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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코로나 3일만에 2000명 확진…조기 서킷브레이커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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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돌입 사흘째인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2000명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위드 코로나 여파가 본격 반영되기 전인 데도 이전부터 이어져 온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으며 환자가 크게 늘었다. 중요한 건 위중증 환자 등의 규모를 의료체계가 감당 가능할 수준으로 통제하는 건데, 예상보다 빨리 서킷 브레이커(비상계획)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전문가들은 확진자 증가는 예상했던 시나리오인 만큼 빨리 의료 대응 채비를 갖추고 고위험군의 부스터샷(추가접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3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신규 환자가 2667명 발생해 전날(1589명)보다 1078명 늘었다고 밝혔다. 역대 4번째로 많은 규모다. 주말 검사 감소 효과가 끝나는 수요일에는 통상 확진자가 늘긴 하지만, 1000명 이상으로 급증한 건 이례적이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비상이 걸린 3일 선별검사소가 마련된 대전시청 남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검사에 앞서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비상이 걸린 3일 선별검사소가 마련된 대전시청 남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검사에 앞서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당국은 지난달 말 위드 코로나 직전 징검다리 격으로 접종 완료자 중심의 방역 완화를 시행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한다. 정통령 중앙방역대책본부 총괄조정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여러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10월 18일 거리두기를 완화하면서 사적 모임 제한이 완화된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초기 예방접종을 받은 분들의 면역이 감소하는 시기인 데다 계절적 요인 등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을 거로 본다”고 말했다. 찬 바람이 불면서 실내 활동이 많아지고 바이러스 생존에도 유리해진 데다, 올 초 접종한 이들의 예방 효과가 떨어진 영향이라는 얘기다. 이동량 지표도 오르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10월 25~31일 수도권과 비수도권 주간 이동량은 1억2946만건, 1억1950만건으로 직전 주보다 각각 2.1%(265만건), 2.3%(267만건) 늘었다. 고속도로 통행량(1.5%), 신용카드 매출액(6.2%) 등도 상승 중이다.

위드 코로나 영향이 본격 반영되면 환자는 더 늘 수 있다. 해외 사례를 봐도 위드 코로나 이후 확진자 급증은 당연한 수순이다. 앞서 당국은 단계적 일상회복 후 현 수준의 2~3배까지 환자가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감염재생산지수(Rt)가 1.06 수준인데 더 올라갔을 것”이라며 “Rt값이 1.2로만 올라가도 일일 확진자는 다음 주 3500명, 그다음 주 5000명, 그다음 주 7500명 이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총 확진자 규모보다 중요한 건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준으로까지 위중증 환자, 사망자 규모를 관리할 수 있느냐다. 지난달 22일 위드 코로나 2차 공개 토론회에서는 “위드 코로나의 중요한 방점이 확진자 기반에서 벗어나겠다는 건데, 확진자를 논하고 지나치게 조심하면 왜 일상회복을 하는지 목표와 근거가 상충하는 모순적 현상이 발생한다”(권순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통상 확진자 중 위중증으로 악화하는 환자 비율은 1.5~2% 정도인데 당국은 의료체계가 감당 가능한 확진자 최대치는 5000명 정도라고 제시한 바 있다. 중수본에 따르면 전국 중환자실은 1000여개 정도로, 현재 위중증 환자가 378명(3일 기준)인 걸 감안하면 환자가 급증해 5000명 수준으로 5~6일 지속 발생하는 정도까지는 버텨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의료 현장에서는 좀 더 심각하게 현 상황을 바라본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국 기준으로 중환자 병상이 50% 정도 가동되고 있어 여유로워 보이지만 수도권 가동률은 60%를 넘기 시작했다”며 “수도권에서 환자 70~80%가 나오고 있으니 수도권 중환자 병상이 차버리면 다른 데가 안 차더라도 서킷 브레이커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탁 교수는 “국민이 기대한 것보다 빨리 한달이면 (서킷 브레이커 상황에)도달할 것”이라며 “한달 만에 위드 코로나 전환됐는데 다시 멈춤하자 하면 용인할 수 있을 것이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강원대학교병원 음압 병상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연합뉴스

강원대학교병원 음압 병상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연합뉴스

정부는 가급적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중환자의 상태가 호전되면 상급종합병원에서 종합병원이나 중소병원으로 최대한 전원시키고 필요하면 추가로 병상을 확보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그러나 “병상을 동원할 수 있는 만큼 동원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한편에선 확진자가 빠르게 늘지 않게 역학조사 인력을 강화하고 집단감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체계를 정비하는 노력을 해야 하다”고 말했다. 재택치료 미비점을 보완하고 잘 안착시켜 궁극적으로는 병상 수요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탁 교수는 “궁극적으로 재택치료 모니터링은 1차 의료기관에서 맡는 등 모든 의료기관이 환자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전체 의료기관을 동원해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하는 논의를 하고 행동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돌파 감염이 늘고 있는 고령층 부스터샷을 조기 시행하고 성인 미접종자 500만명을 최대한 줄여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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