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새벽회식에 지옥철?…'위드 코로나' 몸서리 쳐지는 그들

중앙일보

입력 2021.10.21 23:06

업데이트 2021.10.22 02:11

지난달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지하 대합실에 설치된 '오징어게임'의 체험공간인 '오겜월드'는 방역 수칙 위반으로 조기 철거됐다. 사진 뉴시스

지난달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지하 대합실에 설치된 '오징어게임'의 체험공간인 '오겜월드'는 방역 수칙 위반으로 조기 철거됐다. 사진 뉴시스

“이제 새벽까지 식당에서 술 먹고 공연도 갈 수 있겠네요!”

“코로나로 불편한 모임 피했는데, 이젠 무슨 핑계를 대죠?”

한국의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직장인들은 제각기 다른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2년여 만에 자유롭게 모임과 야외활동을 즐기려는 기대에 부푼 이들이 있지만, 그동안 익숙해진 ‘집콕’ 생활을 청산해야 하는 걱정이 앞서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미 재택근무와 비대면 업무, 회식 없는 삶을 경험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있는 이상 코로나 이전의 문화로 완전히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식 한번 해야지” 부장님에…눈치만

지난 여름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 손님이 10분의 1로 줄어든 모습. 사진 뉴스1

지난 여름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 손님이 10분의 1로 줄어든 모습. 사진 뉴스1

올해 기업 대부분은 대규모 회식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저녁 자리가 2명으로 제한된 데다 점심에 4명씩 따로 테이블을 잡아 술판을 벌였다가 혹시라도 감염자가 나오면 문제가 되니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덕분에 회식 기피자들은 “코로나 덕에 살았다”며 개인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 달 ‘위드 코로나’의 시작과 함께 연말 모임 겸 회식 약속을 하나둘 잡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직장인 강종현(46)씨는 “벌써 11월 저녁 자리는 거의 다 찼고, 12월 약속을 잡고 있다”며 “상사가 먼저 저녁 얘기를 하는 경우도 있고, 지난 1년간 밥 한번 못 먹은 동료가 대부분이라 이번 기회에 만나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사회생활 대부분을 팬데믹 시기로 보낸 사회 초년생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회식이나 대면 회의 없이도 지금까지 별문제 없이 일했는데, 굳이 과거로 돌아갈 이유가 있냐는 입장이다. 이 기회에 불필요한 관습을 없애자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4년 차 직장인 이모(29)씨는 “평일 퇴근 후에는 외국어 공부, 쿠킹클래스, 필라테스, 도수 치료, 피부과 진료 등 나를 위한 일정이 빼곡히 잡혀있기 때문에 평일 저녁 시간을 내기 어렵다”며 “만약 회식을 한다면 양해를 구하고 빠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긋지긋 ‘교통지옥’ 다시 겪나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 식당 입장가능 인원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연합뉴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 식당 입장가능 인원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연합뉴스

많은 직장인들이 회식보다 더 걱정하는 건 재택근무의 종료다. 외출 준비부터 혼잡 시간대(러시아워)속 이동까지 하루 평균 2시간 넘게 소모되는 출·퇴근의 노동을 매일 다시 반복할 생각에 벌써부터 몸서리가 쳐진다는 반응이 많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박모(32·경기도 하남시)씨는 “일주일에 두세번이지만, 재택근무의 편리함을 한번 맛보니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건 상상하기도 싫다”며 “임원, 부서장급은 회의가 많고 얼굴 보고 일하는 게 편할지 몰라도 2030대 직장인들은 재택근무가 업무에 훨씬 효율적이라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집보다 회사가 편하다며 일상 복귀를 반기는 의견도 있다. 자녀가 있어 집에서 업무를 보기 어렵거나, 회사가 집에서 가깝거나, 연차가 10~20년 이상인 간부급의 경우가 많다. 워킹맘 윤모(45·서울 서초구)씨는 “평일 집에서 일하는 건 불가능해 근처 카페를 전전하며 업무를 보다 보니 편의 시설이 갖춰진 회사가 그리웠다”며 “업무와 휴식의 경계가 모호한 재택근무보다 출퇴근이 낫다”고 말했다.

사적모임·해외여행 등 기대감 커져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백화점이 쇼핑을 즐기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 뉴스1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백화점이 쇼핑을 즐기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 뉴스1

그동안 미뤘던 지인들과의 사적 모임, 연말 콘서트 및 공연, 해외여행 등 야외 활동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오랜 ‘사회적 거리 두기’로 답답함과 ‘코로나 블루(우울증)’를 호소하는 이들의 숨통도 트일 전망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유통업계의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다음 달 미국의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26일), 사이버먼데이(29일), 중국의 광군제(11일)와 더불어 때 이른 추위가 겹치면서 겨울옷 장만을 포함한 소비 심리가 2년여 만에 최대치로 오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위드 코로나 업종별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당장 해외여행이 급격하게 늘어나기는 쉽지 않은 만큼 당분간 백화점 등 소매 판매 위주로 소비 심리가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씨는 “코로나로 거의 2년간 옷을 사지 않았더니 올해는 정말 외출복이 변변치 않더라”며 “외투며 신발·목도리·화장품 등 다음 달 백화점 할인 행사에서 돈을 꽤 쓸 것 같다”고 말했다.

쇼핑가는 이미 ‘위드 코로나’ 

거리두기 완화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달 현대백화점의 프리미엄 패딩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 증가했다. 향수와 여성 패션은 각각 48%, 19%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아페쎄, 메종키츠네 등 MZ세대가 선호하는 ‘신명품’ 중심으로 여성과 남성 패션 매출이 각각 10%, 8% 증가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위드 코로나’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시행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카페·식당 영업시간, 단체 모임 허용 기준, 실내 거리 두기 기준, 백화점 내 휴게 시설 이용 가능 여부 등이 중요한 요소다. 백화점의 향수 시향과 화장품 샘플 사용은 가능해질 가능성이 크지만, 대형마트에서 시식은 안 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