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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보호의 역설…외국산 수입 늘고 기술 후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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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는 2018년 3차원(3D) 프린터를 ‘중소기업간 경쟁품목’으로 지정했다. 그러면서 3D프린터의 공공 조달시장에서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했다. 지난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한국의 3D프린터 기술 수준이 미국의 67.5%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3D프린터 분야에서 중국산 제품의 수입은 2017년 569만 달러에서 지난해 1023만 달러로 늘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중소기업의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중소기업간 경쟁품목 제도가 새로운 산업에서 국내 업체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을 4일 내놨다. 그러면서 3D프린터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한국의 3D프린터 기술 수준이 중국·일본·유럽 등에도 뒤진다고 평가했다.

3D프린터와 관련한 국내 기업의 42%는 연간 매출액 1억원 미만의 영세업체였다. 연간 매출액 1억~10억원인 업체도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국산 3D프린터는 대규모 산업용보다는 교육용이나 가정용의 비중이 높았다. 대당 가격은 500만원 이하가 많았다.

정부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13년 대기업의 공공 조달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이후 공공 소프트웨어 조달시장의 상황은 크게 변했다. 2010년에는 대기업 비중이 76%였지만 2018년에는 중소기업 비중이 93%였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내수 의존도는 82%를 기록했다. 수출보다는 내수 위주로 시장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전자정부 수출 실적은 2015년 5억3404만 달러에서 2019년 3억99만 달러로 줄었다.

전경련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의 경영이 악화하거나 악화를 예상하는 경우 대기업의 진출을 금지·제한하는 제도다. 정부가 탄소 배출량을 절감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주요 화학기업들은 폐기물 처리나 자원 재활용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은 2015년 58%에서 2019년 41%로 낮아졌다. 폐플라스틱 수입량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전경련은 “정부가 소비자 이익이나 산업 고도화보다 중소기업 입장만 고려하면 주요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국내 공공 (조달시장) 입찰 실적이 없으면 대기업도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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