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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4단계 배임" 이재명엔 침묵, 황무성은 때린 성남도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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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관해 자체 조사한 결과 2015년 사업 추진 당시 공사 관계자들과 민간사업자 화천대유 사이의 업무상 배임 공모 정황을 발견했다고 1일 밝혔다. 그러나 사퇴 압박의 당사자인 황무성 전 공사 사장을 결재자로 명시하면서도, 사업의 최종 승인권자인 성남시장과 관련한 내용은 배제해 “배임 혐의를 황 전 사장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것 아니냐”(공사 관계자)는 의구심을 남겼다.

공사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대응방안에 대한 보고’ ‘성남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관련 법률자문 회신’에 따르면, 공사가 파악한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배임의 정황은 크게 네 단계로 이뤄져 있다. ▶2015년 2월 공모지침서를 작성하면서 공사의 확정이익을 명시하고 ▶화천대유와 공모해 사업자 질의·응답에 공사의 이익배분을 한정했으며 ▶이 과정에서 초과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을 타당한 이유 없이 묵살하고 ▶최종적으로 주주협약서에서 공사는 ‘비참가적, 누적적 우선주’라는 문구를 삽입, 우선주 몫 배당(1822억원)이 끝나면 나머지 추가 이익에 대한 배당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법적으로 확약했다는 게 골자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1일 윤정수 사장 명의로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대응방안 에 대한 보고' 문건을 공개하고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등 민간사업자 사이 업무상 배임죄 공모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성남시 야탑동에 위치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경. 최모란 기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1일 윤정수 사장 명의로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대응방안 에 대한 보고' 문건을 공개하고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등 민간사업자 사이 업무상 배임죄 공모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성남시 야탑동에 위치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경. 최모란 기자

①투자심의위 ‘지분율’ 배분→공모지침서 ‘확정이익’ 변경

공사는 2015년 1월 26일 열린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지분율에 따른 수익을 보장하기로 논의했는데, 2월 12일 작성된 공모지침서에서 1, 2차 확정이익으로 변경됐다고 봤다. 실제 투자심의위 의사록에는 이현철 개발사업2팀장이 “50% 이상을 출자한다고 했는데 사업의 수익도 50% 이상을 받는 것이냐”고 묻자, 김민걸 당시 전략사업팀장이 “의결권 있는 주식의 50% 이상을 초과 출자할 것이기 때문에 50%에 대해서는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후 공모지침서 작성 과정에선 공사의 확정이익에 관한 이익 배분 내용이 포함됐다. 1차 이익배분은 1공단 공원조성 사업비 전액 2561억원, 2차 이익은 임대주택용지(A11블록)를 제공받는다는 내용이었다. 공사는 “확정이익이 어떤 논의 경로를 거쳐 공모지침서에 반영됐는지는 남아 있지 않다. 정민용 전략사업팀 차장이 혼자서 전담했고, 공사 내부엔 최종 산출물만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월 11일 ‘공모지침서 내용(공공기여) 확정의 건’ 문서는 당시 사장이 결재했고 2월 12일 공모지침서(안)에 대한 결재도 역시 당시 공사 사장이 결재했다”고 부연하며 황무성 전 사장의 책임론을 시사했다. 황 전 사장이 당시 유한기 개발사업본부장의 종용으로 사직서를 제출(2월 6일)한 뒤다. 이를 두고 한 공사 관계자는 “황 전 사장에게도 배임 혐의를 뒤집어 씌우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전자결재’ 당사자로 지목된 황 전 사장도 지난달 28일 입장문을 통해 “특정 불순세력의 행위로 의심한다”고 밝혀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성남의뜰 주식회사(화천대유자산관리 등)가 체결한 사업협약서 최종안의 일부. 당초 수정안에 담겨 있던 초과이익 환수 관련 조항이 사라진 13조 6항에 '공사의 이익은 1, 2차 이익배분에 한정한다'는 고정이익 조항이 들어가 있다. 국민의힘 제공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성남의뜰 주식회사(화천대유자산관리 등)가 체결한 사업협약서 최종안의 일부. 당초 수정안에 담겨 있던 초과이익 환수 관련 조항이 사라진 13조 6항에 '공사의 이익은 1, 2차 이익배분에 한정한다'는 고정이익 조항이 들어가 있다. 국민의힘 제공

②“공사 1·2차 이익 한정” 화천대유만 질의·답변 활용했다

공사는 같은 해 2월 28일 공모에 참여한 컨소시엄 3곳의 질의에 대해 답변자료를 작성해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여기엔 ‘공모지침서 29조와 관련해 1, 2차 사업이익을 제공한 이후 추가로 공사에 제공하는 개발이익 배당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면 맞느냐’는 질의에 공사가 ‘공사의 이익은 제시한 1, 2차 이익배분에 한정한다’고 답변한 내용이 담겼다. 해당 내용은 공모지침서엔 포함되지 않은 것이었다.

