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권혁재의 사람사진

'등 번호 11'을 기리다 / '1984 최동원' 조은성 감독

중앙일보

입력 2021.12.0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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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최동원의 등 번호가 '11'인 이유,  에이스의 의미인 '1'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하는 게 야구라는 의미로 '11'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최동원의 등 번호가 '11'인 이유, 에이스의 의미인 '1'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하는 게 야구라는 의미로 '11'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통장 잔고가 갈수록
한 번도 본 적 없는 마이너스 숫자가 되네요.
다큐멘터리 감독은
누구에게 돈이든 마음이든 빚지는 숙명인가 봐요.”

다큐멘터리 영화 ‘1984 최동원’을 연출한
조은성 감독의 말이다.

그런데도 그는 왜 장장 6년간
이 영화를 만드는 데 매달렸을까?

이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은
어쩌면 유치함에 가까웠다.
“어릴 적에 야구를 했습니다.
최동원 선수를 좋아해서 야구를 한 겁니다.
제가 잘할 수 있는 게 영화니
영화로나마 그를 기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덤벼든 겁니다.
최동원 선수가 그렇게 살았듯이요.”

경기 중 최동원은 자주 안경을 고쳐 올렸다. 조은성 감독이 그 모습을 따라 안경을 고쳐 올렸다.

경기 중 최동원은 자주 안경을 고쳐 올렸다. 조은성 감독이 그 모습을 따라 안경을 고쳐 올렸다.

조 감독은 영웅을 기린다는 마음으로
6년간 최동원에 매달린 게다.

생면부지인 조 감독으로부터
전화가 온 게 5년 전이다.

“영화를 위해 최동원 선수 사진을
제공해 주실 수 없을까요?”

사실 사진을 주면서도
과연 영화가 완성될지 반신반의했다.
방송국에조차 최동원 선수 자료가
거의 없다시피 한 현실에,
가고 없는 사람의 영화를 만드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까마득히 잊고 있던 터에
지난달 11일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최동원의 등 번호 ‘11’을 기리기 위해
개봉 날을 택했다는 소식과 함께였다.

조 감독을 만나 영화를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사람입니다. 그를 증언할 사람,
그리고 누구보다 최동원을 사랑했던 그의 아버님 덕입니다.
아버님이 방송 장면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 17개가 결정적이었어요.
방송국에도 없는 자료를
녹화해 놓았기에 영화가 완성된 겁니다.”

최동원을 기록한 아버님,
또 고인과 함께했던 동료,
라이벌의 증언으로 영화가 만들어진 게다.

사진을 찍으며 조 감독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조은성 감독이 입은 유니폼의 등 번호 또한 '11'이다. 이 또한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영화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인 게다.

조은성 감독이 입은 유니폼의 등 번호 또한 '11'이다. 이 또한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영화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인 게다.

“그거 아세요?
원래 중학교 때까지
최동원 선수의 등 번호가 1번이었다는 사실요.
에이스라는 의미로 1번을 택한 거죠.
그런데 고등학교 올라가서 11번으로 바꾸었습니다.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하는 것이라서
11번으로 바꾸었다네요.”

결국 사람과 사람이
이 영화를 만들어 내었다는 의미와 다름없었다.

조은성 감독이 제작자인 안영진 프로듀서와 함께 섰다.  둘은 자그마치 6년을 매달려 '1984 최동원'을 만들어 내었다.

조은성 감독이 제작자인 안영진 프로듀서와 함께 섰다. 둘은 자그마치 6년을 매달려 '1984 최동원'을 만들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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