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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 대신 여유와 관조…팬데믹에 열린 빈필 내한 공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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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팬데믹 기간의 첫 대형 오케스트라 내한이었다. [사진 세종문화회관]

1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팬데믹 기간의 첫 대형 오케스트라 내한이었다. [사진 세종문화회관]

14일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 오스트리아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빈필) 단원들이 차례로 무대 위에 올라와 섰다.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어 주머니에 넣은 단원 대부분은 객석을 바라보며 한동안 눈을 맞추고 자리에 쉽게 앉지 못했다.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4~17일 한국 4회 공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대형 오케스트라 내한 #단원대표 "이렇게 감정적이었던 연주는 드물었다"

“오랜 기간 연주해 왔지만 이번 아시아 투어만큼 감정이 격해지는 일은 거의 없었다.” 빈필의 단원 대표이자 제1바이올린 연주자인 다니엘 프로샤우어는 1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팬데믹 기간에 열린 해외 공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빈필은 여든의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와 함께 이달 3~12일 일본에서도 8차례 공연을 열었다. 한국 공연은 2019년 이후 2년 만이다. 지난해 공연이 코로나19로 취소됐고, 올해는 2주 자가격리를 면제받으며 서울 무대에 설 수 있었다. 프로샤우어는 “음악을 연주하고 들을 수 있다는 데 대한 단원과 청중 모두의 감사가 공연 내내 느껴졌다”고 했다. 대규모 해외 오케스트라의 내한은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다분히 감정적인 분위기였지만, 음악만큼은 담백했다. 첫 곡인 모차르트 교향곡 35번에서 무티는 속도를 늦춰 잡으며 연주를 시작했다. 마지막 4악장까지 음악은 담담했고 오케스트라 음색은 밝았다. 이어 연주한 슈베르트 9번 교향곡에는 작곡가의 감정적 굴곡과 수많은 음악적 아이디어가 이어진다. 지휘자는 드라마틱한 해석을 경계하고 악단의 연주가 흘러가도록 놔두었고, 빈필의 노련한 연주자들은 디테일을 살려냈다. 앙코르인 요한 슈트라우스의 ‘황제 왈츠’에 이르러서야 빈필 특유의 쨍한 음색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왔다.

본 프로그램은 화려하게 빛나기로 유명한 빈필 사운드의 전통에 비하면 색이 옅었다. 세종문화회관의 소리 울림이 적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랬다. 음악 칼럼니스트 황장원은 “빈필의 사운드는 무티와 만나면 특유의 화려함이 다소 억제되는 경향이 있다”며 “여든의 지휘자는 다분히 관조적인 시선으로 작품의 보다 깊은 층위를 차분히 응시했고 악단은 극히 섬세하고 내밀한 앙상블로 화답했다”고 말했다.

무티와 빈필은 특별한 관계다. 무티는 30세이던 1971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빈필을 처음 지휘했다. 빈필 데뷔 50년인 올해의 1월 신년음악회를 맡으면서 현존 지휘자 중 신년음악회 최다 지휘(6회)를 기록한 지휘자다. 무티의 80세 생일 공연을 담당한 악단도 빈필이다. 빈필은 지난 6월 이탈리아 밀라노로 날아가 라스칼라 극장에서 무티와 함께 생일 기념 파티를 열었다. 다니엘 프로샤우어는 “이 모든 축하의 하이라이트가 아시아 공연”이라고 했다.

빈필의 단원 대표인 다니엘 프로샤우어. 1998년부터 빈필의 제1바이올린에서 연주하고 있다. [사진 빈필 홈페이지]

빈필의 단원 대표인 다니엘 프로샤우어. 1998년부터 빈필의 제1바이올린에서 연주하고 있다. [사진 빈필 홈페이지]

프로샤우어는 “무티는 젊은 시절 빈필에게 많은 걸 배웠다고 했는데, 이제는 무티보다 젊은 단원들이 그에게 배우고 있다”며 “그는 우리로부터 부드럽고, 마음을 움직이는 소리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또 “얼마 전에는 빈필의 소리가 너무 좋다며 ‘당신들이 나보다 훨씬 낫다’는 농담을 하더라. 가족과 같은 관계”라고 말했다.

빈필은 단원, 스태프, 전속 의사까지 포함해 90여명이 전세기를 타고 한국에 왔다. 15일 대전 예술의전당,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17일 부산 벡스코까지 총 4회 공연이다. 대전ㆍ서울에서는 슈베르트 교향곡 4번, 스트라빈스키 ‘요정의 입맞춤’, 멘델스존 ‘이탈리아’ 교향곡을 연주하고, 부산의 연주곡목은 14일 세종문화회관과 동일하다. 한국 이후엔 이집트로 간다. 프로샤우어는 “빈필의 이집트 공연은 1950년대 카라얀과 함께한 이후 처음으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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