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재인’ 빼고 각론만 차별화…文보다 지지율 낮은 李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최근 정책행보는 ‘현 정부와의 차별화’로 요약된다. 정권교체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기존 정책을 답습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부동산·경제 과오 인정하지만 “文과 차별화는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권 대학언론연합회 대선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권 대학언론연합회 대선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뉴스1

이 후보와 선대위 주요 인사들이 부동산ㆍ경제 정책 등에서 정부와 각을 세우는 장면은 여러 번 연출됐다. 이 후보는 17일 대학 학보사에서 활동하는 청년들과 만나 “민주당이 미움받는 제일 큰 이유가 부동산 같다. 평생 벌어도 집을 살 수가 없는 상황이 되고 벼락거지가 됐다. 정말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줬다”며 사과했다.

당 주요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당선도 정권교체”라고 외쳤던 송영길 대표는 16일 ‘2021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시작하면서 최저임금을 바로 올린 것은 누가 봐도 문제가 있었는데 걸러지지 않았다. 명백한 저희들의 과오”라고 말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향해 “50조원 넘는 추가세수를 세입예산에 잡지 못했다. 대국민 사과를 하라. (고의라면) 국정조사라도 할 사안”이라며 압박했다.

특이한 건 차별화 포인트를 각론에만 둔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를 직접 지칭하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 후보는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자꾸 차별화라고 하는데, 저는 차별화할 생각이 없다. 차별화라고 갈등을 조장하면 안 된다”며 “청출어람하는 이재명 정부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민주당 지지율보다 높은 文 국정지지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총론은 계승. 각론은 차별화’라는 복합적 행보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엠브레인퍼블릭ㆍ케이스탯리서치ㆍ코리아리서치ㆍ한국리서치 등이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44%였다. 5자 구도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율(35%)과 민주당(33%) 지지도는 이에 못미쳤다.

다른 여론조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12~13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중앙여심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39.4%였다. 이 후보 지지도는 32.4%, 민주당 지지율은 27.7%에 그쳤다.

이 후보와 민주당의 지지율이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면적인 차별화 전략은 오히려 지지층 분열이란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친문 핵심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의 기본은 플러스 정치가 맞다고 생각한다. 차별화는 마이너스 정치라고 생각한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플러스 정치가 되어야 한다는 게 저의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차별화 전략을 취해서는 결과적으로 손해를 볼 거란 취지다.

당 차원의 전략적 움직임 역시 ‘선 지지층 결집. 후 중도확장’ 쪽으로 기울고 있다. 18일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을 공식화한 게 대표적이다. 민주당 협상단장을 맡은 우상호 의원은 “외연 확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지지층이 먼저 총 결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지지율 답보상태가 길어져 원인을 분석해보니 지지층 결집이 여전히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선 결집이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지지층 내에서도 여전히 이 후보에 대한 오해가 있다. 추가 전략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