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허경영전화 받았죠?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8월 1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주산성에서 열린 공식 대선출마 기자회견에 백마를 탄 채 입장하고 있다. 뉴스1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8월 1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주산성에서 열린 공식 대선출마 기자회견에 백마를 탄 채 입장하고 있다. 뉴스1

1. 주말동안 ‘허경영 전화’가 화제였습니다. 대권출마 선언한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자신의 음성(12초 분량)이 담긴 투표독려전화(02-780-9010)를 13, 14일 전국으로 발신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허경영 대통령 후보입니다..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기 위한 첫걸음은 용기 있는 투표입니다..’

2. 화제가 된 것은..주로 젊은이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인증 글을 올리는 놀이를 즐겼기 때문입니다.
‘핵인싸만 받는다는 허경영 전화..받았어요.’
‘저도 ㅋㅋㅋ’
‘ㅋㅋㅋ 찍을 사람 없는데 찍어줄까..’

3. 핵인싸는 ‘핵+인사이더’합성어로..또래집단에서 매우 인기 있는 사람이란..좋은 뜻입니다.
물론 허경영전화는 핵인싸에게만 한 건 아닙니다. 홍보팀에서 확보한 전화번호로 무차별적으로 걸었습니다. 그래서 항의도 많았다고 합니다.
불법도 아닙니다. 홍보팀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사전 문의했답니다. 단순한‘투표독려’는 선거법상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답니다.

4. 진복기(1917-2000년)라는 인물을 연상시킵니다.
그가 실제로 대통령후보로 출마한 것은 1971년입니다. 박정희 후보와 김대중 후보가 격전을 치른 선거에서 3위(1.03% 득표)를 했습니다. 그 살벌한 시기에 그는 ‘신안 앞바다 보물을 발굴해 모든 국민을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는 황당한 공약으로 실소를 자아내게 했습니다.
이후 진복기는 출마선언만 하고 기탁금이 없어 출마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대선철만 되면 화제가 됐던 것은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습니다.

5.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이번 대선은 최악의 비호감 투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11월초 한국리서치 ‘비호감도’조사에 따르면..이재명 59.5% 윤석열 56.1%입니다. 여야 막론하고 정치신인이 대선후보가 된 것부터가 정치에 대한 불신의 결과입니다. 그들의 초보정치가 다시 불신을 높이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듯합니다.

6. 그렇다고 50년전 진복기와 같은 인물이 대중의 화제가 된다는 건 너무 시대착오적입니다.
허경영은 자신의 음성메시지가 화제가 되자 SNS에 다시 글을 올렸습니다. ‘허경영전화 받았죠?’라고..몹시 즐기는 느낌입니다.
〈칼럼니스트〉
2021.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