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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삼성전자 미국 간 정치적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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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2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왼쪽),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의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고 밝힌 후 악수하고있다.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 트위터) 2021.11.24/뉴스1

2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왼쪽),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의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고 밝힌 후 악수하고있다.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 트위터) 2021.11.24/뉴스1

1.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에 반도체공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이 원했기에 가능했습니다. 23일 현지에서 텍사스 주지사가 ‘20조 투자’를 발표하면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에게‘Thank you’를 10번이나 외쳤답니다. 백악관에서 이례적으로 ‘환영’성명까지 냈습니다.

2. 반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중국현지 반도체공장에 첨단 EUV(극자외선)노광장비를 도입하려다 실패했습니다. 미국이 막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2일 한국을 방문한 케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대표는 인터뷰에서 ‘첨단장비를 (중국으로) 도입하는 건 (미국의) 국가안보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3. 지난 11일에는 중국‘반도체굴기의 자존심’이라는 반도체생산업체 SMIC(중신궈지)의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대만출신 최고기술책임자 3명이 사표를 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사표를 낸 건..여러 이유가 있지만..기본적으로 미국의 압력 때문입니다. 미국은 지난해말 SMIC의 EUV 구입을 막았습니다. 첨단기술개발에 차질이 생기면서 내부갈등이 심화됐고, 결국 기술전문가들이 밀려났습니다.

4. 최근 세계경제의 주요뉴스가 모두 미국이 시작한 ‘반도체 전쟁’의 여파입니다. 중국이 시작한 ‘반도체 굴기’를 막기위한 기술패권 전쟁입니다.
중국은 2014년 반도체산업육성기금을 조성하면서 ‘반도체 자급’을 부르짖었습니다. 글로벌 패권장악을 위한 첨단기술 확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첨단기술은 곧 첨단무기입니다.

5. 그러자 미국이 경계에 나섰습니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건..세계최대 반도체생산업체인 대만 TSMC의 첨단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사태입니다. 지난 11일 SMIC의 주가를 떨어트린 3명이 모두 TSMC에서 스카웃된 핵심인력입니다. 이들은 미국 명문 스탠퍼드ㆍ버컬리ㆍMIT 출신들입니다.

6. 미국이 중국의 대표 IT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먼저 때린 것도 그런 우려였습니다.
미국은 2020년 5월‘미국기술로 만든 반도체를 화웨이에 팔면 안된다’고 결정했습니다. 사실은 TSMC에 대한 경고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해온 TSMC가 납품을 끊었습니다.

7. 두번째 미국의 우려는..국제분업에 따라 반도체생산을 대만ㆍ한국에 의존하는 바람에 자국내 생산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대만 TSMC에게 미국내 공장설립을 요구했습니다. TSMC는 2020년 5월 미국 아리조나에 최첨단 반도체공장 건설을 발표했습니다.

8. 미국이 대만 다음으로 주목하는 곳은..당연히 반도체생산강국 한국입니다.
대만 TSMC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국공장 건설을 요구해왔습니다. 삼성은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방문에 맞춰 미국투자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번에 이재용 부회장의 미국출장으로 장소가 확정발표됐습니다.

9. 삼성전자 입장에선 미국시장진출이 타산에 맞을 겁니다. 미국정부의 최첨단 기술지원과 파격적인 세제혜택까지 누릴 수 있을 겁니다.
텍사스 시골마을 테일러엔..1870년대 철도가 들어온 이래 최대경사랍니다. 20조가 쏟아지면서 건설과정에서 2만개 일자리, 공장가동후 2000여개의 고급 일자리가 생긴답니다.

10. 문제는 삼성전자가 떠난 이후 한국입니다.
삼성전자외에도 SK 현대차 등이 줄줄이 미국현지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는 코렉싯(Korea+Exit)이 우려됩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더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2021.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