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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선전, 'OO' 설립에 혈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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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부 광둥(廣東)성에 있는 선전(深圳)은 소도시에서 시작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廣州)와 같이 중국의 대표적인 대도시로 성장하는 데 불과 40년이 걸렸다. 도시 경제가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주는 동안 도시 활력 지표 중 하나인 ‘대학교’의 부족은 언제나 선전의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에 비해 역사·문화적 저력이 부족한 선전은 교육 방면에서도 이들과 비교된다. 이에 많은 사람이 “선전에 있는 대학 중 명문대 리스트인 985 대학이나 211 대학에 속한 곳이 없다”며 “마치 ‘대학 사막’과 같다”고 표현한다. 실제로도 선전의 고등교육 상황은 ‘대학 사막’이라는 별칭만큼 심각한 수준일까?

선전의 야경. [사진 Arrival Guides/Unsplash]

선전의 야경. [사진 Arrival Guides/Unsplash]

풍요 속의 빈곤? 월등하게 부족한 대학 수

지난해 기준 GDP 2조 8000억 위안(519조 9040억 원)을 기록하며 중국 국내에서 경제력 3위에 안착한 선전에는 현재 15개의 일반 대학이 있다. 단순하게 대학교 수만 고려하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뿐만 아니라 인촨(銀川)이나 우루무치(烏魯木齊) 등 도시에도 뒤처진 상황이다. 선전보다 GDP 순위에서 19위 뒤처진 시안(西安)과 비교해도 대학 수가 시안의 4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전문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대학교의 부족은 선전의 도시 발전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특히 경제특구 설립 초기부터 이 문제가 꾸준히 거론됐다.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 선전은 위탁가공 위주의 수출지향적 모델을 통해 중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무역 중심지로 발돋움했다. 기술 관련 인재 양성을 위한 토대 마련에도 나섰다. 선전대학은 1983년 중국 정부로부터 설립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경제특구의 기술 인력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선전은 80, 90년대 기술 인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대대적인 성인교육에 나선다. 설립부터 인재 양성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고등교육 대신 빠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

[사진 视觉中国]

[사진 视觉中国]

문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력 있는 인재 양성이 어렵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선전과 홍콩 등지에서 교육정책을 연구해온 모자하오(莫家豪) 역시 “성인교육은 부품 조립이나 가공 등 저(低)부가가치 기술 발전에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인 경제 발전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립 가공에서 하이테크 산업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 노동력보다 고학력의 과학 인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선전 베이리모스크바대학(深圳北理莫斯科大学·Shenzhen MSU-BIT University) 전경. [사진 선전 베이리모스크바대학 공식홈페이지]

선전 베이리모스크바대학(深圳北理莫斯科大学·Shenzhen MSU-BIT University) 전경. [사진 선전 베이리모스크바대학 공식홈페이지]

선전기술대학은 단 3년 만에 완공됐다. [사진 视觉中国]

선전기술대학은 단 3년 만에 완공됐다. [사진 视觉中国]

보다 못한 중국 정부는 대학 설립을 위해 칭화대학 당 위원회 부서기를 역임했던 뤄정치(羅徵啓)를 선전으로 보낸다. 정부의 지원 덕분에 최근 수년간 선전에 여러 대학이 설립됐다. 2017년 선전 베이리모스크바대학(深圳北理莫斯科大学·Shenzhen MSU-BIT University)이 설립됐으며, 2018년 선전기술대학 설립, 2020년 중산대학 선전 캠퍼스가 완공됐다.

대학 역량 향상에도 힘쓴다. 선전에 있는 남방과학기술대학(南方科技大學·SUSTech)은 지난해 중국 교육부와 지식재산권국이 승인한 ‘2020년도 국가 지식재산권 시범 대학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2020년 ‘2020년도 국가 지식재산권 시범 대학 리스트’에 오른 남방과학기술대학(南方科技大學·SUSTech). [사진 남방과학기술대학 공식홈페이지]

2020년 ‘2020년도 국가 지식재산권 시범 대학 리스트’에 오른 남방과학기술대학(南方科技大學·SUSTech). [사진 남방과학기술대학 공식홈페이지]

5년 전만 해도 선전에 있는 전일제 대학은 10개뿐이었으며 학생 수도 9만 명에 그쳤다. 2021년 현재 선전에는 15개의 대학이 있으며, 학생 수도 16만 9300명으로 대폭 늘었다.

향후 5년 내 시(市) 내 대학 20개 목표…  멈추지 않는 대학 설립

선전의 ‘광속’ 대학 설립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선전시 정부에 따르면 선전은 2025년 이내에 대학 수를 2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학생 수도 20만 명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진행 상황을 유지한다면 선전시의 목표는 예정보다 빠르게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선전의 전반적인 대학 수준은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교육 도시에 비해 여전히 뒤떨어졌다. 그러나 설립 속도를 고려하면 선전에 있는 여러 대학이 ‘명문대’ 수준으로 역량을 끌어올렸다고 평가 받는다.

