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병상의 코멘터리

판사탄핵 ‘각하’..허탈한 사법개혁

중앙일보

입력 2021.10.28 21:56

업데이트 2021.10.28 22:05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소추된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28일 헌법재판소로부터 각하 결정을 받았다. 사진은 임 전 판사가 지난 8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 출석하던 당시 모습. 연합뉴스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소추된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28일 헌법재판소로부터 각하 결정을 받았다. 사진은 임 전 판사가 지난 8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 출석하던 당시 모습. 연합뉴스

헌재 ‘퇴임했기에 심판대상 아냐’

성과없는 사법개혁..다음정권으로

1. 헌정사상 최초라던 판사탄핵심판이 ‘없던 일’이 됐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임성근 전 부산고법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을 각하했습니다. ‘각하’는 탄핵심판할 일이 아니라..그냥 끝낸다는 의미입니다. 이 결정에 8개월이 걸렸습니다.

2. 임성근 판사는 2021년 2월 국회에서 탄핵소추 당했습니다.
부당하게 재판에 개입함으로써 헌법 103조(법관의 재판상 독립보장)를 어겼다는 이유입니다. 여당이 주도해 통과시켰습니다. ‘사법개혁’이란 거창한 이름으로 밀어붙였습니다. 임성근은 곧 퇴임하기에 실효가 없다는 관측이 많았습니다만..

3. 임성근이 재판에 개입한 것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대표사례가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 대한 재판입니다. 산케이 지국장은 ‘세월호 당시 박근혜가 정윤회(최순실 남편) 만나고 있었다’는 엉터리 보도를 했습니다. 박근혜 청와대가 발끈했습니다. 재판 결과 ‘오보이지만..언론의 자유를 인정해 무죄’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임성근은 판사에게 판결문 수정을 요구하는 등 개입을 했습니다. 당연히 청와대 뜻을 판사에게 강요한 겁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각하’한 것은 법을 엄격히 적용한 때문입니다.
‘각하’를 결정한 다수의견(재판관 5명 의견)을 보자면..‘탄핵은 공직파면에 그친다’(헌법65조4항)인데..임성근은 국회에서 탄핵소추(2월4일) 직후 임기만료(2월28일) 퇴직했기에..탄핵심판해봤자 의미가 없다..위헌여부 따질 필요조차 없다..입니다.

5. 그럼 임성근은 잘못한 게 없는 걸까요? 아닙니다.
다수의견은 판단을 안했지만, 소수의견(재판관 3명 의견)은‘헌법위반행위 맞다’로 유죄판결했습니다. 소수의견은..다수의견과 정반대로..두가지 차원에서 적극적인 판단을 했습니다.

6. 첫째, 현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근거는..탄핵심판이란 제도의 취지가 꼭 당사자 개인의 공직박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추후 다른 법관은 물론 고위공직자들에게 헌법준수책임을 환기함으로써 헌법수호의 취지를 밝혀야 한다..는 해석입니다.
소수의견은 두번째로..그래서 위헌여부를 따진 결과..임성근의 재판개입은 ‘위헌행위’라고 판정했습니다.

7. 요약하자면..임성근은 재판개입을 했고, 이는 위헌행위이지만, 현행법을 엄격히 적용하자면..이미 퇴임한 상태라 파면해봐야 실효가 없으니..아예 판단을 하지 않겠다..즉 ‘아무 일도 없었다’가 됩니다.

8. 뭔가 허탈합니다. 정부여당이 ‘사법개혁’을 부르짖으며 탄핵소추했는데, 더욱이 심판한 재판관들은 위헌행위라고 하는데..처벌을 안받는다니.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이미선 재판관의 ‘입법정비 필요’ 지적입니다. 이미선은 ‘현행법상 각하가 타당하다’며 다수의견에 합류했지만..‘탄핵심판 중 현직을 떠나는 사람도 심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9. 민주당이 진정 사법개혁의 의지가 있다면..이미선 재판관이 제안한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사법개혁’을 외쳐왔지만 성과가 없습니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사법개혁 적임자’라며 김명수 춘천지법원장을 대법원장에 발탁했지만..그 역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10 대법원은..사법개혁은 고사하고..대장동의혹의 중심인 화천대유 고문 권순일 전대법관의‘사법거래’의혹으로 국민적 신뢰까지 잃었습니다. 권순일이 이재명 민주당 대권후보에게‘무죄’를 선고한 주역이란 의혹은 치명적입니다.
결국 사법개혁은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신뢰를 잃은 사법부는 다시 정치판에 휘둘릴 겁니다.
〈칼럼니스트〉
2021.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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