를 더 이상 유지할 이유가 없다.

로담(Law談) 스페셜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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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변호사.

김종민 변호사.

※김종민 변호사. 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전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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