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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뒤 국채 78.9% 예상···文 '40% 논란' 이재명이 불붙이나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오른쪽) 전 경기지사가 지사 시절인 지난해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만나 인사를 나누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오른쪽) 전 경기지사가 지사 시절인 지난해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만나 인사를 나누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국내총생산(GDP) 대비 몇 퍼센트가 과연 적정한 국가채무 비율일까. 경제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이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대표적 '난제'로 꼽힌다. 진보냐, 보수냐 관점에 따라 재정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다르고 여당이냐, 야당이냐에 따라서도 입장이 변한다.

같은 정치인이라도 처한 상황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곤 한다. 대표적인 게 2019년 5월 제기된 ‘국가채무 비율 40%’ 논란이다.

당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비공개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국가채무 비율을 GDP 대비 40% 선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보고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나라만 40%가 마지노선인 근거가 무엇이냐”는 취지로 물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게 발단이었다.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로선 국가채무를 늘려서라도 적극적으로 일자리 문제 등을 해결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논란은 그로부터 4년 전인 2015년 9월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했던 발언까지 소환시키며 확산됐다. 문 대통령이 당시 박근혜 정부 재정 상황을 겨냥해 “국가채무 비율이 마지노선인 40% 선을 넘었다”며 “새누리당 정권 8년, 박근혜 정부 3년 만에 나라 곳간이 바닥났다”고 비판했던 내용이었다. 4년여 만에 문 대통령의 입장이 바뀐 데 대해 유승민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은 “심각한 망각이거나 위선”이라고 꼬집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1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1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뉴스1

그런 논란이 있은 지 2년 6개월여가 흐른 지난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당 중앙선거대책위 회의에서 국가채무 비율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국가의 가계 지원이 세계에서도 가장 적은 정책적 환경 때문에 가계부채 비율은 높아졌지만 국가부채 비율은 전 세계에서도 가장 낮은 비정상 상태가 된 것 같다”며 “적정 규모의 가계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고, 국가부채 비율이 크게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빚을 막 늘리자는 뜻은 전혀 아니다”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정부가 빚을 더 내서라도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 후보의 말대로 올해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은 47.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80.9%(2019년)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증가 속도는 빠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36%였던 국가채무 비율은 2018년 35.9%로 살짝 낮아졌다가 37.6%(2019년)→43.8%(2020년)→47.3%(2021년)로 빠르게 상승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21~2030년 중기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상황이 유지될 경우 2025년 61%를 거쳐 2030년에는 78.9%까지 치솟는다. 앞으로 9년 동안 31.6%포인트가 뛰는 걸로 예상되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이후 재량지출(정부가 조절할 수 있는 지출)을 2025년 수준으로 동결할 경우에는 그나마 국가채무 비율이 6.6%포인트 떨어진 72.3%로 전망된다.

이미 국가채무 비율 급등이 예견된 상황에서 이 후보가 국가채무 비율 이슈를 계속 거론할 경우 정치권에선 이 문제가 쟁점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기본소득과 같은 이 후보의 대표 정책에는 재정의 뒷받침이 필수고, 증세를 하지 않고서는 국가부채 비율이 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왼쪽)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왼쪽)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연합뉴스

이미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경선 기간 동안 국가채무를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재명 후보가 내놓은 기본소득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대선 본선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겠다”며 별렀다. 홍준표 의원은 “이재명 후보는 전형적인 포퓰리스트로 국가채무가 무려 1000조원 시대를 넘었는데 지금도 기본소득으로 퍼줄 궁리만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통한 국가채무 감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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