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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불법체류자를 인재로 키우는 오바마표 이민 정책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국민이주의 해외이주 클리닉(29)  

시대에 따라 통계가 변하기는 하지만 미국 국민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대통령은 에이브러햄 링컨일 것이다. 그리고 아직 생존해 있는 ‘인기 있는 대통령 순위’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미국 대통령은 빼어난 웅변가 버락 오바마이다. 한글날 575돌을 맞아 ‘한국인의 대표 위인’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과 자주‧실용정신을 곱씹어보며 감동과 감사함을 다시 느껴본다.

미국 이야기로 돌아가 미국인은 왜 링컨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을 사랑할까. 널리 알려진 두 대통령 일화에 나타난 남다른 비범성과 훌륭함을 들겠지만 대표적인 업적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링컨 대통령은 무엇보다 노예 해방으로 기억된다. 1863년 링컨 대통령의 노예 해방 선언으로 미국 전역의 학대 받던 흑인 노예가 신분상 해방되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보험 시스템 개혁법안인 ‘오바마 케어’와 ‘다카(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program)’정책의 실행이 위대한 업적으로 손꼽히고 있다.

 ‘다카(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program)’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전격적으로 제정해 실행한 위대한 정책이다. 인도적 배경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경제와 사회안정에 커다란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로이터]

‘다카(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program)’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전격적으로 제정해 실행한 위대한 정책이다. 인도적 배경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경제와 사회안정에 커다란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로이터]

‘다카’는 미국의 불법체류자인 ‘서류 미비 청년’들을 포용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뜻한다. 이 행정명령이 발표된 2012년 6월 15일은 360만명에 달하는 미국의 ‘드리머(Dreamer)’들에게 가슴 뛰는 날이었다. ‘꿈을 가진 사람’이란 뜻인 ‘드리머’는 어린 시절 미국에 와서 불법 체류 상태로 미국에 살고 있는 젊은 층을 가리킨다. 이들 대부분은 합법적인 신분은 없다. 그러나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얻으려는 이들 가슴 속에는 미국이 조국이고, 스스로를 미국인이라고 여기며 살아간다.

‘드리머’는 2001년 민주당 의원인 딕 더빈과 공화당 의원 오린 햇치가 공동으로 발의한 ‘드림 액트(외국인 미성년자의 개발·구제·교육에 관한 법안‧Development, Relief and Education for Alien Minors Act)’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 ‘드림 액트’라 불리는 이 제정안에는 미국 불법 체류 젊은이 중 자격이 되는 이에게 고용 허가와 임시 체류 허가를 허용한다는 골자가 담겨 있다. 의회는 그동안 몇 차례 통과를 시도했지만 아직도 ‘드림 액트’는 정식 이민법이 되지 못한 상태다.

주 자체에서 ‘드림 액트’가 통과되어 실행하고 있는 곳도 있다. 물론 주 정부 차원에서 연방 정부의 관할인 이민 신분을 조정하거나 부여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불법 체류 신분이라 하더라도 해당 주에서 고등학교 재학 중이거나 졸업생이 같은 주의 주립대에 진학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정식 주민에게만 적용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스테이트 등록금’을 낼 수 있도록 허용되기 때문. 이렇게 불법 체류자에게 학비 혜택을 제공하면 1996년 제정된 ‘불법이민 개정안 (IIRIR·Illegal Immigration Reform and Immigrant Responsibility Act)’ 505조에 따라 주 정부는 연방 정부에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현재 미국 12개주에서는 ‘서류 미비자 청년’에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게 적극적인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들 주 차원의 ‘드림 액트’를 시행하고 있는 12개주는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캔자스, 메릴랜드, 네브라스카, 뉴멕시코, 뉴욕, 오클라호마, 텍사스, 유타, 워싱턴, 위스콘신주다. 이 드림 법안의 의회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오바마는 2012년 당시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행정명령으로 ‘다카’를 전격적으로 출범시켰다. 2000년대 초부터 다양한 형태로 상정되고 발의되어온 ‘드림 액트’는 아직도 미국 법으로 채택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카'는 의회를 통과한 법안이 아니기에 그 혜택을 받는 청년들에게 정식 미국 거주민의 신분이나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은 부여될 수 없다. '다카'는 1~2년마다 고용 허가와 함께 연장 신청을 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의 360만 드리머 중에 80만명 정도만 '다카'를 신청하여 그 보호를 받고 있다. 이들의 출신국은 약 150개국으로 다양하지만 그중 80%는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멕시코인들이다. 한인 이민자 중에서도 9000여명이 지난 9년 동안 '다카'의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고 폐지 움직임을 보이자 ‘다카’ 프로그램의 수혜자들은 매일 매일 맘 졸이는 날이 계속되었다. 트럼프는 2017년 9월부터 ‘다카’ 폐지를 추진했지만 지난해 6월 연방대법원이 제동을 걸며 기적적으로 되살아났다. 올해 7월 텍사스 연방 법원은 오바마 대통령의 ‘다카’ 명령 집행의 절차를 문제 삼아 해당 행정명령은 ‘불법’이라 판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9월 10일 이 판결에 항소했다. 이어 9월 28일 ‘다카’ 수혜자들을 연방 법원의 판결에서 보호하는 법령이 ‘연방관보(Federal Register)’에 게재됐다. 연방관보에 실린 법령은 60일간 공고와 의견 수렴기간을 거치면 실효성 있는 법령이 된다.

2017년 9월 4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폐지에 반대하는 행진이 열렸다. 한 참가자가 존 레넌의 노래(이매진) 가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AP]

2017년 9월 4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폐지에 반대하는 행진이 열렸다. 한 참가자가 존 레넌의 노래(이매진) 가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AP]

미국도 그렇고 글로벌 어느 나라든 역사가 오랫동안 높이 평가하는 지도자들의 치세는 도덕적 이념의 실천만을 기리려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다카’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전격적으로 제정해 실행한 위대한 정책의 예로 미국 역사가 기억할 것이다. 그 ‘다카’정책의 인도적 배경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경제와 사회안정에 커다란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입양은 ‘가슴으로 아이를 낳는 일’이라고 한다. 한국은 현재 고령화와 저출산이라는 고질적인 수렁에 빠져 있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노년은 늘어나는데 이를 부양할 젊은 층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다카’나 ‘드림’법안으로 미국의 교육제도 아래 미국인으로 성장한 아이들을 가슴으로 낳아서 젊은 인구의 저변을 확보하고 있다. 해마다 10월이 되면 한국인의 뿌리를 나눈 사람이면 누구나 세종대왕의 위대한 업적을 기린다. 한글날 575돌을 맞아 미래의 미국인이 위대한 업적으로 기억할 수도 있는 미국의 이민정책 ‘다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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