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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젊은 세대는 왜 '금'에 빠졌을까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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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아니면 10월 1일?"

중국에서 '결혼하기 좋은 날'이라 하면 떠오르는 두 날짜가 있다. '5월 1일(五一)'과 '10월 1일(十一)'이다. 덥거나 춥지 않은 봄과 가을에 있으면서, 중국에서 긴 명절에 속하는 노동절과 국경절 연휴가 이때 있다. 그래서 이날 주변에 결혼이 많다.

요새 중국 결혼 예물 대세는 '금'?

결혼에 꼭 따라오는 것 중에 '예물'이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금반지' 등 금 장신구가 결혼 예물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CCTV 재경 보도에 따르면, 10월 초 결혼 성수기를 맞아 '금 가게'에 신혼부부들이 몰리고 있다.

[사진출처=CCTV재경]

[사진출처=CCTV재경]

'중국인은 빨간색과 금색을 좋아한다'는 속설처럼, 원래 중국에는 금 장신구를 취급하는 전통 브랜드들이 많았다. 60, 70대 '따마(大妈)'들의 손가락에 끼워진 결혼반지는 금반지, 목에 건 목걸이는 금목걸이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요즘 중국 젊은 세대에게 금반지, 금목걸이는 '촌스러운 것'으로 비쳤다. 서양식 결혼 문화가 보편화하면서 신혼부부들은 금 대신 다이아몬드를 찾았다.

다이아몬드보다 '가성비' 좋아서? 

그런데 최근 중국 젊은이들이 다시 '금'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사진출처=스줴중궈(视觉中国)]

[사진출처=스줴중궈(视觉中国)]

"다이아몬드 반지는 사실 '탄소 덩어리'잖아요? 연필심과 재료는 같으면서 가격은 천지 차이죠."

결혼식을 막 치른 한 신부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금반지를 결혼 예물로 구매한 이유로 '실용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하나에 수만 위안에 달하는 다이아 반지를 사느라 낭비할 돈이 없다"라며, "반지 등 예물을 사느라 결혼 생활을 가난하게 시작하고 싶지 않다"라고 밝힌다. 그가 구매한 것은 9.5g의 금반지로 가격은 5100위안(약 94만 원)으로 다이아몬드 반지보다 훨씬 저렴했다.

최근 금 장신구에 대한 젊은이들의 인식 변화 역시 그가 다이아몬드 대신 금을 선택한 이유다. 트렌디한 금 장신구들이 나오면서 '금은 촌스럽다'라는 기존 고정관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사진출처=더우인 캡처]

[사진출처=더우인 캡처]

"촌스럽다는 건 옛말", 트렌디한 금 장신구 

중국의 전통적인 금 장신구 브랜드들은 최근 젊은 세대를 겨냥한 트렌디한 제품 출시에 한창이다. 라오먀오(老庙), 라오펑샹(老凤祥) 등 브랜드들은 기존 주 고객층인 50, 60대 손님들이 아닌 30대 이하 젊은 세대만을 위한 차별화된 브랜드와 제품을 내놓고 있다.

[사진출처=라오먀오주얼리(老庙)]

[사진출처=라오먀오주얼리(老庙)]

'무게는 가볍게, 색깔은 은은하게'
'젊은 세대 감성'에 맞춰 나온 금 장신구 제품들은 무게가 가볍고, 색깔이 진하지 않다. 농후한 황금색 빛과 '주렁주렁' 묵직한 무게감을 선호하는 윗세대와는 다른 취향이다. 평소 외출할 때 '데일리 장신구'로 착용할 수 있고, 코디를 할 때 어색하지 않고 착장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색깔은 연한 색인 제품이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사진출처=웨이보 캡처]

[사진출처=웨이보 캡처]

저우셩셩(周生生) 등 브랜드는 젊은 세대만을 공략한 브랜드 '민티그린(MINTY GREEN)'을 따로 출시하기도 했다. 결혼 예물 말고도 젊은 층에서 금 장신구를 구매하는 트렌드가 생기자 이 시장을 공략하는 브랜드를 따로 만든 것이다. 민티그린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모티브로 한 금팔찌 제품 등을 출시하면서 30대 이하 소비자층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민티그린]

[사진출처=민티그린]

"'투자 수단'도 되니까" 

'금 장신구 사면서 투자도 동시에 한다'라는 심리 역시 젊은 세대가 금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이는 '금은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보존된다'라고 중국 젊은이들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서양 유명 장신구 브랜드 디자인 제품들의 경우, 재질이 금이 아닌데도 브랜드와 디자인 가치 때문에 가격은 높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점차 희석되는 반면, 금 장신구는 이러한 문제가 덜 하다고 이들은 느낀다.

2019년 이후 2년 연속 하락세였던 금 거래량이 2021년 기준으로 반등하고 있다. [사진출처=CCTV재경]

2019년 이후 2년 연속 하락세였던 금 거래량이 2021년 기준으로 반등하고 있다. [사진출처=CCTV재경]

물론 이들이 구매하는 금팔찌, 금반지에도 역시 금 가격 외의 부가가치가 함께 붙어, 금 장신구를 구매하는 것을 투자로 생각하는 것은 '반만 맞는 생각'이라고 전문가들은 밝힌다. 하지만 최근 2년간 금제품의 수요 증가에도 불구 전반적으로 봤을 때 금 가격이 평년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고, 최근 금제품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금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자 '금 장신구 사서 투자하자'라는 심리가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생기고 있다.

'궈차오(国潮)' 애국 소비 트렌드

CCTV재경에 따르면 '애국 소비 열풍(国潮)' 역시 젊은이들의 금 장신구를 선호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사진출처=CCTV재경]

[사진출처=CCTV재경]

애국 소비 열풍은 중국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고, 국가의 영향력이 커지는 과정을 목도하며 자란 Z세대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불고 있다.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라고, 문화적 자부심이 있는 이들은 '서구 것보다 우리 것이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을 찾는다. 이러한 '궈차오' 하에 중국의 '전통적인' 장신구인 금제품들 역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차이나랩 허재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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