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한의학, 세계 의학계와 소통…통합의학으로 한 단계 도약

중앙일보

입력 2021.11.2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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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AJA 국제학술대회  

 자생한방병원은 일찌감치 한의학에 ‘표준화’ 개념을 이식했다. 이를 토대로 한의학의 가치를 현대 의학 기준에서 입증하는 ‘과학화’와 ‘세계화’를 이끌었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한의학 교육이 필수다. 그 일환 중 하나인 ‘2021 AJA(Annual Jaseng Academic) 국제학술대회’가 미국 아칸소보건교육대 의과대학과 공동 주최로 지난 21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하버드·아칸소 의대 교수진 등 국내외 의료전문가가 연자로 나섰다. 특히 통합의학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연자 4명의 목소리를 통해 의학의 미래를 전망해봤다.

첫 번째 연자로 ‘통합의학 통증 치료에서의 자생력 회복 기전’을 강연했다.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이하 신) 이번 학술대회의 목표를 포괄할 수 있는 주제를 택했다. 자생한방병원은 선도적으로 한·양방 협진 시스템을 도입해 자기공명영상(MRI)·X선 등 영상 진단과 혈액·소변 검사 등 임상병리 검사를 기반으로 한의학적 치료를 진행하는 통합의학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의·한 협진 2단계 시범사업’ 우수사례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번 강연은 근골격계 질환 치료 한약에 함유된 천연물 소재, 동작침법(MSAT), 2019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 추나요법, 무저항요법 등 실제 자생한방병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근거기반 치료법들을 자세히 소개함으로써 통합의학에서 한의학이 갖는 강점을 해외 의료진들에게 알리고자 했다.

동작침법과 무저항요법에 청중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

  동작침법과 무저항요법은 기존 한의학 치료 원리에 과학적인 근거를 더해 개발한 비침습적 치료법이다. 동작침법은 침 치료에 수동적·능동적 움직임을 더한 치료법으로 즉각적인 통증 경감 효과에 대한 연구가 국제학술지 페인(PAIN)에 게재된 바 있다. 추나요법의 한 종류인 무저항요법은 비정상적 상태에 놓인 근육을 저항을 풀어 올바르게 재교육시키는 치료법이다. 목 디스크와 안면 신경마비 등의 치료에 활용된다. 이들의 효과와 안전성이 미국의사협회저널(JAMA) 계열 학술지 등 다양한 연구 논문을 통해 입증된 만큼 참가자들의 큰 주목을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통합의학을 발전시키기 위한 앞으로 계획은.

  한의학의 우수성을 현대 의학에 접목해 통합의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동서양을 잇는 교두보 역할에 힘쓸 계획이다. 해외 의료진들과 교류를 활발히 하고 미국·유럽 등의 의대에 한의학센터를 건립해 환자들이 함께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아픈 사람에게는 한의학과 양의학의 구분이 없다. 환자의 건강을 목표로 통합의학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의료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 아닐까.

 한의학의 ‘경혈’과 미국 오스테오패틱 의학의 ‘채프먼 반사점’의 공통점이 흥미롭다. 

 랜스 맥클레인 아칸소보건교육대 오스테오패틱 의과대학장(이하 맥클레인) 채프먼 반사점은 오스테오패틱 의사(DO)였던 프랭크 채프먼 박사가 고안한 치료법이다. 장기에 이상이 있으면 특정 부위의 피부에 변화가 생기는데, 이런 반사점에 물리적 자극을 주면 해당 반사점과 연결된 장기 기능이 개선된다는 원리다. 경혈과 채프먼 반사점의 위치를 비교하면 유사한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해당 부위 자극 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도 비슷하다. 1930년대 개발돼 현재 미국에서 활발히 사용되는 치료법이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오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두 의학 간 또 다른 공통점은.

