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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 따를 것" 구글 꿇린 국회…이원욱·조승래 당근과 채찍

중앙일보

입력

국회 이원욱 과방위원장(민주당 의원)이 4일 과방위원장실에서 구글의 윌슨 화이트 글로벌 정책부문 총괄에게서 개정법에 따른 이행계획을 듣고 있다. 이원욱 의원실 제공

국회 이원욱 과방위원장(민주당 의원)이 4일 과방위원장실에서 구글의 윌슨 화이트 글로벌 정책부문 총괄에게서 개정법에 따른 이행계획을 듣고 있다. 이원욱 의원실 제공

세계 최대 검색엔진 업체 구글이 자사가 운영하는 앱마켓 ‘구글플레이’ 내 결제 방식을 국회가 개정한 법에 따라 고치기로 했다.

구글의 윌슨 화이트 글로벌 정책부문 총괄은 4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방문해 이원욱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화이트 총괄은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계 최초로 통과한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을 준수하기 위해 어떻게 결제방식을 바꿀 것인지 ‘개정법 이행계획’을 설명했다.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은 앱마켓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유료 콘텐츠를 결제할 때 특정 결제 방식만 이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는 구글이 2021년 10월부터 구글플레이에서 내려받은 앱 내에선 반드시 구글의 인앱결제 방식으로만 유료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도록 정책을 변경하기로 예고해 결제 수수료를 독점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발의됐다.

화이트 총괄은 “이행계획의 세부사항을 정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국회 과방위원장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한국법을 준수하기로 한 구글의 결정에 감사하다”며 “ESG(환경·사회·기업 지배 구조) 경영을 통해 한국 내 사회적 기여를 늘려달라”고 말했다.

구글 돌려세운 이원욱의 당근과 조승래의 채찍

당초 구글은 국회가 이 법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격렬하게 저항해왔다. 과방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법안 발의, 상임위 논의, 본회의 통과 과정에서 구글이 국내 대형 로펌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많은 돈을 들여서 법안 처리를 막으려고 시도해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법이 통과된 뒤에도 처음엔 구글은 법을 따를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구글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1차 개정법 이행계획에 대해 방통위는 지난달 25일 “바뀐 법을 준수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 절차, 세부 일정 등이 명확하게 포함돼 있지 않아 이행계획이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를 돌려보내고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구글이 입장을 바꾸기로 발표한 4일까지 이 위원장은 구글에게 “한국법을 따르는게 모두에게 ‘윈윈(win-win)’ 전략이다”고 설득했다. 이 위원장 측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저항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구글이 공정한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이득이 될 것이라고 구글 측을 충분히 설득해 입장을 돌려세웠다”고 말했다.

조승래 과방위 안건조정소위 위원장이 지난 7월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이른바 ‘인앱결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전체 회의 상정 여부를 논의했다. 뉴스1

조승래 과방위 안건조정소위 위원장이 지난 7월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이른바 ‘인앱결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전체 회의 상정 여부를 논의했다. 뉴스1

반면 국회 과방위 여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구글 측의 면담 요청에 “한국법을 따를 생각이 없으면 만나지도 않겠다”며 초강수를 뒀다. 조 의원은 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한민국 국회가 구글이 하고 싶은 말 하고 사진 찍고 가는 곳이 아니다”며 “들러리 서는 일은 해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구글 측에 개정법 이행계획을 서면으로 먼저 보내고 협의의 여지가 있을 때 만나겠다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3일에도 넷플릭스의 딘 가필드 공공정책 부사장이 오전 이원욱 위원장을 만나 “한국이 추진 중인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만을 반복해 말했다는 상황을 전해듣고, 오후에 예정돼 있던 넷플릭스와의 면담을 취소했다.

조 의원은 “구글, 넷플릭스 등 세계 최대 업체들이 전 세계에서 한국을 4차 산업과 콘텐츠 시장의 최전선으로 여기고 있단 걸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새로운 영역에 대한 정책과 법제도를 한국이 어떻게 설계하는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 법개정과 이행계획 요구 조치는 미국과 유럽 등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산업 규제 고삐 조이는 당정

이날 오후 민주당과 정부는 비공개 당정협의회를 열어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들의 교통정리를 했다. 21대 피감기관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는 정무위와 방통위가 있는 과방위에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으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고 이용자를 보호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공정위와 방통위가 맡아야 하는 역할과 권한을 교통정리하는 게 이날 당정협의의 목적이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회의를 마친 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각 부처의 차관급과 실무진을 불러서 결론을 곧 낼 수 있는 수위까지 합의를 했다”며 “통상적인 공정거래의 영역은 공정위가 맡고 이용자 보호는 방통위가 담당하는 것이 큰 골자”라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중개자와 판매자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없도록 하는 이른바 ‘이재명표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에 대해서 박완주 의장은 “거기까진 검토하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정권 잡아서 논의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4일 입장문을 통해 “기존법으로 규제가 충분한데 이중규제가 될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을 만들면 국내 플랫폼 업계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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