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임성근 탄핵 각하 “법관 이미 퇴직해 청구 부적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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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심판 사건이 각하됐다. 이미 퇴임한 법관이라 부적법한 소제기(탄핵소추)라는 게 이유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재판 개입 의혹을 받은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심판 사건 선고 공판에서 “임 전 부장판사를 파면해달라”는 국회의 청구를 각하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다수인 재판관 5명(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이미선)이 각하 의견을 낸 데 따른 결정이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 각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 각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각하 결정은 탄핵소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임 전 부장판사의 파면은 이뤄지지 않게 됐다. 헌재는 “이미 임기만료로 퇴직한 상태라 본안으로 가더라도 파면 결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탄핵심판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문형배 재판관은 “임 전 부장판사가 임기 만료로 퇴직해 더 이상 탄핵 심판의 피청구인이 될 자격을 보유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탄핵심판 절차를 종료해야 한다”며 ‘심판절차 종료’ 의견을 냈다.

반면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주심인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은 소수의견에서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가 직무집행에 있어서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임을 확인한다”며 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14~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지국장의 재판 개입,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들의 쌍용차 사태 해결 촉구 집회 사건 판결 내용 수정 지시, ▶프로야구 선수 원정도박 사건 재판 개입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 2월 국회에 의해 탄핵소추됐다. 당시 야당 등에서는 “여권 인사들에 대한 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은 여당이 ‘법원 길들이기’ 차원에서 법관 탄핵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국회 측은 “헌법 질서 확립을 위해 전직 법관이라도 탄핵 선고가 필요하다”며 “그의 임기가 만료된 지난 2월 28일로 소급해 파면을 선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각하 의견을 낸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파면 결정을 통한 해당 공직 박탈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탄핵 사유가 있는지 없는지만을 확인하는 결정은 상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탄핵소추안 발의를 주도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수 의견은 본안 판단을 회피하면서 헌법 수호 역할을 포기했다. 극히 유감이다”라고 비판했다. 헌재가 탄핵심판을 한 건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였고, 법관 중에서는 임 전 부장판사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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