이 답변 내용을 화천대유가 자산관리회사(AMC)로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만이 사업제안서에 활용했다. 성남의뜰이 3월 26일 제출한 사업제안서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 표에 ‘의결권 있는 비참가적, 누적적 우선주’라는 문구를 넣어 놓은 것이다. 우선주 배당 외에 나머지 배당을 포기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성남의뜰은 사업제안서에 확정배당하는 A11 용지 공급가액을 1822억원으로 산정해 제출했고, 이튿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앞서 정민용 차장이 주도해 작성한 공모지침서 41조 1항엔 ‘본 공모과 관련해 공고문, 공모지침서, 사업설명회 자료, 질의답변서가 상이한 경우 질의답변서를 최우선으로 해석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정민용 차장은 화천대유 측인 남욱 변호사의 추천으로 공사에 입사한 인물이다. 공사는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는 답변 내용을 적극 활용했으나 다른 컨소시엄은 위 답변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 단서가 있다”며 “이는 민간사업자 측이 이 사건 업무상 배임의 공동정범임을 알려주는 정황증거”라고 설명했다.

③사업협약 수정안,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공사는 같은 해 5월 27일 개발사업1팀 소속 한모 실무관이 전략사업팀에 검토 요청한 성남의뜰 사업협약서 수정안에 ‘민간사업자가 제시한 분양가(3.3㎡당 1400만원)를 상회하여 발생되는 추가이익금은 출자지분율에 따라 별도 배당하기로 한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13조 6항이 포함돼 있었다. 이른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다. 오전 10시 34분에 기안한 해당 문건은 별다른 회신이 없었는데도 약 7시간 뒤인 5시 50분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한 재수정안으로 탈바꿈해 다시 검토 요청이 이뤄졌다.

이에 당시 문서를 발송한 당시 개발사업1팀장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전략사업팀의 요청으로 재발송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공사는 문서가 수정된 사이 당일 오후 2시 김민걸 전략사업팀장과 정민용 차장, 개발사업1팀장, 경영지원팀차장 등 4명 사전검토회의를 한 사실도 파악했지만 회의록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공사는 “협약서 수정안의 초과이익 분배조항을 삭제한 적법하고 타당한 이유는 찾을 수 없다”며 “업무상 배임의 범죄가 성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④ 주주협약 “성남도공은 비참가적, 누적적 우선주”

공사 측이 검토를 의뢰한 법무법인은 이익 배분과 관련 2015년 6월 체결한 주주협약서에 ‘공사는 비참가적, 누적적 우선주’라는 문구가 들어간 게 법적으로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봤다. “‘비참가적 우선주’란 결국 우선주 몫(1822억원) 배당이 끝나면 나머지 추가 이익 배당에는 참가하지 않는다는 이익 배당의 핵심적 내용”이라고 하면서다. 초과 이익 포기를 선언하는 대못 같은 문구란 의미다.

해당 법무법인은 하지만 “‘비참가적 우선주’ 문구를 삽입하면서 초과이익을 배분받지 않는 것이 적법한 것처럼 오해하도록 했지만 공사 확정이익은 사업제안서상 3.3㎡당 1400만원 분양가를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이를 초과해 발생한 이익은 추가 배당 합의를 했어야 하고, 민간사업자에게 모두 배당한 것은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공사가 파악한 배임 발생 과정.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공사가 파악한 배임 발생 과정.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공사 “부당이득 1793억원 환수해야”

공사는 이 같은 업무상 배임의 공범으로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과 관련 직원,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관계자들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의 책임을 구하고, 사업협약서상 ‘공사의 이익은 1, 2차 이익 배분에 한정한다’는 내용은 무효로 해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청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반환받아야 할 부당이득 액수는 1793억원으로 판단했다. 공사는 “당초 사업계획서가 제시한 총매출액은 1조8393억원인데 실제 매출액은 2조2242억원으로 3849억원이 증가했다. 이를 공사와 민간사업자가 각각 출자비율에 따라 배분하면 민간사업자 몫 초과이익은 473억원”이라며 “이에 따라 민간사업자 몫은 당초 배당예정액인 1773억원에 473억원을 더한 2246억원이므로, 현재까지 배당받은 4039억원에서 이를 제외한 1793억원은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공사 자체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의 개입이나 지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화천대유토건비리 진상규명 TF’ 단장인 김병욱 의원은 “이재명 후보는 당시 ‘타법인 출자 승인’ 이외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 미채택 등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음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며 “공사 일부 간부의 일탈에 대해서는 산하 기관에 대한 관리책임 차원에서 사과 말씀을 여러 차례 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위례 사업에서 보통주 방식의 변동이익제에서 실제 이익이 크게 축소되었던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민간사업자의 비용 부풀리기 및 회계조작, 로비 등을 방지하기 위해 대장동 사업에서는 우선주 방식의 고정이익제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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