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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 정서 담긴 프로 자리잡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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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자제실시를 앞두고 지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가운데 양 방송국의 지방사에서 만든 TV프로그램들이 갈수록 좋은 반응을 얻으며 나름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들 프로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향토색 짙은 KBS-1TV『지방시대』(매주 수요일 오후10시50분)와 MBC-TV『향토탐방-길』(매주 일요일 오전7시5분)이 있다.
이들 프로는 얼핏 보기엔 그 지방만이 갖고 있는 지역적 얘기거리를 펼치는 듯 하지만 조금만 확대해 생각해 보면 우리와 우리주변의 다양한 생활과 문화·자연 등 한국적 정서를 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간 간간이 선을 보이다 올 들어 정규프로로 굳어진 이런 류의 프로그램에서 『지방시대』는 단연 선두주자로 꼽힌다.
지난1월 KBS전주총국이 제작한 첫회 『일본의 농촌을 가다』1, 2부는 말만 무성할 뿐 제대로 기회가 주어지지 않던 「지방프로의 전국무대진출」발판이 됐으며 뒤이어 대학출신 젊은 부부의 농촌생활을 그린 『김씨 부부의 생명운동』(광주총국)등은 이 프로가 계속 눈길을 끌도록 만든 촉진제가 된 셈이다.
부산·창원·대구·광주·전주·대전·청주·춘천·제주 등 전국 9개 지역 총국에서 번갈아 제작해온 『지방시대』는 특히 대구총국에서 만들어 10일 전국망을 통해 내보낸 『삽사리를 기억하십니까』편에서 높은 수준을 보여 주고 의미를 되씹게 했다.
『신라시대에 왕궁에서 키웠던 삽사리는 진도개 못지 않은 천연기념물감입니다. 흔히들 경상도 ×개로 경시해왔지만 이젠 멸종위기에 처한 데다 진정한 「우리 것」인 만큼 보호가 시급하죠. 제작자 입장에서 볼 때 이 프로는 한 지역소개에 그친다기보다 오히려 우리 모두의 관심을 끄는 힘이 있습니다.』
넉달 동안 출산부터 성장에 이르기까지 제작진 뜻대로 안 되는 삽사리의 영상화 작업외에도 이 프로를 계기로 경북대교수들을 중심으로 한 삽사리육종연구소가 생긴 것이 무엇보다 뜻깊다고 제작을 맡았던 오창해PD(32)는 말한다.
지난4월말 프로그램 개편 때 새로 들어선 MBC『향토탐방-길』역시 우리의 고유한 향토문화를 두루 짚어본다는 취지에서 같은 맥을 지니고 있다.
점점 멀어져 가는 고향을 반추하기 위해 그 지역 출신유명인사가 나와 주변의 문화·관습 등을 소개하고 옛친구들과 만나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 포근함을 전해주고 있어 인상적이다.
그만큼 서울·지방제작의 선을 그을 것 없이 내용이 알차다는 호평속에 MBC의 경우 현재 부산·대구·대전·제주 등 19개 주요도시의 지방MBC가 호흡을 같이하고 있다.
부산 MBC의 「경남 양산군 상북면」편 (성악가 엄정행씨 출연)을 시작으로 「대청댐 수몰지역」「성리학의 고장 안동」등 되새겨볼 만한 곳들을 골라 차례로 방송한 이 프로는 지방사와 외부제작사가 반씩 나눠 제작하던 지금까지의 방식에서 벗어나15일 가을개편 이후에는 아예 지방사가 전담토록 해 상대적으로 지방사의 역할을 강화한다.
이밖에 향토색과 관계는 없으나 지난6일 부산 MBC가 제작, 전국방송망을 탄 『백두산』은 종래의 중국자료 화면이나 가정용 비디오촬영이 아닌 방송용 카메라가 잡은 천지·온천 등 주변모습과 내용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내용만 좋으면 지방프로의 활발한 소개가 어렵지 않다는 이같은 분위기에도 불구, 아직은 서울에 비해 크게 뒤쳐진 인력·장비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모처럼 이뤄진 지방프로의 활성화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는 게 이들 제작진의 우려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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