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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화난 시진핑, 미국에 경고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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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16일 오전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화상 회담 모습. 2021.11.16 [신화통신 화면 캡처]연합뉴스

16일 오전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화상 회담 모습. 2021.11.16 [신화통신 화면 캡처]연합뉴스

1. 바이든 정부 출범이후 처음으로 미중 정상회담이 15일 화상으로 열렸습니다.
베이징 시간으로 오전 8시46분부터 무려 3시간30분간 열렸습니다. 당초 미국은 지난달 로마에서 열린 G20회의에서 얼굴 맞대고 회담하길 원했습니다. 중국이 코로나 핑계로 거부했습니다. 시진핑은 작년초부터 해외로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2. 회담의 하이라이트는 대만과 관련된 시진핑의 발언입니다.
‘미국 일부 인사들이 대만문제를 이용해 중국을 제어하려고 한다..이는 매우 위험한 불장난이다. 불장난 하는 사람은 반드시 불에 타죽는다.’

‘중국은 인내심을 가지고 평화통일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만일 대만독립 세력이 도발하거나 레드라인을 넘어서면 단호히 조치할 것이다.’

3. ‘불에 타죽는다’는 경고는 정상회담에서 보기 힘든 표현입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반발이기도 합니다. 바이든은 지난 10월21일 타운홀미팅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방어하겠느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Yes!’라고 답했습니다. 그것이 미국의 당연한 책무라고..설명까지 덧붙였습니다.

4. 바이든 취임 이후 미국은 실제로 그런 움직임을 보여왔습니다.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군용기를 타고 대만을 들락거렸고, 각종 무기를 팔았으며, 급기야 ‘미군이 대만에 주둔하고 있다’고 차이잉원 대만총통이 27일 CNN과 인터뷰에서 밝히기까지 했습니다. 미군과 대만군이 2년간 각종 군사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사실도 공개됐습니다.

5. 중국은 이런 움직임에 무력시위로 대응해왔습니다.
중국 전투기는 미중 정상회담 이틀 전인 14일까지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무시로 드나들었습니다. 지난달만 무려 196대가 침범했습니다.
중국해군은 ‘순찰’이란 이름으로 대만해협에서 각종 기동훈련을 벌이고 있습니다.

6.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전쟁 가능성이 우려돼왔습니다.
중국은 대만을 합쳐야 ‘천하통일’이 완결된다고 생각합니다. 1950년 통일을 가로막은 건 대만해협에 끼어든 미군 함대였습니다. 시진핑이 강군을 강조하면서..빠르면 인민해방군 창군 100년인 2027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이란 예상까지 나왔습니다.

7. 시진핑의 진지한 경고에..바이든의 반응은 조금 후퇴하는 느낌입니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일관되게 시행해왔다..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

‘대만해협과 지역의 평화 안정을 해치는 일방적 행동을 반대한다.’

‘우리는 중국에 반대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으며..중국과 충돌한 생각이 없다.’

8. 이밖에 홍콩과 위구르족 인권문제, 양국간 교역문제 등에 대한 얘기가 오갔습니다만..대개 기존의 각자입장을 밝힌 수준입니다.

결과적으로 회담의 최대성과는 ‘대화를 시작했다’로 보입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3월 양국 외교수장들이 알래스카에서 만났을 당시 살벌했던 분위기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9. 긴장완화를 위한 우선조치로..바이든과 시진핑은 ‘오해나 돌발사태로 인한, 원치않는 무력충돌을 예방하는’ 채널과 가드레일을 마련하자는데 뜻을 같이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들이 취해질지 지켜봐야겠습니다만..암튼 1년간 고조돼온 긴장에 비로소 한숨 돌릴 수 있게돼 반갑습니다.
〈칼럼니스트〉
2021.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