 맥클레인 질환을 대할 때 인체를 전인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따라서 한 가지 치료법만 고집하지 않는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여러 치료가 이뤄지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도 한의통합치료라는 개념을 통해 추나요법을 비롯한 침·한약 등 어떠한 치료가 환자에게 적합한지 의료진이 판단하는 것으로 안다. 환자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치료를 진행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채프먼 반사점 치료에도 통합의학적 적용이 가능할까.

 맥클레인 침 치료도 금속 재질의 침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채프먼 반사점처럼 치료자의 손을 주로 사용하는 치료였을 것으로 본다. 현재까지 밝혀진 건 한의학과 오스테오패틱 의학의 큰 틀에서의 유사점이다. 치료 철학에서부터 질환에 대한 접근, 구체적인 치료법까지 말이다. 앞으로 두 의학 간 연계와 발전 가능성, 상호 적용해볼 수 있는 신의료기술에 대한 교류가 더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오스테오패틱 의학에서 통합의학적 통증 관리를 설명한다면.

 고텀 데사이 캔자스시티대 의과대학 교수(이하 데사이) 환자들의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통증 질환이 다양해지면서 약물 부작용이 없는 통합의학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강연에선 임상에서 활용되는 수기치료와 침 치료를 받은 환자 호전 사례를 들며 자생력 증강에 방점을 둔 치료법들의 활용 가능성을 설명했다. 특히 수기치료는 부작용이 매우 적으며 진료 시 약물을 덜 사용할 수 있다. 수기치료를 받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빠르게 퇴원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일각에서 침·수기 치료에 플라시보 효과가 포함됐다는 지적이 있다.

 데사이 일부 포함됐다는 점을 부정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다. 그러나 2017년 새로 개정된 미국내과학회의 만성 요통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불필요한 시술과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해 환자에게 침 치료와 수기치료 등 비약물적 치료를 우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두 치료법 모두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는 대신 증상을 완화하고 부작용 위험을 줄이는 효과적 치료로 기능하고 있다.

환자의 증상 정도가 감정·상황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고 강조했는데. 

 데사이 통합의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환자의 통증에는 질환·스트레스·감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문제들을 한꺼번에 치료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람은 몸과 정신이 통합된 존재이며 자가조절 기전을 갖고 있다. 이에 보건의료에 대한 서양의 모델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 의사들은 환자의 웰빙과 건강 관련 요인에 더 넓은 관점으로 접근 중이다. 통합의학의 필요성에 미국 의학계 내 의견 합치가 이뤄지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암을 어떻게 보나.

 최도영 대한한의학회장(이하 최)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암이란 만성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상태가 지속해 면역력이 떨어지고 기혈이 순조롭게 소통하지 못해 생기는 증상이다. 경락 내에 엉기고 달라붙은 기혈의 찌꺼기인 어혈과 대사 과정에서 발생한 독소가 혈액을 통해 오장육부에 파급돼 발생한 비정상적인 경결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암 치료를 위한 통합의학은 아직 생소하다.

  암 치료는 시기별로 동반되는 증상을 위주로 치료가 진행된다. 수술 후에는 마취·상처 등으로 저하된 신체 기능, 면역력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거나 항암 시기에는 항암제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대증치료를 한다. 말기암 환자에게는 삶의 질을 향상하고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치료가 필요하다. 통합의학으로서의 한의학은 이 모든 과정에서 함께한다. 대표적으로 황기·인삼 등 안전성이 입증된 한약재들이 마약성 진통제의 남용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의학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코크란 리뷰에서도 침 치료가 암 통증에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발표됐다. 침 치료는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 등 세계적인 의료기관에서도 활용한다.

오늘 소개한 ‘융합의학’이라는 개념도 참 흥미롭던데.

  각자의 장점을 살리는 것을 통합의학이라고 한다면 융합의학은 각자의 좋은 점을 발전시키고 부작용이나 단점은 보완해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70년대에 ‘제3 의학’이라는 비슷한 개념이 존재했고 이 개념이 통합의학으로 발전해 활용되고 있다. 갈 길이 멀지만 융합의학의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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