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기온 ‘뚝’…겨울 맥주 스타우트 한잔 어때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71)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에 황금빛 맥주를 상상만 해도 한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옷깃을 여미는 순간 떠오른 맥주 스타일은 스타우트다. 어두컴컴한 액체에 풍성하게 올라온 거품. 잔을 잡은 손가락을 다 얼려버릴 것 같이 차갑게 마시는 페일 라거와 달리 스타우트는 실온에 내놨다가 어느 정도 온도를 올려 마셔야 풍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커피와 초콜릿 향이 주변의 찬 기운을 감싸 안아주는 느낌이다.

잔에 따른 스타우트. [사진 pixabay]

잔에 따른 스타우트. [사진 pixabay]

스타우트는 아일랜드에서 탄생했다. 당시에는 영국에서 만들어진 포터 스타일이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아일랜드의 기네스 양조장은 1810년경 포터를 뛰어넘기 위해 새로운 맥주인 스타우트를 양조했다. 스타우트(stout)는 ‘강한’이라는 의미로 초창기에는 ‘스타우트 포터’라고 불리다 시간이 가면서 스타우트라는 이름으로 정착됐다.

포터가 검은 맥아로 만들어지는 것과 달리 기네스는 검은 맥아와 볶은 보리를 섞어 스타우트를 양조했다. 기네스로 대표되는 아이리쉬 스타우트(드라이 스타우트)는 태운 맥아의 풍미가 커피와 다크 초콜릿을 연상시키고 드라이한 쓴맛도 느낄 수 있다. 기네스 드래프트 맥주는 질소로 서빙해 풍성하고 쫀쫀한 거품의 매력을 발산한다.

기네스 드래프트. [사진 pixabay]

기네스 드래프트. [사진 pixabay]

과거 스타우트는 포터보다 강한 맥주로 자리매김하며 두 스타일이 구분됐지만, 현재는 포터와 스타우트라는 스타일명이 혼재돼 쓰인다. 재료나 풍미에 있어서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양조장에서 어떻게 이름을 붙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한 양조장에서 포터와 스타우트라는 이름의 맥주를 모두 양조한다면 포터보다 스타우트의 도수나 풍미가 더 강할 수 있다.

미국에서 크래프트 맥주가 붐을 이루면서 아메리칸 스타우트라는 스타일도 만들어졌다. 아이리시 스타우트를 기반으로 미국식 홉의 특성(열대과일, 시트러스 등)이 가미된 맥주다. 시에라 네바다 스타우트, 데슈츠 업시디언 등 아메리칸 스타우트가 국내에 선보였다.

칼바람이 부는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면 임페리얼 스타우트의 매력을 십분 즐길 수 있다.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스타우트에 비해 2배 정도 도수가 높은 고도수의 맥주다. 임페리얼 스타우트의 풀네임은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러시아 황실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러시아 표도르 1세, 예카테리나 2세 등이 영국에서 수입된 스타우트를 즐기면서 1700년대 영국의 양조장들은 러시아에 이르는 긴 여정 동안 맥주가 얼거나 맛이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스타우트의 도수를 올리고 홉을 다량 첨가했다.

텐피티(왼쪽)와 올드 라스푸틴 임페리얼 스타우트. [사진 flickr]

텐피티(왼쪽)와 올드 라스푸틴 임페리얼 스타우트. [사진 flickr]

임페리얼 스타우트의 알코올 도수는 대부분 10~12도에 이른다. 완전히 검은색에 건포도, 건자두 같은 말린 과일의 풍미와 커피, 다크 초콜릿을 느낄 수 있다. 맥주로는 드물게 마시면서 알코올의 온기를 경험할 수 있고 질감도 무거워 추운 겨울에 제격이다. 커피, 바닐라 등 부재료를 쓰기도 하고 배럴에 숙성해서 위스키 향을 입히고 도수와 점도를 끌어올리는 맥주도 있다.

로스트코스트 브루잉의 올드 라스푸틴, 에일스미스 브루잉의 스피드웨이, 오스카블루스의 텐피티, 파운더스의 켄터키브랙퍼스트스타우트(KBS) 등이 대표적이다.

스타우트의 로스팅한 맛과 쌉쌀함을 즐기고는 싶지만 알코올이 부담스럽다면 무알코올 스타우트를 선택할 수도 있다.

어프리데이 무알콜 스타우트. [사진 부족한녀석들]

어프리데이 무알콜 스타우트. [사진 부족한녀석들]

최근 국내 유일의 무알코올 전문 수제맥주 양조장인 ‘부족한녀석들’이 내놓은 ‘어프리데이 스타우트’는 커피, 초콜릿 등의 묵직한 풍미가 도드라지는 무알코올 아이리시 스타우트다. 알코올 없이도 부드러운 질감과 깔끔한 쓴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이와 함께 영국에서 수입된 빅드롭 갈락틱 밀크 스타우트는 락토오즈와 귀리, 호밀을 첨가해 단맛과 바디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두 제품 모두 약 0.5%의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