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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과일시럽 첨가해 칵테일 잔으로 마시는 신맛 맥주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69)

작년 3월의 나. 코로나19도 메르스처럼 몇 달 안에 해결돼 여름 휴가를 해외에서 즐길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결국 올해도 해외에 나가 맥주 마시기는 틀린 것 같다.

여행 기분이라도 내보자는 생각에 유튜브에서 세계테마기행 독일편을 켠다. 눈 뜨자마자 맥줏집에 가 자신의 전용잔을 사물함에서 꺼낸 후 조식으로 시원하게 맥주 한 잔을 들이켜는 멋쟁이 중년 남성의 모습은 언제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마음의 체증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느낌이다.

맥주의 나라 독일에는 지역별로 개성 있는 맥주 스타일이 있다. 독일이 기원인 맥주 스타일은 많지만, 탄생한 도시의 이름을 딴 맥주 스타일만 골라 소개한다. 마침 세 가지 스타일 모두 여름에 잘 어울리는 맥주다.

뮌헨 ‘뮤닉 헬레스(Munich Helles)’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의 주도인 뮌헨은 맥주를 빼고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독일 맥주라고 하면 떠오르는 바이젠, 둔켈 같은 맥주가 모두 뮌헨을 중심으로 한 남부 지역에서 만들어졌다. 맥주를 만들 때 맥아, 홉, 효모, 물만 사용해야 한다는 맥주순수령이 공포된 곳도 뮌헨이고 세계에서 가장 큰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곳도 뮌헨이다.

처음으로 뮤닉 헬레스를 만든 슈파텐 양조장의 맥주. [사진 wikimedia commons]

처음으로 뮤닉 헬레스를 만든 슈파텐 양조장의 맥주. [사진 wikimedia commons]

뮌헨을 기원으로 하는 많은 맥주 중에서도 대표 스타일은 뮤닉(뮌헨의 영어식 표기) 헬레스다. 뮤닉 헬레스는 뮌헨의 6대 양조장 중 하나인 슈파텐(Spaten) 양조장에서 1894년 처음 만들어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독일에서는 둔켈과 같이 어두운 색의 맥주를 마셨다. 그런데 1842년 체코 필젠에서 밝고 투명한 필스너 맥주가 만들어지고 유럽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이의 대항마로 황금색의 밝은 맥주를 만들게 됐다. 헬(Hell)은 독일어로 ‘밝은’이라는 뜻이다. 뮤닉 헬레스는 곡물을 오래 씹었을 때 느낄 만한 단맛을 중심으로 잔잔한 홉의 향을 특징으로 한다. 드라이한 끝 맛으로 인해 계속 마셔도 질리지 않는다.

동두천 브루어리, 앰비션 브루어리, 라인도이치 등 국내 양조장에서 활발하게 양조하고 있다. 독일에서 수입되는 제품으로는 레벤브로이 오리지널, 파울라너 뮈히너 헬, 칼스브로이 헬레스 등이 있다.

베를린 ‘베를리너 바이세(Berliner Weisse)’

옛 사람들에게는 독일 분단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전 세계의 예술가와 힙스터들이 모여들어 독특한 문화가 꽃피고 있는 독일의 수도 베를린.

베를린의 이름을 딴 베를리너 바이세는 대표적인 사워비어(신맛이 나는 맥주)다. 맥주에서의 신맛은 낯선 풍미이기 때문에 꺼려질 수도 있지만 선입견을 버리면 새로운 맥주 세계가 펼쳐진다. 베를리너 바이세는 사워비어 중에서도 탄산이 많고 짜릿한 신맛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름에 어울리는 맥주로 꼽힌다. 도수도 2.8~3.8%로 낮은 편이어서 편안하게 마시기 좋다.

독일에서는 일반적으로 베를리너 바이세에 과일 시럽을 첨가해 마신다. [사진 wikimedia commons]

독일에서는 일반적으로 베를리너 바이세에 과일 시럽을 첨가해 마신다. [사진 wikimedia commons]

독일 현지에서는 베를리너 바이세에 라즈베리, 체리 등 과일 시럽을 첨가해 신맛을 줄이고 칵테일 잔에 빨대로 즐기는 경우가 많다. 1809년 나폴레옹이 베를린을 점령했을 때 마셔보고 ‘북유럽의 샴페인’이라고 극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독일에서는 거의 사라진 스타일이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수제맥주 붐이 불면서 회생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수제맥주 양조장들이 활발하게 베를리너 바이세 스타일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국내 양조장 제품으로는 앰비션 브루어리의 ‘꽃신’, 맥파이 브루잉의 ‘복자’ 등이 있고 미국의 스톤브루잉, 파이어스톤워커, 밸라스트포인트 등의 제품도 수입된다.

쾰른 ‘쾰쉬(Kölsch)’

쾰른하면 단번에 쾰쉬 맥주가 떠오른다. 쾰쉬는 ‘쾰른의’라는 뜻이다. 쾰쉬는 옅은 금색에 매우 맑아 외관만으로도 여름의 더위를 씻어주기에 충분하다. 과일을 떠올리게 하는 가벼운 홉향, 은은한 맥아 향과 함께 드라이한 끝 맛, 다소 강한 탄산이 상쾌함을 끌어올린다.

쾰쉬 10잔을 꽂을 수 있는 쟁반 ‘크란츠’. [사진 wikimedia commons]

쾰쉬 10잔을 꽂을 수 있는 쟁반 ‘크란츠’. [사진 wikimedia commons]

전용잔과 주문하는 방법도 쾰쉬 맥주를 마시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옥토버페스트에서 1L짜리 잔에 맥주가 서빙될 만큼 독일에서는 큰 잔이 일반적이지만 쾰쉬 전용잔은 슈탕어(Stange)라고 불리는 길고 폭이 좁은 200㎖ 용량 잔이다. 쾰쉬를 서빙하는 전문 서버를 ‘쾨베스’라고 부르고 이들이 들고 다니는 쾰쉬 10잔을 꽂을 수 있는 쟁반을 ‘크란츠’라고 한다. 쾨베스들이 테이블 사이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빈 슈탕어를 발견하면 크란츠에서 맥주가 가득 찬 슈탕어를 꺼내 교체해준다. 주문하지 않아도 잔이 빌 때마다 맥주를 갖다 주는 게 쾰쉬의 문화다.

쾰쉬라는 명칭은 쾰른과 주변에 소재한 일부 양조장만 쓸 수 있다. 1986년 체결된 쾰쉬 협약(Kölsch Konvention)에 의해 보호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펠 쾰쉬(Gaffel Kölsch)와 프뤼 쾰쉬(Früh Kölsch)가 수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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