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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160조” 이건희·이재용, 연구개발에 목숨 건 이유[삼성연구]

중앙일보

입력 2021.10.24 07:00

업데이트 2021.10.24 07:52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03년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메모리 연구동 전시관에서 당시 황창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으로부터 차세대 메모리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03년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메모리 연구동 전시관에서 당시 황창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으로부터 차세대 메모리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연구개발(R&D)은 보험이다. 이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농부가 배가 고프다고 논밭에 뿌릴 종자로 밥을 지어 먹는 행위와 같다.”(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변하는 환경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가 세계 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원동력은 8할이 ‘기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도, 이재용 부회장의 ‘뉴삼성’도 신기술 토대 위에서 빛을 발했다. 그 신기술의 종자를 키워가는 곳이 삼성의 ‘연구개발(R&D) 조직’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인력 7만여 명, 전 세계 98개 R&D센터 

삼성의 ‘기술 중시’ 문화는 특별하다. 우선 R&D 투자 규모부터 막대하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최근 10년(2011~2020년)간 R&D에 쓴 돈은 158조1352억원이다. 올 상반기에만 10조994억원을 R&D에 투자했다. 국내 기업 전체가 한해에 쓰는 R&D 투자비용이 72조원(2019년 기준, 과힉기술정보통신부)이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그 엄청난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삼성전자 R&D 조직은 국내 21개 연구소와 해외 11개 연구소로 구성돼 있다. 각 연구소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북미와 중국 7곳, 한국 4곳, 유럽 3곳 등 전 세계에 39개의 R&D센터가 있다”며 “각 연구조직을 포함해 현재 개발 직무 부문 임직원 수는 7만1539명”이라고 밝혔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종합기술원이 그룹 R&D 컨트롤타워  

삼성 R&D 조직은 전통적으로 3개 계층으로 이뤄져 있다.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종합기술원(SAIT)이 지휘부 같은 역할을 한다. 당장 실용화하지 않더라도 10~20년 뒤 핵심 기술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이어 3~5년 후 유망 기술을 개발하는 반도체(DS), IT‧모바일(IM), 소비자가전(CE) 사업부 산하 연구소, 1~2년 내 상품화를 목표로 하는 각 사업부 개발팀이다.

1987년 설립된 종합기술원(SAIT)은 삼성의 중앙연구소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삼성전자 회장을 지낸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 손욱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 등이 사장급 대우를 받는 종합기술원장을 지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종합기술원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그룹의 최고기술책임자(CTO) 기능을 하며 그룹의 전반적인 R&D 전략을 세우는 컨트롤타워”라고 소개했다. SAIT는 중국(베이징)과 러시아(모스크바), 미국(산호세·보스턴), 일본(요코하마), 인도(벵갈루루) 등지에 지역 연구소가 있다.

삼성그룹의 R&D 컨트롤타워인 삼성종합기술원 전경. [사진 삼성전자]

삼성그룹의 R&D 컨트롤타워인 삼성종합기술원 전경. [사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의 연구 분야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두뇌를 모방한 컴퓨팅 프로세서,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인간 증강’ 기술, 나노 신소재 개발,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재료 개발 등 방대하다. 최근에는 차세대 AI 반도체인 뉴로모픽(Neuromorphic) 칩에 대한 논문을 발표해 화제가 됐다. 이 논문은 함돈희 종합기술원 펠로우 겸 하버드대 교수, 종합기술원장을 지낸 황성우 삼성SDS 사장, 김기남 부회장 등이 공동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DS·IM·CE 사업부 산하 글로벌 네트워크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에는 반도체연구소와 메모리연구소를 비롯해 파운드리‧시스템LSI‧메모리‧PKG(패키징) 등 9개 산하 연구소가 있다. 가전 분야엔 디지털영상연구소, 생활가전 1‧2 연구소, 헬스&메디컬연구소가 있다. 무선과 스마트폰 부문은 무선연구소와 네트워크연구소, 디자인연구소, 삼성리서치 등 7곳이다.

올해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세트부문 사장단과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삼성리서치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올해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세트부문 사장단과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삼성리서치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 가운데 삼성리서치는 2017년 DMC연구소와 소프트웨어센터가 통합해 설립됐다. 삼성전자의 세트 부문 선행 개발을 맡고 있는데 주로 AI·6세대 통신(6G)·로봇·차세대 미디어 등을 연구한다. 삼성리서치는 12개 나라에 14개의 R&D 센터와 7개 글로벌 AI센터를 두고 있다. 연구 인력만 1만 명이 넘는다. 지난해 5월 이재용 부회장이 ‘뉴삼성 비전’ 발표 후 외부에서 영입한 인재 1호가 현재 삼성리서치 연구소장(사장)을 맡고 있는 승현준 프린스턴대 교수다.

