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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해외도피 年943건…경찰, 中·동남아 ‘단기 코데’ 늘린다

중앙일보

입력

경찰이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도피한 범죄자 검거를 위해 해외 파견 경찰관 수를 늘리기로 했다.

곽도원이 주연한 영화 '국제수사'. [사진 쇼박스]

곽도원이 주연한 영화 '국제수사'. [사진 쇼박스]

현지에 6개월 단위로 상주하며 한국인 피의자 검거와 송환에 주력하는 이른바 ‘단기 코리안데스크’를 확대 운영키로 한 것이다. ‘코리안데스크’는 해외에서 한국인 사건을 전담한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경찰 내부에선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뤄졌던 대대적인 도피사범 송환이 있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해외 도피 범죄자 잡으려 경찰 파견도 늘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등 국제성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 파견’ 예산안이 내년도 경찰청 정규예산에 편성됐다. 현재 기획재정부 심사를 통과해 연말 국회 예산결산심의위원회 심의를 기다리는 단계다. 경찰 관계자는 “현지 교민 보호 목적도 있지만,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갔거나 해외에 거점을 두고 있으면서 한국에 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 조직을 찾아내 일망타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파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파견기간이 6개월로 비교적 짧지만, 전세계 33개국 경찰주재관(3년)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경찰은 올해 7월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北京)과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 네 곳에 각각 1명씩 단기 파견 경찰관을 내보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쓰지 못하게 된 외국과의 공조수사 예산 일부로 비용을 충당했다. 그동안은 최초로 ‘한국인 사건전담 부서’가 설치된 필리핀 코리안데스크에만 한국 경찰관이 7명 상주했다. 베트남 코리안데스크는 4명 전원이 베트남 공안 출신이었다.

국가별 해외 도피사범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가별 해외 도피사범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해 해외도피사범 역대 최고

짧게라도 다른 국가에도 한국 경찰관을 두기로 한 건 해외도피 범죄자 숫자가 늘면서 교민사회를 통한 첩보 수집이나 현지 치안당국과 송환 작업 조율 등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도피사건은 943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피처로 중국(365건)이 가장 많았고, 필리핀(201건), 태국(75건), 베트남(59건), 미국(37건) 순이었다. 내년부터 중국 선양(瀋陽)과 칭다오(靑島)에도 단기파견 경찰관을 두기로 한 이유다.

해외 도피사범의 국내 송환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해외 도피사범의 국내 송환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미 올해 9월말 기준으로 해외 도피사범의 국내송환 건수가 지난 한해 치(271건)를 넘어서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100억원대 사기 혐의를 받는 한 피의자는 캄보디아에서 붙잡힌 지 10일만인 지난달 29일 한국으로 송환됐다. 과거엔 3주 이상이 걸리던 기간이 단축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 일정 기간이라도 상주하고 있는 한국 경찰관이 있으면 한인 사회나 현지 경찰과 유대감을 쌓고 정보도 많이 얻어낼 수 있지 않겠냐”며 “일회성 출장보다 현지 파견이 효과는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태국으로 도피한 50억원대 사기범도 지난달 26일 검거돼 현지 수용소에 수용됐다. 태국 이민청 수사관을 통해 피의자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뒤 공조를 거쳐 체포한 사례다.

경찰청이 2012년 필리핀에 콜센터를 개설해 '김미영 팀장'을 사칭하며 수백억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1세대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 씨를 이달 4일 검거했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김미영 팀장'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 씨.연합뉴스

경찰청이 2012년 필리핀에 콜센터를 개설해 '김미영 팀장'을 사칭하며 수백억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1세대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 씨를 이달 4일 검거했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김미영 팀장'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 씨.연합뉴스

보이스피싱 사범 검거·송환에 주력

단기 코리안데스크들은 보이스피싱 범죄사범 검거와 송환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총책이 대부분 해외로 도피한 상태고 최근에는 중국뿐만 아니라 필리핀, 태국 등에서도 콜센터가 운영 중인 사례가 보고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 8월부터 보이스피싱 해외특별 신고·자수기간을 운영 중인데 스스로 전화를 걸어 자수하는 조직원들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연말까지로 운영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자수자는 가급적 불구속 수사를 하고, 기소유예나 불입건 등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방침이다.

현지 코리안데스크에 들어온 첩보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은 사례도 나왔다. 지난달 15일 중국 지역 단기 코리안데스크에 ‘보이스피싱범이 국내(한국)에서 피해금을 인출하여 조직에 전달하려고 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청 인터폴계가 한국의 관할 경찰서에 출동을 요청해 현금 수거책이 가져간 2200만원을 압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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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파견 근무는 1년이 넘어가면 관계 부처와 협의가 필요해 확정까지 몇 년 이상이 소요된다”며 “해외에서 특별 단속·자수 기간 등이 운영되면 단기 파견 인력을 신속히 투입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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