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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공으로 「장대농구」 꺾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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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후련하고 통쾌한 승리였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한국낭자군은 감격에 겨운 듯 코트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쏟았다.
한국은 폐막식을 하루 앞둔 6일 수도체육관에서 벌어진 여자농구 최종결승전인 숙적 중국과의 대결에서 20여 차례의 역전과 동점을 거듭하는 격전끝에 주전전원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7점차(77-70)로 쾌승, 올들어 3패끝에 첫 승을 올렸다.
한국과 중국의 한판은 단신의 수평 농구와 장신의 고공 농구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으나 「템포플레이」를 구사한 수평농구가 멋지게 승리했다.
예선리그에서 75-60으로 완패한 한국은 정은순만 1m90㎝일뿐 성정아(성정아·1m82㎝)를 제외하고는 모두 1m80㎝이하의 단신선수들.
반면 2m4㎝의 정하이샤 등 중국은 1m90㎝이상만 3명을 보유한 장신군단. 따라서 승부는 시작 전부터 중국쪽으로 기울어 있었으나 한국 코칭스태프(정주현 감독·최경덕 코치)의 완급을 조절하는 「템포플레이」가 멋지게 들어맞았다.
정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전날 남자농구가 중국과의 준결승에서 효과를 보았던 템포플레이를 구사한 것이 승리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템포플레이는 찬스가 나면 속공을 펼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공격시간 30초를 충분히 이용하는 것이다.
한국은 초반 성정아(19점)가 골밑 돌파 및 중거리슛 등으로 분전했고 후반에는 이형숙(이형숙·11점) 정미경(정미경·9점) 조문주(조문주·12점)등 노장들이 눈물겨운 활약을 한데이어 막판 승부처에서 철저히 봉쇄당하던 최경희(최경희)가 드리블로 코트를 누비며 수훈을 세웠다.
이날 후반에만 아홉 차례의 역전극을 펼치던 격전은 6분을 남기고 한국이 62-57로 앞서면서 승부가 판가름났다. 특히 이 고비에서 중국벤치는 초조한 나머지 속공이 안 되자 기동력이 떨어지는 자이언트 정하이샤를 벤치로 불러들이는 치명적 실수를 범했다.
중국은 이후 속공은 잘 됐으나 중거리슛을 난사하다 자멸하고 말았다. 정하이샤를 계속 골밑에 박아두고 고공플레이를 펼쳤다면 승부의 결과는 예측불허였을 것이라는 게 이곳에 온 국내 농구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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