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중앙시평

기후변화와 사회적 합의

중앙일보

입력 2021.11.22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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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과학철학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과학철학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회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는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번에 이루어진 협약의 미미한 내용에 대해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려 197개 참가국이 뭐가 됐건 합의를 이루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여기서 동의한 조치 정도로는 온난화를 저지하는 데 어림도 없다는 판단이다.

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인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등의 배출량을 빨리 현격히 줄여야 하는데 각국은 경제적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매번 강도 있는 협정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으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연소 과정에서 탄소화합물을 배출하는 석유·석탄·천연가스등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원칙은 명시됐으나, 특히 석탄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석탄으로 하는 발전을 궁극적으로 그만두기로 한다는 합의가 거의 이루어졌다가 중국과 인도 등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서 결국 합의문에서 ‘중단’이라는 표현을 ‘감축’으로 바꾸고 말았다.

COP26서 이루어진 미미한 조약
탄소감축에 대한 후발국의 반발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 필요한 때
위기, 기회로 삼는 진취적 지혜를

중국이나 인도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탄소화합물을 대기에 많이 배출하면 지구의 평균온도가 올라간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거기에 대한 책임은 각국에서 공평하게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진국들은 옛날에 기후변화에 대한 의식이 없었던 시대에 마음 놓고 화석연료를 제약 없이 써서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면서 뿜어내 놓은 이산화탄소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경제적 후발국들은 화석원료에 의존한 경제발전을 삼가라고 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전 세계 국가들이 다들 노력하고 희생하며 협력하여 기후변화를 저지하자는 말은 좋지만, 선진국들이 과거에 저질러 놓은 일에 대한 책임은 싹 잊어버리자는 이야기가 되니 부당하고, 아전인수격으로 지구를 위하는 위선이다.

그러면 후발국들은 화석연료를 계속 많이 쓸 수 있도록 협정을 해야 하나? 그것도 원칙론은 쉽지만 실제로 각국의 탄소감축 목표를 어느 정도 조정해 주어야 할지의 판단은 힘들다.

이러한 ‘기후정의(climate justice)’에 대한 논란을 떠나서 과학에 대한 신뢰 문제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포함한 많은 정치인과 국민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사실과 기초 이론도 잘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은 과학자와 의식 있는 시민이 아무리 과학을 따르라고 주장을 펼쳐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화석연료를 생산하거나 화석연료에 의지하는 여러 산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미국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을 세우는 것은 전 세계적 조약을 맺기보다도 더 힘들다.

이렇게 서로 상충하는 관점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기후변화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것인가. 각자 자기의 입장에 기반한 주장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합의점을 찾는 수밖에 없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탄소감축 정책을 수립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 논의에서 항상 강조하는 것은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등의 산업을 권장하고 거기에 투자하면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또 그러한 새로운 산업에서 만들어지는 직종은 월급도 잘 나올 것이라 해 가며 국민을 설득한다. 바이든 정부가 현재 여러 가지로 고전하고 있지만 결국은 외골수가 아닌 정치적 지혜로 성공하리라 생각된다.

화석연료 사용을 제한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성을 극복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석유나 석탄 사용을 줄이면 공기도 좋아지고 석유 유출 등의 여러 가지 환경오염이 줄어든다. 다양한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면 중동과 러시아 등 화석연료 자원이 풍부한 나라에 경제적·정치적으로 끌려다닐 이유도 줄어든다.

또 화석연료는 결국 언젠가는 고갈될 자원이니 그것이 귀해져도 타격을 입지 않도록 대비를 해 놓아야 한다. 한가지 이슈만을 가지고 사회 전체를 특정한 방향으로 밀고 나가는 것은 무리다. 서로 동상이몽 하더라도 구체적 정책과 행동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 나가는 것이 현실적 진보의 길이다.

기후변화는 큰 위기인 반면,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고할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방지를 경제발전과 문화 개선의 능동적인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우선 석유를 수입할 필요가 없다고 상상해보자. 또한 친환경적인 것은 기업에 적대적이고 경제발전을 저해한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제 만만찮게 축적된 우리의 과학기술 역량을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는 여러 가지 첨단사업에 적용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 에너지 저장, 이산화탄소 포집 등등 개발하고 개선해야 할 첨단기술이 끝없이 있다. 여기저기서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밀어줄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를 저지하는 데 한국과 한국인이 창의적으로 진취적으로 세계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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