삼성전자의 연구조직 변화를 보면 삼성의 ‘지향점’도 엿볼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이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첫 해인 2014년의 일이다. 당시 운영되던 프린팅연구소와 정보미디어연구소, 금형기술연구소, 생명과학연구소, LCD연구소는 아예 사라졌거나 통폐합됐다. 대신 삼성리서치, 파운드리연구소, 시스템LSI연구소, 글로벌기술연구소, DIT(Data & Information)연구소가 새로 생겼거나 확대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세계 ‘최초·최고·최대’ 쏟아낸다 

삼성의 R&D 조직은 그동안 ‘세계 최초, 최고, 최대’ 기록을 쏟아냈다. 삼성의 3대 주력 사업인 반도체‧스마트폰‧가전 기술이 모두 각 R&D 조직에서 탄생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보유한 특허만 올 상반기 말 기준 20만5816개에 이른다.

최근에는 무선사업부 D램개발실 주도로 극자외선(EVU) 공정을 적용해 업계 최선폭인 14나노 D램 양산에 성공했다. 메모리연구소는 메모리 용량을 테라바이트(TB)급까지 확장할 수 있는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기반의 차세대 D램 메모리 기술을 개발했다. SAIT은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디스플레이 개발에 성공했고, 생활가전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3차원(3D) 센서를 로봇에 적용해 업계 최소 면적(1㎤ )을 감지할 수 있는 AI 로봇 청소기를 개발했다.

윤종용·진대제·김기남 등 ‘별’만 수두룩

R&D 조직 출신에 대한 예우‧대우도 다른 기업에 비해 각별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진 중에는 이른바 ‘테크노 CEO’로 불리는 연구소 출신이 많다. 삼성전자 경영 3인방인 김기남 부회장은 D램개발실과 반도체연구소를 거쳐 종합기술원장을 역임했다. 김현석 사장은 영상디스플레이개발팀 출신이다. 고동진 사장은 정보통신총괄 유럽연구소장과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을 지냈다.

김기남 부회장과 ·김현석·고동진 사장(왼쪽부터)은 모두 삼성전자 각 연구소 출신이다. [사진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과 ·김현석·고동진 사장(왼쪽부터)은 모두 삼성전자 각 연구소 출신이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거 윤종용 부회장, 진대제 사장 등을 포함해 R&D 출신을 우대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황성우 삼성SDS 사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등 계열사에도 R&D 조직 출신이 적지 않다. 황 사장은 SAIT 원장을 지냈고, 전 사장은 D램개발실장, 플래시개발실장 등을 역임했다. 포스텍 교수 출신인 전경훈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 프린스턴대 교수를 지낸 승현준 삼성리서치 사장 등은 외부에서 영입한 개발자들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 내부 모습.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 내부 모습. [사진 삼성전자]

발탁 승진 가장 많은 분야가 R&D  

삼성에서 ‘별’을 다는 건(임원 승진) 낙타가 바늘 통과하는 것에 비유된다. 특히나 문과 출신이라면 인사고과에서 최고 등급(EX)을 5년 연속으로 받고 어학 능력도 1등급을 보유해야 한다. 그만큼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고도 운이 따라야 별을 달 수 있다.

하지만 R&D 부서라면 예외다. 연차‧연령보다 2~3년 이상 빨리 임원에 오르는 발탁 인사 대상자에도 R&D 출신이 많다. 지난해 말 정기 임원 인사 때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기수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장, 이준희 네트워크사업부 선행개발그룹장, 이윤수 삼성리서치 AI 서비스랩장, 노강호 메모리사업부 소프트웨어개발팀 상무, 최현호 종합기술원 유기소재랩 상무 등이 R&D 성과를 인정받아 고속 승진했다.

내일(25일)부터 비공개 ‘삼성기술전’   

한편 삼성은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그룹 차원에서 R&D 주요 성과와 차세대 기술을 공유하는 ‘삼성기술전 2021’을 기흥사업장 스포렉스에서 개최한다. 1999년 시작된 삼성기술전은 비공개 내부 행사다. 올해 기술전 주제는 ‘변화의 물결을 주도: 새로운 패러다임 (Leading the Wave of Changes: New Paradig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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