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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 유물이라는 '피처폰'...삼성은 왜 매년 1300만 대 만들까[삼성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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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삼성전자의 피처폰 '가로본능폰'.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피처폰 '가로본능폰'. [사진 삼성전자]

2007년 아이폰 등장 이후 기존 휴대전화에는 ‘피처폰(Feature Phone)’이란 딱지가 붙었다. 주로 전화를 걸고 받는 기능으로 이용한다는 의미다.

스마트폰이 등장한지 14년이 지난 현재 국내에서 피처폰은 ‘구석기 시대의 유물’처럼 취급 받는다. ‘열공폰(열심히 공부하는 폰)’ ‘효도폰’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에서 극히 소량만 유통된다. 레트로(복고) 열풍에 일부 소비자가 ‘기념품’으로 찾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피처폰 출하량 2억8000만 대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95%에 달하는 한국과 달리 여전히 피처폰을 쓰는 나라가 않다. 주로 동·서남아시아와 중동·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이다. 시장조사업체 퓨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 보급된 휴대전화는 50억 대쯤 된다. 이 가운데 절반은 피처폰이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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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피처폰 생산량은 2억8000만 대였다. 스마트폰 출하량(약 13억 대)의 약 20% 수준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측은 “피처폰은 지속해서 수요가 줄고 있지만, 경제력이 낮은 국가에선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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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3분기까지 피처폰 950만 대 생산 

2011년 이후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스마트폰 강자’ 삼성전자도 여전히 피처폰을 생산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체 모바일기기(HHP) 생산량 중 약 5%는 피처폰”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분기·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피처폰과 스마트폰을 합한 모바일기기 생산량은 1억9205만 대다. 이 중 약 950만 대가 피처폰이란 얘기다. 연간으론 1200만~1300만 대 규모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 시판 중인 피처폰은 없고, 글로벌 시장에서 5종의 피처폰을 판매 중”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삼성전자 인도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이다.

글로벌 피처폰 시장 4위…점유율 5% 

피처폰 시장 플레이어들은 스마트폰 시장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글로벌 피처폰 시장 1위는 인도 업체인 아이텔(itel)이다. 점유율은 26%였다. 2위는 노키아 출신들이 만든 핀란드 HMD로 점유율은 18%로 집계됐다. 3위는 홍콩업체인 테크노(TECNO·14%)다. 삼성전자와 인도 지오(Jio)는 각각 5%다. 스마트폰 시장 상위 ‘빅5(삼성·애플·샤오미·오포·비보)’ 중 피처폰 시장 상위 5개 업체에 이름을 올린 곳은 삼성뿐이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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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폰은 스마트폰에 비해 평균판매단가(ASP)가 매우 낮다. 소위 돈이 되지 않는다. 연간 100조원을 버는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에서 피처폰이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하다. 그런데도 왜 삼성은 피처폰을 계속 만드는 것일까.

소비자 ‘락인(잠금)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삼성 브랜드를 쓰던 피처폰 이용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갈아탈 기반을 닦는 차원이라는 얘기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스마트폰 시장인 인도가 특히 그렇다. 스트래티지 어낼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36%, 올해는 40% 초반으로 전망된다. 여전히 3억 명이 넘는 인도인은 피처폰을 쓴다. 지난 2분기 인도 피처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14%로 아이텔(25%)과 지오(19%), 라바(18%)에 이어 4위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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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폰 고객 스마트폰으로 유인 기대

올 3분기 삼성전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9%로 샤오미(22%)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피처폰과 스마트폰을 합한 전체 핸드셋 시장에선 17.6%로 샤오미(15.5%), 비보(10.1%), 아이텔(10%) 등을 제치고 1위를 지켰다. 삼성이 인도의 피처폰 고객을 자사 스마트폰 이용자로 전환할 수 있다면 점유율과 매출 확대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시장에선 상반된 견해가 나온다. 임수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삼성이 피처폰을 생산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며 “피처폰 사용자들은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옮기더라도 가장 저렴한 스마트폰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원한 다른 전문가는 “스마트폰 전환율이 높은 나라를 보면, 첫 스마트폰 구매 시 기존에 쓰던 피처폰 브랜드를 유지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삼성도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 라인업이 많기 때문에 스마트폰 전환 고객을 상당 부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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