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권혁재의 사람사진

스스로 물고기가 된 세밀화가 조광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권혁재의 사람 사진 / 조광현씨 얼굴에 고래상어 세밀화를 드리웠다. 세밀화를 그리기 위해 그 스스로 물고기가 되기를 자처했기에....

권혁재의 사람 사진 / 조광현씨 얼굴에 고래상어 세밀화를 드리웠다. 세밀화를 그리기 위해 그 스스로 물고기가 되기를 자처했기에....

“세밀화와 사진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아무리 고해상도 사진이라도
물고기 한 마리를 온전히 낚아챌 수 없죠.”

2015년 세밀화를 그리는 조광현 화가가
인터뷰 중에 한 말이다.

사진기자를 앞에 두고서도
그의 세밀화 예찬은 한 치도 주저 없이 이어졌다.

“사진은 눈에 초점을 맞추면 꼬리가 흐릿해집니다.
시시각각 움직이는 비늘과 지느러미는 또 어쩌고요.
이에 반해 세밀화는 정보의 집합체로서
논문 한 편과 맞먹습니다.
학술 논문, 국내외 도감 등
숱한 자료를 취합해서 그려내기에 그러합니다.”

그러면서 미심쩍어하는 사진기자에게
그가 참돔 세밀화를 들어 보였다.

조광현 화가가 그린 참돔 세밀화, 마치 살아있는 듯 선명하고 또렷하다.

조광현 화가가 그린 참돔 세밀화, 마치 살아있는 듯 선명하고 또렷하다.

곧추선 지느러미 가시,
가지런한 비늘,
보석처럼 박힌 붉고 파란 점,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 선명하고 또렷했다.

“사진으론 물고기를 온전히 낚아챌 수 없다”는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그가 만든 세밀화 도감만 10여 종이었다.
이러한 결과물만으로
그는 국내 바닷물고기 세밀화 일인자로 인정받고 있었다.

유명 화가를 꿈꾸며 개인전도 여러 차례 열었던 그가
세밀화에 빠진 계기가 뭘까?

“생명과 자연이 좋아 바다를 공부해 보니
우리나라에 변변한 어류도감이 없더군요.
그래서 사진으론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세
밀화로 도감을 만들 작정을 했습니다.
세밀화를 그리기 위해 스킨스쿠버를 배웠습니다.
동해·서해·남해·제주는 물론
외국의 다이빙 장소를 스킨스쿠버로 순례했습니다.

물고기는 바다에서 나오면
바로 색이 변하거나 썩기 시작합니다.
더구나 물고기 지느러미는
헤엄칠 때만 활짝 펴지지 않습니까.
물고기의 몸빛 또한
물속에서라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물고기를 만나려
저 스스로 물고기가 된 겁니다.”

최근 롯데출판문화대상에서 최고상 대상을 받은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 보리출판사에서 간행했으며 820쪽에 조광현 작가의 세밀화 528점이 들어있다.

최근 롯데출판문화대상에서 최고상 대상을 받은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 보리출판사에서 간행했으며 820쪽에 조광현 작가의 세밀화 528점이 들어있다.

올해 나온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에
그의 세밀화 528점이 들어있다.
최근 이 책이 롯데출판문화대상에서
최고상 대상을 받았다.
자연 그대로의 물고기를 그려내려
그 스스로 물고기가 된 결과일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