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국야농원의 신지식 임업인 이재경 대표의
호가 국야(菊野)다.
호를 ‘들국화’라 지을 정도로
그는 우리 자생 국화에 빠져 산다.
그가 빠진 건 자생 국화를 복원하거나 새
품종을 만드는 일이다.
지금까지 그가 공식 등록한 자생 국화 신품종만
44종에 이를 정도다.
이는 국내 최다 기록이며,
각 품종 앞에 그의 호인 국야를 붙인다.
이를테면 ‘국야설화·국야수율’같은 식이다.
더욱이 이 두 품종은 멸종 위기 흰감국을
그가 복원·개량한 품종이다.
이 국화 추출물로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을 만들어 팔고 있다.
이러한 육종 공로로
이 대표는 2002년 신지식 임업인으로 선정되었다.
그가 들려준 육종가로 살아온 삶은 이러하다.
“1977년부터 우리 국화의 향기와 색에 매료되어
백두산·금강산·한라산은
물론 전국의 산과 섬을 수없이 누볐어요.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없어지는 것은 살리고,
더 나은 것을 만들어 내는 기쁨에
44년간 육종에 매달려 온 겁니다.
사실 육종가는 불확실한 미래와 싸우는 사람입니다.
서로 다른 꽃과 꽃의 교잡으로
어떤 품종이 나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맘에 드는 품종을 만든 기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래서 주변에선 그를
‘우리 국화의 아버지’라 부르기도 한다.
요즘 그는 새로운 꿈을 꾸며
육종에 힘쓰고 있다.
그건 백두산 바위구절초와
한라구절초를 교잡한
‘통일구절초’를 만드는 일이다.
그가 지난 6년 동안 부단히 실험해왔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한 품종이다.
가장 큰 난제는
두 꽃의 개화 시기가 다르다는 점이다.
백두산 바위구절초는 봄에,
한라구절초는 가을에 꽃피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자신하며 말했다.
“내년이면 ‘통일구절초’가 우리 땅에 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