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민 음료' 10년 만에 최저 수익 기록…VC 투자로 활로 찾을까

중앙일보

입력 2021.10.15 08:00

한때 '중국 국민 음료'로 불렸던 생수 1위 브랜드 와하하(娃哈哈). '생수=와하하'로 통하곤 했다.

'물 맛'이 변했다. 약 10년 만에 최저 수익을 기록했다. 중국공상연합회가 발표한 ‘2021년 중국 민영기업 TOP 500’에 따르면 와하하의 지난해 매출은 439억 8000만 위안(8조 1380억 5920만 원)으로 역사상 최악의 매출을 기록한 2009년 수준에 머물렀다. 이와 함께 중국 최고의 음료 업계 거물로 불리던 와하하의 순위는 2010년 8위에서 현재 227위로 떨어졌다.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입맛, 한물간 와하하 이미지

[사진 소후닷컴]

[사진 소후닷컴]

와하하의 실적 부진 요인으로 오래된 이미지와 소비자의 입맛 변화가 꼽힌다. 대다수 중국인은 와하하의 대표적인 제품으로 ‘물, 요구르트 제품인 잉양콰이셴(營養快線), AD 칼슘 우유’를 말한다. 이들 모두 수십년의 역사를 지닌 제품으로 바꿔 말하면 최근 내놓은 신제품 중 ‘대박 상품’이 없다는 의미다.

심지어 와하하의 스테디셀러 역시 최근 2030세대에게 외면 받는 게 현실이다. 베이징에서 근무하고 있는 90년대생 리(李)씨는 중국 매체 AI차이징(AI財經)과의 인터뷰를 통해 “와하하의 요구르트와 우유 제품을 마지막으로 마신 것은 어린 시절”이라며 “와하하 제품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료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제품'으로 불리는 와하하의 제품. [사진 ifeng/SCMP]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제품'으로 불리는 와하하의 제품. [사진 ifeng/SCMP]

AI차이징 등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1선 도시에 있는 편의점, 슈퍼마켓, 신선식품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와하하 제품은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와하하가 주력하고 있는 소도시에서의 점유율도 캉스푸(康師傅)와 다리위안(達利園)에 밀렸다.

유로모니터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음료 산업의 시장 점유율 상위 3개 기업은 코카콜라(주요 사업 분야는 탄산음료), 양성탕(養生堂, 생수), 딩신(頂新, 차음료)으로 각각 9.3%, 8.4%, 5.8%를 차지했다. 반면 와하하의 시장 점유율은 2.1%에 그쳤다.

와하하에서 출시한 생수. [사진 ifeng]

와하하에서 출시한 생수. [사진 ifeng]

와하하가 단숨에 추락한 것은 아니다. 와하하는 쭝칭허우(宗庆后) CEO의 딸 쭝푸리(宗馥莉)가 그룹 계열사 훙성음료그룹(宏胜饮料集团) 총재 자리를 꿰차며 그의 지휘 아래 이전까지 브랜드 이미지에 붙었던 ‘옛날 브랜드’ 꼬리표를 떼기 위해 노력했다.

2016년 정식으로 훙성음료그룹 총재 자리를 맡은 쭝푸리는 그의 영어 이름을 딴 맞춤형 과일 및 야채 주스 브랜드 ‘켈리원(Kellyone)’의 출시를 주도했다. 켈리원은 기존 와하하의 저렴한 제품과 상반된 ‘고급 음료’ 라인을 선보였다. 신선함이 생명인 이 제품 라인의 유통 기한은 단 7일, 가격은 28위안(5181원)부터 48위안(8881원)까지 비싼 편에 속한다. 첫선을 보인 곳도 기존 전략과 다른 상하이 등 1선 도시였다.

켈리원이 내놓은 탄산수 제품. [사진 톈마오(天?) 플래그십 스토어]

켈리원이 내놓은 탄산수 제품. [사진 톈마오(天?) 플래그십 스토어]

결과부터 말하자면 와하하는 하이엔드(High-end) 시장 점유율 확보에 실패했다. 켈리원이 선보인 음료는 상하이, 항저우(杭州) 등 일부 지역에서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켈리원은 전략을 바꾼다. 좀 더 저렴하지만 ‘저칼로리’ ‘제로 슈가(Zero sugar)’ 등 건강한 이미지를 표방한 과일 맛 차 음료와 탄산수를 출시했다. 한창 인기를 끄는 라이브커머스에도 뛰어들었다. 중국 2030세대를 저격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실패한다. 60배 넘게 매출이 상승한 탄산수 제품을 제외하고 나머지 신제품은 지지부진한 성적을 보였으며, 탄산수 역시 인기 배우 왕이보(王一博)를 공식 모델로 내세운 것이 매출 성장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진 chin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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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장 개척 시도… 결과는 미흡

[사진 chin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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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하하는 음료 외에도 다른 분야로 확대하며 실적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2002년 초, 와하하는 아동복, 라면, 분유, 광물 산업 등에 진출했으나 막대한 인적·물적 낭비만 했을 뿐, 눈에 띄는 효과를 내지 못했다.

