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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출신 ‘김미영 팀장’ 보이스피싱 총책, 9년만에 필리핀서 붙잡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보이스피싱 범죄의 원조격으로 ‘김미영 팀장’을 사칭해 수백억 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조직의 총책이 9년 만에 필리핀에서 붙잡혔다.

경찰청은 6일 “1세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을 필리핀 코리안데스크 등 현지 수사기관 등과 공조해 검거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필리핀에서 검거된 박모(50)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등에서 근무한 경찰관 출신이다. 그는 2008년 수뢰혐의로 경찰에서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현지시간) 필리핀에서 붙잡힌 '김미영 팀장' 사칭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씨. 사진 경찰청

지난 4일(현지시간) 필리핀에서 붙잡힌 '김미영 팀장' 사칭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씨. 사진 경찰청

기관사칭 보이스피싱의 원조 

지난 2012년 필리핀에 콜센터를 개설한 박씨는 불특정 다수에게 대출을 권유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전화 상담을 통해 피해자 개인정보와 돈을 가로챘다. 박씨 등이 금융감독원 직원 ‘김미영 팀장’을 사칭한 수법은 오늘날까지도 금감원은 물론 검찰·금융기관 직원 등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널리 이용된다.

이듬해인 2013년 국내 조직원 28명은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총책인 박씨를 포함해 주요 간부들은 해외에서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 검거가 급물살을 탄 것은 경찰이 국정원과 함께 박씨 측근으로 알려진 A씨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이후다. A씨는 조직에서 대포통장 확보책 노릇을 했다.

측근 포함 주요 조직원 7명도 검거 

수집한 첩보를 바탕으로 필리핀 코리안데스크가 지난달 25일 A씨 검거에 먼저 성공했다. 이후 박씨가 마닐라에서 남동쪽으로 약 400㎞ 떨어진 곳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2주 가량의 잠복을 거쳐 박씨를 붙잡은 것이다. 검거 당시 박씨는 2개의 가명을 사용해 도피 행각을 벌이고 있었다고 경찰청은 설명했다.

경찰은 박씨에 앞서 올해 2~8월 조직에서 정산, 통장 확보 등의 역할을 맡았던 4명도 차례로 붙잡았다. 중간 관리자들의 검거 소식을 들은 조직원 2명이 지난 8월과 9월에 코리안데스크에 자수를 하기도 했다. 경찰청은 “주필리핀 대사관, 필리핀 당국과 협의해 박씨 등 피의자 8명을 국내로 신속히 송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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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국외도피사범 검거 및 송환과 한국인 대상 강력범죄 공조 수사를 위해 2012년부터 필리핀 코리안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외교부와 함께 지난 8월부터 이달 말까지 보이스피싱 해외특별 신고·자수 기간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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