학교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 중 하나는 바로 ‘가오카오(高考) 합격 점수’다. 중국의 수능이라 할 수 있는 가오카오 합격 점수는 해당 대학의 인지도를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선전이 있는 광둥성 대학의 평균 입학 점수는 2020년 가오카오 당시 중국 전역에서 가장 높았으며, 그중에서도 홍콩중문대학(선전)이 제일 높았다. 또 하얼빈공업대학(선전)의 입학 점수도 본교 캠퍼스의 점수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얼빈공업대학(선전) 건물 모습. [사진 하얼빈공업대학(선전) 공식홈페이지]

하얼빈공업대학(선전) 건물 모습. [사진 하얼빈공업대학(선전) 공식홈페이지]

세계 대학 순위에서도 선전에 있는 대학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선전대학과 남방과학기술대학은 세계 대학 순위에서 매년 100위 이상씩, 중국 국내 대학 순위에서 10위 이상씩 상승하고 있다. 올해 선전대학은 중국 내 18위, 남방과학기술대학은 8위를 기록했다.

유명 대학 추월하는 선전 대학들 뒷배 = ‘정부’?

선전 대학들의 역량 강화 이면에는 선전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있다. 올해 선전대학은 75억 위안(1조 3926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는데, 그중 선전시 정부가 56억 위안(1조 398억 800만 원)을 지원하며 전체 예산의 4분의 3을 차지했다. 2021년 211 대학의 예산 순위와 비교하면 선전대학은 (211 대학에 속한) 41개 대학 중 26위와 같은 수준이며, 중국과학기술대학과 난카이(南開)대학 등 985, 211 대학에 속한 곳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전은 적극적인 예산 지원 외에도 명문대와 협력해 대학 역량 강화에 주력했다. 홍콩중문대학(선전)의 경우 홍콩대학교와 강의 및 연구 자원을 공유하고 있어 설립된 지 10년도 안 되었으나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실을 보유하고 있다. 저우옌(周艷) 부교수가 이끄는 이 연구실에서 진행된 실험을 바탕으로 쓰인 여러 논문은 네이처(Nature)지와 전기전자학회(IEEE) 등에 발표된 바 있다.

홍콩중문대학(선전) [사진 홍콩중문대학(선전) 공식홈페이지/QS China]

홍콩중문대학(선전) [사진 홍콩중문대학(선전) 공식홈페이지/QS China]

이 밖에도 지난(暨南)대학과 중산대학이 차례로 선전에 둥지를 틀었으며, 선전 베이리모스크바대학과 선전 조지아공과대학·톈진대학(Georgia Tech Shenzhen Institute, Tianjin University, GTSI)에서도 잇따라 학생을 모집했다. 또 올해 6월 말, 홍콩대학교 측은 선전에 새 캠퍼스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전 대학 졸업생들 대다수, 졸업 후에도 선전에 취업

2021년 선전대학 졸업식 모습. [사진 선전대학 공식홈페이지]

2021년 선전대학 졸업식 모습. [사진 선전대학 공식홈페이지]

졸업을 앞둔 취업 준비생들의 모습. [사진 视觉中国]

졸업을 앞둔 취업 준비생들의 모습. [사진 视觉中国]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중국 내 지역 졸업생의 현지 체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 바로 ‘선전’이다. 같은 기간 취업에 성공한 선전 대학 졸업생의 약 80%가 선전에 머무는 것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기준 다른 도시에서 대학 입학을 위해 선전으로 온 학생 중 졸업 후에도 선전에 남아있는 것을 택한 학생은 10만 2000명에 달했다.

대학 졸업생이 선전을 택한 주된 이유는 텐센트, 화웨이, ZTE 등 유수 기업이 선전에 있기 때문이다. 또 선전에는 470개의 상장사가 있으며 그중 8개 기업이 ‘세계 500대 기업’에 속했다.

평균 소득 수준이 다른 도시보다 높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2020년 기준 선전의 1인당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5406위안(100만 3786원)으로 중국 평균보다 2배 높다. 지난해 평균 초임도 1만 위안(185만 6800원)을 돌파했다. 한국과 비교하면 적다고 느낄 수 있으나 중국 초봉으로는 높은 수준이다.

[사진 FT/Bloomberg]

[사진 FT/Bloomberg]

문제는 집값이다. 올해 3월 기준 선전시의 평균 집값은 1㎡당 9만 위안(1671만 원)을 훌쩍 넘어 중국 전역에서 집값이 가장 높은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베이징과 상하이(두 곳 모두 평균 7만 위안 미만)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선전 대학 졸업생의 초봉을 생각하면 감당하기 쉽지 않은 가격이다.

이에 젊은 인재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선전이 해결해야 할 새로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대학 설립 및 역량 강화 방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선전이 ‘대졸자’를 무사히 붙잡아둘 수 있을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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