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안타 39.14개=54억원…누가 포수를 '거지'라고 말했나

중앙일보

입력 2021.11.29 10:35

업데이트 2021.11.29 10:35

지난 10월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한화 최재훈이 4회초에 타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월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한화 최재훈이 4회초에 타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수는 프로야구의 3D(dirty, difficult, dangerous) 포지션이다. 무거운 장비를 착용하고 경기 중 100회 이상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공을 받는다. 투수를 리드하며 타자와 수 싸움까지 펼쳐야 하는 고된 역할이다. NC 다이노스 포수 김태군은 "투수는 귀족, 외야수는 상인, 내야수는 노비, 포수는 거지"라고 했다.

3D 포지션인 포수가 대우받는 순간도 있다. 바로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다. 지난 27일 한화 이글스와 5년, 최대 54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33억원, 옵션 최대 5억원)에 계약한 최재훈이 대표적이다. 최재훈은 올 시즌 리그 포수 중 수비율(0.999)이 가장 높았다. 타석에선 데뷔 첫 4할대 출루율(0.405)을 기록했다. 한화가 그에게 거액을 투자한 가장 큰 이유도 이 두 가지다.

그러나 세부 지표를 보면 물음표가 있는 거도 사실이다. 최재훈은 2008년 데뷔 후 규정타석(현재 446타석)을 소화한 게 2019년과 2021년뿐이다. 규정타석 3할 타율은 한 번도 없다. 통산 안타가 548개로 연평균 39.14개에 불과하다. 올 시즌 개인 최고의 성적(타율 0.275 7홈런 44타점)을 냈지만 이른바 'FA로이드(FA+스테로이드 합성어)'가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다. 지난 시즌까지 통산 누적 성적이 타율 0.264, 12홈런, 147타점이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포수가 아닌 다른 포지션이었으면 이번 계약이 가능했을까"라고 되물었다.

포수는 FA 시장에서 프리미엄이 붙는다. 일단 수요보다 공급이 적은 희귀매물이다. 지난해 FA 시장에선 16건의 FA 계약이 성사됐는데 포수는 없었다. 팀마다 주전과 백업 차이가 큰 것도 몸값이 올라가는 이유다. 원소속팀과 영입을 원하는 구단의 경쟁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 한화도 최재훈이 빠져나갔을 때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딱히 없었다. A 구단 단장은 "포수는 1군에서 자리 잡는데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린다"고 했다. 투수나 수비 정보도 많이 파악하고 있어 영입할 경우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도 크다.

2013년 11월 포수 강민호는 롯데 자이언츠와 4년, 총액 75억원 계약했다. 2005년 심정수가 세운 총액 60억원을 넘어서는 역대 FA 최고액이었다. 강민호는 2017년 11월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하며 4년, 총액 80억원으로 두 번째 잭폿을 터트렸다. 2018년 겨울에는 포수 양의지가 NC 다이노스와 4년, 총액 125억원에 계약하며 FA 판을 흔들었다. 비슷한 시기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를 한국시리즈로 이끈 포수 이재원이 4년, 69억원에 계약하며 팀에 잔류했다. 2019년 11월 이지영(키움 히어로즈·3년 최대 18억원), 2020년 1월에는 김태군(NC 다이노스·4년 최대 13억원)이 소속팀과 무난하게 FA 계약했다.

최재훈 계약 이후 개인 세 번째 FA 자격을 행사하는 강민호와 KT 위즈를 통합 우승으로 이끈 안방마님 장성우에 관심이 쏠린다. 두 선수 모두 최재훈 계약 이후 몸값이 크게 올랐다는 게 시장 안팎의 공통된 시선이다.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 시장가를 뛰어넘는 계약이 터질 수 있다. 힘든 만큼 금전적 대우가 확실한 포지션이 바로 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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