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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외솔을 따라서… 한글 지킴이 의사 최홍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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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최홍식 교수는 평상시 한글로 된 타이슬링을 목에 걸고 진료한다. 생활 속에서도 한글과 함께하려는 마음에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최홍식 교수는 평상시 한글로 된 타이슬링을 목에 걸고 진료한다. 생활 속에서도 한글과 함께하려는 마음에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비인후과 명의 최홍식 교수님을
‘사람사진’에 추천합니다.

제가 최 교수님께 처음 수술을 받은 건
2007년 봄이었습니다.

화재 연기 흡입으로
기도가 협착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전신마취 수술을 40여 회 넘게 하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이 기도협착이란 게
언제 끝날지 모를 정도로 힘든 병입니다.
이런 저를 저보다 안타까워하며 살펴주는
교수님 덕에 살아내고 있습니다.

숨쉬기 힘들면 어느 때라도
주저 없이 연락하라며 전화번호까지 주셨죠.

응급 상황일 땐 새벽 1시에도,
심지어 유럽 학회를 다녀오시는 귀국 당일에도
공항에서 바로 병원으로 오셔서 수술을 해주셨습니다.
대통령 주치의를 두 번이나 하신 분인데도
저 같은 환자를 이리 대하십니다.

그리고 교수님을 추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지극한 한글 사랑입니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를 맡아
세종대왕 선양 사업과 한글 운동에 헌신하십니다.
얼마 전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운영난을 겪자
10억원을 쾌척했을 정도입니다.

한글날 즈음
사업회의 어려움은 어찌 되었냐고 물었더니
한숨만 쉬시더라고요.
보다 많은 분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것 같아
최 교수님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지어진 지 50년이 넘은 세종대왕기념관 앞에 선 최홍식 교수는 ″세종대왕의 큰 뜻을 품을 수 있는 품 넓은 기념관이 건립되는 날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어진 지 50년이 넘은 세종대왕기념관 앞에 선 최홍식 교수는 ″세종대왕의 큰 뜻을 품을 수 있는 품 넓은 기념관이 건립되는 날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최홍식 교수는 한글운동가이자 독립운동가인
외솔 최현배(1894~1970) 선생의 손자였다.

그에게 오늘날 세종대왕기념사업회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뭔지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는
1956년 외솔 할아버님 주도로 시작되었습니다.
각급 학교와 범국민 모금에다
정부지원이 합쳐져 1969년 세종대왕기념관이 준공되었고요.
여기 세종대왕기념관이 세워진
서울 동대문구의 이 땅이 국가 소유입니다.
그래서 정부 직영 단체가 아닌 우리는
매년 수억 원의 대지 사용료를 내야 합니다.
누적된 부채를 해결하려
제가 기부금을 내놓았지만 급한 불만 겨우 꺼놓은 격입니다.”

제세 공과금 납부에도 허덕이는
기념회를 유지해야 현실은
외솔의 손자로서 세종대왕의 참뜻을 잇는다는
사명감만으로 버티기엔 괴리감이 컸다.

그는 현재 세종대왕기념사업회 대표 이사이다. ‘한글이 목숨’이라는 신념으로 한글을 지켜 온 외솔 최현배 선생의 유지를 이렇게 잇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그는 현재 세종대왕기념사업회 대표 이사이다. ‘한글이 목숨’이라는 신념으로 한글을 지켜 온 외솔 최현배 선생의 유지를 이렇게 잇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그럼에도 그는 ‘한글이 목숨’이라는 신념을 지켜 온
외솔의 유지를 잇는 꿈을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한글박물관이 있는 곳에
세종대왕기념관을 세운다면 더 없는 유산이 되지 않을까요?”

2021년 한국문화상품 아이디어 공모전 세종대상 수상작인 목은명작가의 '한글 보퉁이 둘째와 나전노리개'를 보여주고 있는 최홍식 교수. 그는 우리 한글로 된 문화상품을 알리기 위해 이 보퉁이를 BTS에게도 전달했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21년 한국문화상품 아이디어 공모전 세종대상 수상작인 목은명작가의 '한글 보퉁이 둘째와 나전노리개'를 보여주고 있는 최홍식 교수. 그는 우리 한글로 된 문화상품을 알리기 위해 이 보퉁이를 BTS에게도 전달했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