심지어 주류 업계까지 진출했었다. 2013년 구이저우(貴州)성 런화이(仁懷)시 정부와 손잡고 150억 위안(2조 7756억 원)을 투자해 장향형 바이주 제품을 출시했다. 마오타이 홍보 효과에도 실제 성과는 미미했다. 쭝칭허우 와하하 CEO도 CCTV와의 인터뷰에서 “신제품 중 대박 상품이 없다는 점이 현재 와하하의 최대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와하하의 생수 제품과 와하하 창업자 쭝칭허우 CEO. [사진 The New York Times]

와하하의 생수 제품과 와하하 창업자 쭝칭허우 CEO. [사진 The New York Times]

와하하 창업자 쭝칭허우, 와하하의 하락세에 한몫

와하하의 성공으로 중국 최고 부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쭝 CEO는 이제 회사 매출 하락의 원인 제공자로 찍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와하하 내부 관계자는 AI차이징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제품을 출시할 때 제품 포지셔닝 등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 조사를 통한 결과가 아닌, 쭝 CEO의 취향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 게 ‘제로 슈가’ 제품의 출시 지연이다. 와하하 제품 개발팀은 오래전부터 ‘제로 슈가 제품 연구개발 계획’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쭝 CEO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 2030세대에게 ‘로우 슈가(low sugar)’ ‘제로 슈가’ 등 제품이 인기를 끌자, 뒤늦게 계열사 브랜드인 켈리원을 통해 관련 제품을 선보였다는 게 와하하 관계자의 설명이다.

와하하 창업자 쭝칭허우 CEO. [사진 ifeng]

와하하 창업자 쭝칭허우 CEO. [사진 ifeng]

쭝 CEO가 고수한 유통 전략도 이커머스를 필두로 한 인터넷 시대 도래로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 와하하는 유통업체가 와하하 본사에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내고 와하하 제품을 유통하는 방식을 시행해왔다. 이 시스템은 유통 업체에 높은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많은 업체가 와하하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싶어 했으며, 와하하는 이를 통해 중국 전역에 ‘3일 내 운송’할 수 있는 운송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문제는 와하하의 내부 환경이 변함없는 상황에서 외부 환경은 크게 변했다는 점이다. 이커머스는 쭝 CEO의 예상과 달리 업계 주류로 자리매김했으며, 시대에 뒤떨어진 유통 환경을 고집한 와하하의 전략은 매출 하락과 점유율 감소로 이어졌다.

“이커머스는 실체 없는 장사”라고 독설을 내뱉으며 마윈(馬雲)의 신유통(신소매) 전략을 ‘허튼소리’라 일축했던 쭝 CEO는 연이은 매출 하락에 2018년 결국 이커머스 업계로 뛰어들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식음료, 크로스 보더 등 여러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구축했다.

와하하 창업자 쭝칭허우 CEO. [사진 ifeng]

와하하 창업자 쭝칭허우 CEO. [사진 ifeng]

벤처캐피탈 설립… 돌파구 될 수 있을까

와하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방면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자본 시장 진출이다. 증권시보(証券時報)에 따르면 저장와하하창업투자유한공사(浙江娃哈哈创业投资有限公司, 이하 ‘와하하벤처캐피탈’)는 지난 7월 9일 펀드매니저 등록을 완료했다. 쭝 CEO는 같은 달 12일 정식으로 와하하벤처캐피탈의 법정 대표 자리에 올랐다.

설립된 지 10년 된 와하하벤처캐피탈이 공식적으로 VC 자격을 얻었다는 것은 향후 적극적으로 투자 활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실제 투자한 종목은 손에 꼽을 정도지만, 와하하의 공식 VC 진출은 업계에서 환영 받는 모양새다. 와하하 그룹의 강점인 식음료 등 소비 분야를 주축으로 업계 큰손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게 투자자들의 분석이다. 과연 와하하의 노선 변경이 실제 시장에서 먹힐지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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