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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이재명의 일차원적 언론혐오증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행보 사흘째인 14일 오후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활주로에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에 탑승해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2021.11.14/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행보 사흘째인 14일 오후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활주로에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에 탑승해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2021.11.14/뉴스1

이재명 ‘기울어진 운동장’론 피해의식
네이버,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 퇴출
진짜 강자는 포털..언론 지배하는 언론

1. 이재명 민주당후보가 14일 경남 거창군청 앞에서 언론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습니다.
‘사실 요즘 되게 힘들다. 잡초처럼 밟히면서도 이 자리까지 왔는데..거대한 벽이 앞에 놓여 있다는 것을 절감할 때가 많다.’

2. ‘거대한 벽’이란 자신을 둘러싼 언론환경을 말합니다.
자신에겐 불리하고 상대방(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겐 유리한‘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했습니다. 지지자들에게 ‘나쁜 언론환경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SNS로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확산해달라는 당부입니다.

3. 정치와 언론은 긴장관계가 정상입니다.
정치인 입장에선..대개 언론이 자신을 더 많이 비판한다는 자기중심적 판단을 하기에..‘기울어진 운동장’이라 느낄 겁니다. 윤석열도 고발사주 의혹이 보도되었을 때 ‘메이저 언론 통해 문제제기하면 좋겠다’며 최초보도한 인터넷언론(뉴스버스)을 비하했습니다.

4. 언론을 적대시하는 정치인의 판단은 매우 일차원적입니다. 미국 트럼프처럼 말은 ‘국가의 적’이라지만..사실은 개인적 피해의식입니다.
언론환경은..보는 입장마다 전혀 다르게 보이며..특히 최근 디지털시대 언론환경은 매우 복잡다변해 한가지 잣대로 설명이 어렵습니다.
간단히 정리해도 세가지 특징은 기억해야합니다.

5. 첫째, 정치후진국일수록 언론환경은 집권여당에 유리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표적인 예가 MBC입니다. 민간방송이던 MBC와 TBC(현재의 KBS2)를 공영화한 것이 1980년 군부정권의 방송통폐합입니다. 말만 5공청산이지..지상파는 여전히 5공체제입니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KBS MBC 사장이 교체되면서 방송국 전체가 물갈이 인사로 몸살을 앓습니다.

6. 둘째, 언론사가 과거의 영향력을 상실했습니다. 말그대로 생존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런 환경변화를 상징하는 충격적인 뉴스가 12일 나왔습니다. 연합뉴스가 포털(네이버와 다음)에서 퇴출당했습니다. 18일부터 포털에서 연합뉴스 기사는 사라집니다. 일부러 검색하면 찾아볼 수는 있습니다만..

7. 연합뉴스는 대한민국 유일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이자 국내최대 뉴스생산업체입니다.
연합뉴스 역시 5공 유산입니다. 군부정권이 언론통제차원에서 통신사를 하나로 통폐합했습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 판을 키운 사람은 노무현입니다. 연합뉴스에 정부예산(매년 300억 이상)을 퍼부었습니다. 연합뉴스가 인터넷 뉴스시장의 70%를 점유했습니다. 노무현은 인터넷뉴스시장의 친정부화를 의도했습니다.

8. 퇴출이유가 충격적입니다.
연합뉴스가 ‘광고’2000여건을 ‘기사’처럼 위장해 포털에 내보냈다가 제휴평가위원회(포털이 만든 심의기구)에 걸렸습니다. 광고를 기사로 위장해 포털에 유통시켜주면 더 많은 광고비를 받습니다. 정부예산까지 받는 국가기간통신사가 돈이 궁해 불법행위를 한 셈입니다.

9. 셋째, 진짜 강자는 포털입니다.
포털은 언론을 지배하는 언론입니다. 이재명을 비판하는 기사든 옹호하는 기사든..소비자는 모두 포털에서 봅니다. 포털은 소비자가 좋아하는 뉴스를 골라 보여줍니다. 소비자는 뉴스를 편식하게 됩니다.
반면 언론사는 포털에서 많이 노출되는 뉴스를 생산해야 돈을 법니다. 그래서 포털 알고리즘에 맞춰..정치적으로도 선정적인 기사를 많이 쓰게 됩니다.

10. 대권주자면 이런 언론환경을 감안한 종합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언론은..정치인 개인에겐 성가신 존재이지만..그럼으로써 민주주의를 지킵니다. 넓게 보자면..미디어산업은 4차산업혁명 시대의 총아입니다.
언론을 욕하는데 그쳐선 안됩니다.
〈칼럼니스트〉
2021.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