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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재명에 선그은 검찰 “정책판단, 배임 적용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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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중앙포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중앙포토]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 유동규(52·구속기소)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배임 공범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고정이익 확보란 정책적 판단을 한 이 후보에 대해 배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1일 유 전 본부장을 ‘651억원+α’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하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6)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48) 변호사, 정민용(47) 전 성남도공 투자사업팀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유 전 본부장 배임 공범 혐의를 공통으로 적용했다. 이날 구속영장 청구에서 빠진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53) 회계사에 대해서도 대장동 사업에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배임 혐의를 적용했지만 대장동 도시개발 사업의 최종 인허가 및 결정권자인 이재명 당시 시장만 제외한 셈이다.

배임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최종 ‘윗선’이 누구인지 가리는 가장 핵심적인 혐의로 꼽힌다. 유죄가 확정될 때에는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올린 수천억원대 부당이익을 국고로 환수할 수 있는 혐의이기도 하다.

“정책 판단은 배임 적용 안 돼”?…이재명 “매우 훌륭한 설계” 

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은 현재로선 이재명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사업에서 했던 ‘고정 이익 확보’라는 정책적 판단을 배임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에 유동규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 추가 공소장 등에서 이 후보는 배임의 공범에서 빠졌다. 검찰이 구속된 유동규(52) 전 기획본부장처럼 뇌물을 받거나 다른 화천대유‧천화동인 소유주(김만배‧정영학‧남욱)처럼 천문학적 배당금을 챙기는 등 사적 이익 추구가 있어야 하는데, 순전히 ‘정책적 판단’에서 비롯됐다면 배임죄 적용이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검찰이 1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왼쪽)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가운데) 변호사,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연합뉴스

검찰이 1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왼쪽)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가운데) 변호사,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연합뉴스

대장동 특혜 의혹은 민관합동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에서 지분 7%의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천화동인 1~7호 주주 7명이 배당금만 4040억원을 가져간 반면, 지분 50%를 가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확정이익 1830억원만 환수해 논란이 촉발됐다. 민간사업자는 천문학적 돈잔치를 벌인데 반해, 성남도공은 1830억원만 챙긴 것이 성남시민에 대한 배임이란 의심에서다. 심지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화천대유가 택지매각에 따른 배당금 외에도 별도로 아파트 분양이익으로 4531억원을 얻어 모두 8500억원의 이익을 봤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 관계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 관계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 같은 구조가 가능한 것은 민간사업자 몫은 불과 몇 년 새 폭등한 부동산 땅값이 고스란히 반영될 수 있었던데 반해, 성남도공의 이익 배당은 지분율이나 초과 이익 환수 없이 ‘고정’으로 확정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대장동 사업을 기점으로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폭로한 황무성 전 성남도공 사장은 28일 “(성남도공에) 대장동 사업 수익 50% 이상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던 공모지침서가 (내가 사퇴한 뒤) 1822억원의 고정수익을 받는 것으로 변경됐다”고 밝히면서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의 관여 여부가 향후 수사의 초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그러나 수사팀은 “대법원 배임죄 판례의 경우도 경영진의 경영상 판단이나 공직자의 정책적 판단에 있어 사익 추구 행위(뇌물·횡령 등)가 개입되지 않으면 배임죄 인정이 쉽지 않다”고 봤다. 또 확정판결을 받을 경우 범죄 수익 환수가 가능하지만, 그만큼 법원의 무죄 판단도 많은 까다로운 법리인 만큼 더욱 적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한 ‘특수통’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배임이 안 되는 경우는 손해가 나더라도 정책적으로 감수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일 뿐”이라며 “이 사안은 특정 업자들에게 수천억원을 이익을 몰아주고 그만한 손해를 성남시에 끼친 것인데 이게 어떻게 감수할만한 정책적 판단이 될 수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된 상장사의 전환사채(CB) 발행·인수와 관련된 회사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장기 대여금 일부가 흘러간 정황이 있는 등 사익 추구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역시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역시 지난달 14일 국정감사에서 이 후보에 대해 “고발돼있고 수사 범주에 들어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국회사진기자단

다만 이 후보는 검찰의 유 전 본부장 배임 혐의 추가 기소 날인 1일 “성남시는 부동산 경기가 좋아져 이익이 나든, 부동산 경기가 나빠져 손실이 나든 상관없이 확정적으로 이익을 확보한다, 매우 훌륭한 설계”라고 거듭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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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정영학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에 역할”

수사팀은 정영학(53) 회계사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6)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48) 변호사, 유동규(52‧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민용(47)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과 ‘651억원+α’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 공범으로 보고 있다. 정 회계사는 현재 유 전 본부장의 공범으로 공소장에 이름을 올린 4명 중 유일하게 구속영장 청구를 피한 상태다.

지난 9월 27일 검찰에 가장 먼저 자진 출두했던 정 회계사는 대장동 사업이 민간사업자에게 이익을 몰아주도록 이익구조를 설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검찰은 정 회계사가 당시 전략사업실 차장이던 정민용 변호사를 통해 공모지침서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도록 요청하는 등의 내용을 파악해 김씨 등의 영장에 담았다고 한다.

검찰이 이처럼 핵심 인물인 정 회계사만 구속영장 청구를 하지 않은 이유로 그가 초기부터 유 전 본부장의 뇌물 혐의 등 다른 주주들의 ‘사익 추구’ 공모가 담긴 녹취파일 19개와 사진 등 증거자료를 제출하는 등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왔다는 점이 거론된다.

이날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김만배씨는 지난달 14일 기각된 영장에 포함했던 무소속 곽상도 의원의 아들 병채씨의 퇴직금 명목으로 뇌물 50억원을 준 혐의는 빠졌지만,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 부인 등 지인 5~6명을 직원으로 허위로 등재해 급여 4억4300만원을 횡령한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은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뇌물로 전달한 5억원을 더해 총 9억 4300여만원의 회삿돈을 횡령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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