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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전면 봉쇄령' 재발동…영국은 "성탄 파티" 버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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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오스트리아 정부가 봉쇄령을 내린 22일(현지시각) 시내 한 카페 앞에 출입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오스트리아 정부가 봉쇄령을 내린 22일(현지시각) 시내 한 카페 앞에 출입 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전역에 ‘봉쇄령’이 내려졌다. 로이터 등 외신은 수도인 빈 시내 식당·카페·호텔 등이 일제히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지난 5월 19일 영업 재개 조치 이후 활기를 되찾던 거리는 반 년 만에 다시 인적이 끊겼다. 현재 오스트리아에선 생필품 구매나 관공서 방문, 출근·등교 등을 제외하곤 집 밖 외출이 아예 안된다. 접종 완료자나 완치자도 예외 없다. 봉쇄령은 우선 열흘간 적용되며 이후에도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12월 12일까지 연장할 방침이다.

반면 지난달 1일 ‘긴급사태 선언’을 해제한 일본은 다른 세상이다. 같은달 25일부터 식당의 영업시간 제한이 완화됐다. 현재도 유지다. 5인 이상 사적모임도 가능하다. 대규모 행사는 수용인원의 100% 허용된다. 위드 코로나를 먼저 시행한 유럽 국가와 달리 확진자가 극적으로 줄어든 상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위드 코로나 국가별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 세계 위드 코로나 국가별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방역상황 엇갈린 위드 코로나 국가 

위드 코로나에 들어간 국가마다 방역상황이 엇갈리고 있다. 폭증한 확진자 규모에 방역 강도를 다시 죄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일단 버티는 나라도 있다. 고비를 넘기고 안정세로 돌아선 국가도 있다. 전문가들은 실내활동이 늘어나는 계절과 방역완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돼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다.

유럽은 비상이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5월부터 단계적으로 사적 모임·영업시간 제한 조처를 풀어왔다. 8월엔 대중교통, 약국 등 일부 실내에서만 마스크 착용을 의무로 뒀다. 아직 국민 접종 완료율이 60%가 되지 않을 때다. 이때 퍼진 바이러스는 10월 말 확진자 급증으로 이어졌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평균 인구 100만명당 신규 확진자는 1531.7명에 달한다. 한국(57.9명)의 27배 가까운 규모다. 의료대응 체계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결국 봉쇄령이 단행됐다.

'방역 모범국' 독일도 위기 

한때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던 독일도 심상치 않다. 독일은 8월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다. 이후 확진자 급증을 피하지 못했다. 독일의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 평균은 지난달 중순 100명대에서 현재 580명대까지 늘어난 상태다. 사정이 이렇자 연방정부와 16개 주 정부는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의 미접종자 출입을 제한할 계획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부분 봉쇄도 도입했다. 독일의 접종 완료율은 68%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독일 정부는 백신 접종을 독려 중이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올겨울이 지나면 대부분 독일인은 백신을 맞거나 (코로나19에서) 완치되거나 사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세계 위드 코로나 국가별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 세계 위드 코로나 국가별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네덜란드, 식당 밤 6시 이후 문닫아 

네덜란드·포르투갈·벨기에도 일상회복의 시간이 거꾸로 갈 처지다. 한국 수도권보다 인구가 적은 네덜란드에선 하루 신규 확진자가 2만명을 넘어서자 결국 20일(현지시각) 부분 봉쇄 조처에 들어갔다. 3주간 시행된다. 서비스업은 오후 6시, 생필품 가게는 오후 8시로 영업시간이 제한됐다. 연말 불꽃놀이도 금지했다. 포르투갈도 연말 규제강화를 예고했다.

확산 원인은 복합적이다.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 사무국장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백신 접종률이 낮고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전염성이 강한 델타 변이의 유행에 (실내 활동이 늘어나는) 겨울철에 접어 들었다. (이에) 유럽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21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 훗스퍼 경기장. 마스크를 벗은 관중으로 가득 찼다. 런던=백종현 기자

21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 훗스퍼 경기장. 마스크를 벗은 관중으로 가득 찼다. 런던=백종현 기자

버티기 들어간 영국 "성탄절 모임 가능" 

비슷한 상황이지만 일단 버티는 국가도 있다. 영국이 대표적이다. 22일 영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만4434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봉쇄 없이 올겨울을 넘길 분위기다. 백신 담당 정무 차관을 지냈던 나딤 자하위 교육부 장관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성탄절 사적 모임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확실히 그렇다”고 말했다.

미국은 하루 신규 확진자가 15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미 CNBC는 22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려 ‘락다운’을 시행할 계획은 없을 것”이라고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을 인용해 보도했다. 프랑스도 당분간은 방역 강화 없이 현 상황 유지할 분위기다.

한국과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 권역) 협정을 체결한 싱가포르의 관광객들이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방문, 쇼핑에 앞서 여행사 관계자에게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 권역) 협정을 체결한 싱가포르의 관광객들이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방문, 쇼핑에 앞서 여행사 관계자에게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싱가포르 조이고 풀기 전략 

일부긴 하지만 위드 코로나 초기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고 안정세를 유지하는 곳도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 8월 방역 완화→9월 6일 위드 코로나 선언 이후 확진자가 폭증했다. 당국은 9월 24일 거리두기 등 방역 강화에 나서며 재정비에 들어갔다. 한때 사적 모임 인원을 2명으로 줄였다가 지금은 5명으로 늘리는 등 조였다 풀기를 반복하는 전략을 썼다. 이스라엘은 부스터샷(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접종)으로 확산세를 꺾었다는 평가다.

'미스터리' 일본 

일본은 미스터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도쿄 올림픽이 끝난 뒤인 8월 20일만 해도 하루 2만5992명이 확진될 정도였는데, 현재는 100만명당 평균 확진자가 1.1명이다. 방역 긴장도를 단계적으로 풀었다고 해도 설명하기 어렵다. 이에 일각에선 일본 정부가 무료로 시행하던 진단 검사비를 유료(2만엔)로 전환해 검사량이 줄어든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사망률도 낮아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확산이 이뤄지지 않다는 것은 면역 수준이 높거나, 방역 수준이 높거나 둘 중 하나”라며 “(면역수준이 높아) 코로나19에 걸려도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거나 백신 접종이나, 마스크 착용 등에 잘 호응한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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