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651억’ 쪼그라든 배임액…檢, 유동규 추가 기소

중앙일보

입력 2021.11.01 16:50

업데이트 2021.11.02 00:50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왼쪽부터)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의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연합뉴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왼쪽부터)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의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연합뉴스]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축소 기소’ 논란이 일었던 유동규(52‧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해서도 최소 651억원 상당의 배임 혐의를 추가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또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48) 변호사, 정민용(47)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에 대해서도 유 전 본부장의 공범으로 보고 구속영장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3일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열고 이들에 대한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김씨 등의 영장 발부 여부는 수사팀의 성과를 평가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천억→1163억→651억 배임…범죄수익 환수 가능할까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유 전 본부장을 651억원+α’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추가로 기소했다.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 관계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 관계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민용 전 팀장과 공모해 화천대유 측에 유리하도록 공모지침서를 작성하고,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도록 불공정하게 배점을 조정해 화천대유 측에 최소 651억원 상당의 택지개발 배당 이익과 분양 이익을 몰아주고 그만큼 공사에 손해를 입힌 것으로 봤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이들이 사업협약, 주주협약 등 개발이익 분배 구조를 협의하면서 공사는 1830억원의 확정 수익만 받도록 하기위해 당초 분배 대상이 될뻔한 예상 택지개발 이익을 일부러 작게 환산한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평당(3.3㎡) 1500만원 이상인 택지 분양가를 평당 1400만원으로 축소했다는 데 따른 배임 액수다. 또 검찰은 화천대유가 직접 시행한 5개 블록의 분양이익에 대해 공사가 이익을 환수하지 못하도록 배제한 것도 김씨 등에게 특혜를 준 정황으로 파악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우상조 기자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우상조 기자

일각에서는 “대장동 개발 특혜에 대한 배임 액수가 확 줄어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동규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 발부 때 쓰인 ‘수천억원’이나 김만배씨 영장 기각 때 쓰인 ‘1163억원+α’에 비해서 배임 금액이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탓이다. 이날 성남도공 측이 자체 대장동TF 조사 결과로 발표한 배임액 1793억원과 비교해도 3분의 1 수준이다.

심지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택지매각이익을 7243억원으로 계산해서, 성남시가 환수한 1830억원을 제외하고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 측은 택지매각 이익(4040억원)과 아파트 분양이익(4531억원)을 합산해 8500억원의 이익을 봤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검찰이 추가 기소한 대장동의 배임액은 경실련이 추산한 민간사업자 7명이 얻은 이익의 13분의 1이다.

수사팀은 이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이나 김씨 구속영장 청구 때와 사실관계는 동일하지만, 당사자들의 이견이 많은 만큼 이익 추산 방식을 극히 보수적으로 설정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또 “택지 이익을 기준으로 한 금액만 최소 651억원으로 계산하고 아파트 분양이익 등은 수천억원 상당의 ‘+α’로 열어뒀기 때문에 향후 법원에서 다툴 때 보다 운신의 폭이 넓다”라고도 밝혔다.

수사팀의 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철저히 범죄수익을 환수하겠다는 의지도 뚜렷하다. 법원에서 배임죄 유죄를 확정받을 경우 대장동 사업자들이 올린 천문학적 이익이 국고로 귀속할 수 있어서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죄는 범죄 수익의 요건인 중대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배임죄를 신중하게 수사하고 있고, 반드시 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현재로선 법원이 최종적으로 인정한 배임액수만 범죄수익 환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기소된 배임액이 줄면 최종 환수 가능액수도 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유 전 본부장 배임죄 추가 기소에 대해 ‘특수통’ 출신 검찰 간부는 “배임죄 적용을 기점으로 수사팀의 ‘윗선’ 수사 의지가 갈리는 것”이라며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뇌물, 배임과 한몸…김만배, ‘곽상도 50억 뇌물’ 빠졌다  

검찰은 배임뇌물이 결국 한 갈래라고 보고 있다. 이례적이고 특수한 조건을 내걸어 대장동 사업을 강행한 탓에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었고, 이런 조건의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뒷돈’(뇌물)도 오갔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이처럼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화천대유 측에 특혜를 몰아주고 그 대가로 올 1월 31일쯤 김씨로부터 수표 4억원과 현금 1억원 등 5억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도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김씨의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뒤 수표 추적과 대질 조사 등을 토대로 김씨가 발행한 수표 40장(1000만원권)이 유 전 본부장을 거쳐 남 변호사와 정 변호사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돈의 흐름이 복잡할 뿐, 뇌물이라는 돈의 ‘성격’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게 수사팀의 판단이다.

또 남욱 변호사는 정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과 설립한 유원홀딩스에 35억원을 뇌물로 제공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남 변호사가 이 돈을 천화동인 4호에서 빼돌린 것으로 보고 특경가법상 횡령과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도 적용했다. 남 변호사에게서 35억원을 받은 정 변호사는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도 받는다. 이 돈의 종착역은 유 전 본부장이라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곽상도 전 무소속 의원. 연합뉴스

곽상도 전 무소속 의원. 연합뉴스

다만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국회 대응 등의 편의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곽상도(62) 무소속 의원(전 국민의힘)에게 아들 병채씨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는 이번 김만배씨 재청구 영장에서 빠졌다. 법원은 앞서 지난달 14일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당시 이 부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봤다고 한다. 대신 김씨가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 부인과 지인 5~6명을 직원으로 허위로 등재해 지급한 급여 4억4300만원을 횡령한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은 김씨가 유씨에게 뇌물로 전달한 5억원을 포함해 총 9억 4300여만원의 화천대유 돈을 횡령했다고 적었다.

이에 검찰은 곽 의원에 대해선 50억원의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입증하는데 수사력을 모아 이후 추가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검찰은 곽 의원이 대장동 발굴 문화재 민원처리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살펴본 데 이어 2015년 하나은행 컨소시엄 구성에도 도움을 줬는지도 수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를 보다 단단하게 하겠다는 것이 수사팀의 의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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