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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사필귀정-유구무언'다음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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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경영진에 대한 2번의 영장 기각(법원)과, 3번째 영장 청구 방침(검찰)으로 법-검 갈등이 재차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수사 브리핑을 맡고 있는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의 짤막한 논평들이 눈길을 끌고있다.

주요 혐의자들에 대한 영장 발부 여부가 수사의 성패에 직결되는 만큼 검찰은 법원 결정에 '일희일비'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사건 역시 '기각에 낙담하고 발부에 고무되는' 론스타 수사팀의 입장이 채 기획관의 발언들에 녹아있다.

"한마디로 코미디" - 외환은행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로 청구된 론스타 본사 경영진에 대한 체포영장과 유회원 론스타 코리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1차 기각된 지난 3일 새벽, 단말마 처럼 터져나온 기획관의 코멘트다.

'헐값매각 의혹'이라는 수사의 본체에 진입하려는 복안으로 청구된 쇼트 부회장 등에 대한 영장 기각에 대해 검찰은 즉각 영장을 재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열린 브리핑에서 채 기획관은 법원의 기각 사유를 조목 조목 반박했다.

"사필귀정(事必歸正)" - 7일 새벽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에 기획관이 내 놓은 말이다. 채 기획관은,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사필귀정'이라는 한자어로 향후 수사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후 열린 브리핑에서 채 기획관은 "가급적 11월 안에 수사를 마치고 결과를 발표하려 한다"며 향후 수사가 빠르게 진전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12월은 좀 편히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유구무언(有口無言 )" -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금감원 조사내용과 증권전문가, 교수 등 전문가들의 진술이 담긴 광범위한 소명자료를 내고서도 쇼트 부회장 등의 영장이 지난 7일 밤 다시 기각되자 채 기획관은 "유구무언"이라고 했다.

채 기획관은 기각 후 10여시간만인 8일 오전, 영장을 또 다시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3번째 영장은 자료를 더 보완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청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채 기획관은 이번 역시 법원의 기각 사유를 반박했다.

검찰은 론스타 경영진에 대한 3번째 영장 청구방침을 밝히면서 법원의 2번째 영장 기각으로 수사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11월로 잡아놨던 수사 결과 발표를 연기, 보완조사를 더 하겠다고 했다.

검찰의 향후 수사와 성과에 따라 채 기획관이 앞으로 어떤 말들을 내 놓을지 관심이다. 3번째 청구한 영장이 또 다시 기각되면 '일수불퇴(一手不退)'를 외치며 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계속 청구한다고 할지 모를 일이다.

주요 혐의자들을 조사하지 못하고 헐값매각 수사에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는 등 수사가 장기간 지연될 경우 채 기획관의 머리 속에는 때가 늦었음을 한탄하는 '만시지탄' 이 떠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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