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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카드로 '공짜지하철' 탄 50대 "법 모호"…헌법소원 기각

중앙일보

입력

서울지하철 개찰구 모습. 최정동 기자

서울지하철 개찰구 모습. 최정동 기자

‘경로우대 카드’로 지하철 무임승차를 하다가 적발돼 벌금을 내게 된 50대 남성이 “법 조항이 모호하다”며 헌법소원심판을 냈지만 기각됐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A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형법의 편의시설부정이용죄(제348조의2)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했다고 4일 밝혔다.

2018년 10월 A씨는 10차례 경로우대카드를 사용하며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고 13500원의 요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적발됐다. 당시 A씨는 59세로 만 65세 이상 국민만 받을 수 있는 경로우대카드 발급 대상자가 아니었다.

A씨는 형법의 편의시설부정이용죄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법은 부정한 방법으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자동판매기 등 기타 유료자동설비를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한 사람에 대해 3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한다고 정했다.

1심은 A씨에게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A씨는 불복해 항소했고 2심에서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따져달라고 법원에 신청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A씨의 벌금형을 그대로 인정하자 A씨는 직접 헌법소원을 냈다.

A씨는 자신에게 적용된 ‘편의시설부정이용죄’라는 법 조항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법에서 ‘부정한 방법’의 구체적인 사례를 정한 것이 없는데 다른 사람의 카드를 사용한 것을 부정한 방법으로 단정 지어 해석할 수 없다는 취지다.

헌재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부정한 방법’이라는 표현은 다른 법률 곳곳에서 사용되는 표현임을 전제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이를 “사회통념에 비춰 허용되지 않는 비정상적 방법으로, 사용규칙이나 방법에 위반되는 일체의 이용방식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재판관들은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해당 법 조항이 무엇을 금지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고 법원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염려도 없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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